“ .. 진짜 뭐하는 놈이지 “
” 어 ? 누가 ? “
” 아니 .. 아무것도 아니야 “
괜히 강제전학 온 놈한테 잘못 찍힌 기분이다. 분명 나에게 적대감을 드러낸 건 아니었지만 극강의 내향형인 내게 그런 서프라이즈는 공격과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역시 그렇게 나쁜(?)놈은 아닌 듯 했다. 난 무엇보다도 그 머리가 자연인지 아님 인위적인 것인지가 궁금했다.
진짜 어떻게 우리 복슬이랑 똑같을 수가 있지 ..
그때 -
스윽 -
” 야 나와. “
” 어 ..? “
“ 나오라고 ”
” ..? “

“ 말을 왜 못 알아듣지. 나오라고 “
” 미 .. 미안해 ..! ”
윤정한의 싸늘한 표정에 겁 먹은 내 친구는 도망치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반을 나갔고 또 역시 한 순간에 반 분위기는 싸해졌다.
나 역시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까랑 같은 사람 맞아 ..?
“ 정말 .. “
” 응 ? 뭐가 ? “
” 어 ..? “
” 아 맞다. 내 짝꿍은 방과후 뭐 그런 거 해 ? “
” 신청서 나오면 하나는 하지 않을까 ..? “
” 그렇구나 “
” .. 저기 있잖아 ”
휙 -
” 응 ? “
살랑 -
” ..!! “
“ 왜 그래 ? “
” 아 .. 아니 다름이 아니라 .. “
” ..? “
또 한번 진하고 싱그러운 복숭아 향이 내 코를 간지럽혔다. 얘는 향수를 뿌리는 것 같지도 않은데 쓸데 없이 향이 진하다.
” 그 .. 내가 저번에 머리 함부로 만진 거 때문에 혹시 그날 학교 뒤로 불러서 그런 거야 ..? “
” 머리 ? 그날 ? 아 .. “
” … “
“ ㅎ 그게 신경 쓰였구나 ? ”
“ 어 ..? 아니 아무래도 초면에 실수한 건 맞으니까 “
” 초면이라 .. 뭐 그렇지 “
” .. 지금이라도 사과할 ..ㄱ “
“ 아냐. 오히려 좋았어 ”
“ 응 ..? ”
“ 머리 긁어주니까 시원하기도 했고 .. ”
“ … ”

” 내 짝꿍이 너무 행복해보이던데 ? “
” ..!! 그랬나 ..? “
확실히 행복하기는 했었다. 복슬이 털은 자주 날려서 그렇게 만지지 못하는데 날리지도 않고 딱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특유의 복숭아향이 나서 더욱 좋았다. 혹시 향수라도 쓰는 거라면 뭐 쓰는지 알고 싶다.
[ 안녕, 나의 그대 ]
“ 이것만 검토해주면 될 것 같고 .. 아 참, 여주 너 정한이랑 친하니 ? “
” 정한이요 ..? “
1학기 반장이었던 나는 자연스레 선생님의 뜻에 따라 2학기도 반장도 연임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새학기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도 일을 맡게 되었다.
” 아까 아침에 정한이한테 동아리나 방과후 뭐 들을거냐고 물어봤거든. 아님 이전 학교에서 뭐했는지 “
” 근데요 ? “
” 그냥 다 여주 네가 가는 곳으로 갈거라고 하더라. “
” ..?! 네 ..? “
” 그래서 난 너랑 벌써 그렇게 친해졌나 싶었지 “
“ 아 .. ”
“ 아무래도 네가 반장이라 더 의지하게 되나보다 ㅎㅎ “
” 아무래도 그렇겠죠 ..? “
걘 내가 반장이라는 거 모를건데 ..? 이미 연임은 1학기 여름방학식날 정했던 부분이라 윤정한이 누군가에게 들었거나 물어보지 않은 이상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진짜 여러모로 속을 모르겠는 녀석이다.
난 대충 선생님께 그렇다고 이야기한 후 가방을 챙기기 위해 반으로 향했다.
그러나 내가 반에서 볼 광경은 참 봐선 안될 것이었다.
드르륵 -
“ ..? “
” 정한아 응 ? 나랑 같이 가자니까 “
” … ”
다른 반 여자애가 우리 반에 와 윤정한 책상에 걸터 앉은 채로 함께 하교를 하자고 흔히 말하는 플러팅을 하는 중이었다. 아니 저건 대놓고 꼬시는 건가
난 그 모습을 애써 무시하며 내 자리로 향했다. 그래 조용히 꺼져주자 ..
그러나, 윤정한은 달랐다.
“ 짝꿍 ! 왔어 ? ”
“ 어 ..? ”
“ 같이 가려고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 ”
“ ㄴ.. 나랑 ? ”
“ 응 ! 오늘부터 하교는 나랑 같이 하자 ”
“ 허 .. ”
미치겠다. 그냥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애꿎은 여자애 심기까지 건들인 듯 싶었다. 그냥 조용히 할 일 하며 학교생활을 해온 나인데 이건 너무 큰 변수 아닌가
“ 아니 .. 그 같이 가는 친구 이미 앞에 있는 거 아니야 ..? “
“ 난 내 짝꿍이랑 가고 싶은데 얘가 자꾸 .. ”
“ … ”
스윽 -

“ 얘가 자꾸 거머리처럼 붙어대잖아 ..! ”
“ ..!! 뭐라고 ..? “
“ 대체 .. 허 나 참 기가 막히네 ”
윤정한의 그 말을 들은 여자아이는 울먹거리며 반을 나갔고 난 충격에 넋이 나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체 어떤 인성을 갖고 있으면 저렇게 사람 면전에 대고 거머리라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
“ 휴 .. 이제 갔네 “
” 야 .. 너 “
” 응 ? 왜 ? ”
“ 진짜 .. ”
“ … ”
“ 못났다. 정말로 ”
“ 어 ..? ”
난 그대로 가방을 챙겨 윤정한을 내팽긴 채 홀로 반을 나왔고 그 발언의 충격은 밤새 지속되었다.
하지만, 나는 윤정한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나에게 못났다는 말을 들은 윤정한에 대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