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오랜 첫사랑

Ep. 안녕, 나의 오랜 사랑


너를 처음 본 순간 무언가의 홀린 듯 너를 좋아하게
되었다. 같은 반에서, 같은 계절 속에 함께 있었으며
비록 아픈 짝사랑이었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꽃들이 활짝 핀 봄에는 따스히 웃는 너를 보았고,  
무더웠지만 아름다웠던 여름에는 서로를 처음 만났
으며, 씁쓸함과 따뜻함이 공존했던 가을에는 떨어지는
단풍잎을 잡는 너와, 차갑고도 찬란한 눈들이 내리던
겨울에는 하얀 눈이 내리는 창밖에 손을 내미는 너를
보았다. 모든 계절 빠짐없이 너를 좋아했었다.




" 너는 내가 왜 좋아? "



"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해? 너니까 좋아하는거지. "





너와 조금이라도 친해지기위해 항상 학교에 먼저 와
인사와 말을 걸었고, 필요한 물건들을 빌려주거나
점심시간는 네 책상에 젤리는 올려놓고는 반으로
돌아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으며 혹여나 네가 그
젤리는 먹고 미소지을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넌 그것만저도 싫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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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 나 젤리 별로 안 좋아해서. "





넌 나를 밀어냈다. 하나도 안 미안해보는 표정과
그저 귀찮다는 몸짓. 그 행동이 나를 더욱 처참히
망가뜨려 놓았다. 이런 내가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다.
금방이라고 울거같이 눈시울이 점점 붉어져갔다.




"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거 주ㅈ, .. 너 울어 ..? "





너는 눈시울이 붉어진 나를 보았는지 내게 한걸음
다가왔다. 가만히 있을거 같던 나는 너를 피해 다가온
걸음마다 뒷걸음칠을 쳤다. 그의 발걸음이 멈추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 아니, 미안 .. 미안해. 나 먼저갈께. "





네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약한
내 모습을 보여줄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나의
끝은 결국 도망이였다. 도피였다. 사랑의 도피였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였다. 이것밖에 없었다.
널 혼자두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한참 뒤에서 네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긴했지만 신경쓰지않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 학생들이 시선을 한눈에 받았지만 유유히 그 자리를 빠르게 떠나갔지.


이젠 정말 끝이라 생각한 도피였다.






이 학교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네게 한번더 다가갈까 내 자신을 못 믿어서, 그리고
널 포기할 수 있게 잊을 수 있게 전학을 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너를 보고싶었지만, 그렇다면 더욱 
가기 싫을거 같아서 아침일찍와서 딸기우유와 포스트잇 하나를 책상에 올려놓고는 인사조차도 하지 않은 채 학교를 나왔다. 이젠 정말 모든게 끝이였다.



" 내가 꽉 잡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관계는
서로 적당히 잡아야하는건가 봐. 내가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한계가 있더라고. 안 지친다는 나는
벌써 지쳤고, 너는 애초에 나한테 관심이 없는거
같아서. 그게 너무 속상하고 분해. 내 시간들이 모조리
의미가 없어진거 같아서. "



씁쓸한 웃음을 띄었다. 지금 가는 와중에도 너가 자꾸
생각나. 많이 좋아했어. 이젠 좋아한단말도 못하는
내가 되었지만 아직 많이 좋아해. 이번 계절은 네 
생각에 잠을 많이 설치겠지만 그 또한 사랑으로 생각
할게.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했어.



" 많이 사랑했어. 어쩌면 많이도 미워하는거 같아.
사랑이 뭐길래 내가 그렇게 목숨을 걸었나 싶어. "



사랑을 외쳐보아도 아무 대답이 없었던 네가 오늘은
마냥 미워. 미워해도 돼? 근데 이마저도 너를 좋아해.
창 밖에 머리를 기대며 쓸쓸한 웃음을 지었다.




조금은 길었던 영화가 끝이났다. 슬픈 짝사랑이었고
끝은 비극적이었다. 슬픔의 몫이 오직 나만이 아니길.
너도 나만큼 힘들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런 영화임을 알기에 조금씩 천천히 일어서
보려고 한다. 안녕, 이 모든 소설 책의 끝. 그리고 안녕,



나의 오랜 첫사랑이었던 최범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