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저승사자

01.황취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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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황취안







제발 술자리에 나 좀 그만 불러 줬으면 좋겠다. 
내가 아무리 술에 센 편이라고는 하지만, 술자리가 생기기만 하면 꼭 나를 불러댄다. 매일매일 숙취로 찌들어 가는 인생 덕에, 점점 죽어갈 것 같았다.

 오늘도 의미 없는 술자리에 불려 가서 술만 미친 듯이 퍼마시고 왔다. 아무리 손사래를 치며 먹지 않겠다 말해 보아도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술이 내 목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도 술을 많이 마시던 편이었지만, 오늘은 특히 많이 마셨는지 벌써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겨우겨우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이미 피곤에 찌든 몸이지만, 대충이라도 씻어야 한다는 생각에 침대에 들러붙은 몸을 떼어내고 힘겹게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머리는 아침에 감아도 되겠지... 대충 화장을 지우고 세수, 양치질을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술을 마신 상태라서 정신이 좀 몽롱한 건지 기분이 묘했다. 취했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몸에 힘이 빠지게 되고 잠이 왔다. 

 순간 힘이 축 빠지면서 모든 걸 침대와 이불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머리도 함께 핑 도는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세상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랄까. 난 분명 침대 위에 올라와 있는데, 구름 위에 떠있는 것 같은 몽실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은 술에 취한 게 아닌, 그 분위기에 취했을지도 모른다. 

눈을 꼭 감으면 금세 잠자리에 들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기분도 사라지고 말겠지. 천천히 눈을 감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모르게 스르르 꿈나라로 향했다.







" 뭐야 .. "






그리고 잠에서 깬 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에 와 있었다. 내 주위는 온통 붉은빛으로 가득했다. 태양이 뜰 것 같지만, 뜨지 않은, 하늘이 푸를 것 같지만, 푸르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대체 여기가 어디인데...... 혹시 날 구해 줄 누군가가 올지도 모르니 조금만 더 걸어보기로 했다. 목적지도 없이 계속 걷다 보니 다리가 저려왔다. 아직도 사방은 바위로 만들어진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깜깜한 공간은 내 공포를 조성하기 완벽한 공간이었다. 그래도 걷다 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동시에 저 멀리 무언가 까만 글씨가 보였다. 뭐라고 쓰여 있는 거야... 눈을 비비고 쳐다보니 크게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黃 泉 뭐야, 나 한자 배운 지 오래됐는데... 중고등학생 시절 한문을 배웠던 기억을 되새기며 읽어보았다. 황... 천. 뭐야, 그럼 나 죽은 거야? 심지어 천국과 아니고 지옥인가 봐. 내가 상상하던 것과 비교하면 천국보다는 지옥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아직... 죽기엔 너무 이른데. 심지어 난 아직 앞날이 창창한 스물두 살인데, 대체 어떤 이유로 인해서 내가 왜 여기 있는 걸까. 그 순간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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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




안개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