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오랜 첫사랑

Ep. 비록 옛사랑이 아닐수도

<범규 시점 >



다 해주고 싶었고, 다 맞춰주고 싶었다. 줘도 줘도 더,못 준 게 미안했고, 내 말 하나 하나에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는 너의 모습에 나는 그저 입술을 꽉 깨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그 모습이 이기적이게도 싫고 화도 났다. 표현을 잘 못하는 나는 내가 너무 미웠고, 더는 네가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널 밀어내려했다.

하지만 하루의 시작과 끝은 모두 여주였고, 삶에 목적과 이유 또한 그녀였다. 그렇게 혼자서 쓸데없는 상상과 고민과 이유들로 밤을 지새웠다. 마음 아파하고, 고민하는 시간 마저도 그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기에 행복하고 소중했다. 내 모든걸 바쳐서라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목이 메이게 가슴이 미어지게 슬픈 사랑을 하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이라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사람이었지만 가끔은 감히 쳐다보기도 미안할만큼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내 곁에 없어서 죽을 만큼 힘들다고 몸부림치이엔 그녀는 날 떠나버린지 오래였고 , 이젠 괜찮다고, 살만하다고 하기에는 아직도 그녀와의 추억 그리고 마지막 인사가 너무 생생하다.


처음부터 만나지 말걸 후회하기엔 너무나도 늦어버렸고 우리의 마지막 인사를 인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녀를 원망하기에는 내 잘못이 수없이 많았고, 나에게 과분한 행복을 주었다기엔 지금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눈물이 나지 않으니 울고 있다고 말할 수 는 없지만 ,  울고 있지 않다고 말하기엔 지금 내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다. 사랑한다고 말하려니 우린 친구 사이보다 못한 남이 되어있었고, 사랑했었다고 말하기엔 나는 아직도 너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





"  최범규 병신새끼 .. "




가기전에 그래도 잘가라고 한마디라도 할걸. 그럼 지금보다 나아졌을까. 여주야, 여주야. 넌 아마 모르겠지만 내가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해.너가 날 기다렸던것 처럼 이번엔 내가 널 기다릴게.





<여주 시점 >




비가 내리는 여름, 장마인 많은 날 중에 하나인 자취방에 가서 눅눅한 집안을 시원한 에어컨을 틀며 귀에 이어폰을 꼽았다.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영원히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우리 사이가 되길 바란적이 있다. 그날의 우리를 다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시절만은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고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너랑은 끝까지 좋지는 못했지만 이 노래을 들으면 생각이 난다. 그 시절 내가 너를 떠올리며 너를 사랑했던 그 곡이었으므로.

그때의 네가 없어도,여름은 계속 와. 그때의 여름 속, 모든 사계절 속에서 짝사랑을 했지만 우리에 시작과 종지부를 찍게 된 계절은 여름이니까. 누구에겐 여름이라는 계절을 지우고 싶겠지. 하지만 그 계절은 어쩔 수 없이 오는 계절인걸. 마치 인생을 살면서 우발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오는 것과 같이. 모든 사계절도 어쩔 수 없이 흘러오게 되는 거니까.

네 생각에 눈물을 흘려도 네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도 난 모든 계절들을 안고 가며 보내줬어. 너를 연모하다,한 깨달음을 얻기 전엔. 사랑에 아픔은 끝내 지우지 못하는 아픔이라는 걸. 계절이 한 해에 네 번 바뀌는것과 같이 ,  우리의, 나의 짝사랑도 그 한 해라는 시간 속 계절을 꽉 채웠기 때문에 모든 계절속에서 너를 찾게 된다는 깨달음. 


결국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거야.


사랑이 이렇게 날 만들었어. 모든 계절에 마음을 담는 것 ,  끝내 무뎌져서 눈물을 삼키는 것. 밤하늘을 보고 있는거 같이. 알고보면 내가 내 사랑을 이렇게 만들었나 봐. 모든 사랑에 달빛을 뿌리는. 바다에 비치는 달빛은 , 한순간 바다에 보석이 되는것과 같이.




" 잊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외쳐볼까해 "




네가 나에게 보내는 모든 단어들의 조합이 우리가 그시절 느꼈던 사랑, 슬픔, 그리운과 같은 모든 우리의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단어였으면 좋겠어. 네가 난 어떤 존재였는지는 모르겠다만 우리의 마지막을 애틋하게 추억하자. 그리고 네 감정이 가득 담긴 단어들이 채워져 있는 네 편지 끝에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처음과 같이 떨리는 감정이었으면 해.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으로 바랄게.




사랑해, 나의 옛사랑아.





비록 옛사랑이 아닐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