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했고, 지나고 보니 서로에게 남긴고 간 것이 그다지 남아있지 않았다.잃고 나서야 조금씩 보였다.우린 가장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떠들어댔던 사랑을 가장 어려워하며 한철을 살았다고.
나란히 서서 한강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맡겼다. 머리카락이 조금씩 살랑거리며 흩날렸고, 밤
향기는 조금씩 더 짙어져왔다.
" .. 사랑은 진부하다고 생각했어. 너가 하는 진부한
고백들이 지겨웠고, 이해가 안됬어. "
" .... "
" 그래서 궁금했어.네가 고백하는 그 하나하나를
소중하다고 생각하는지. "
" 사랑을 익숙하게 여기면 안돼잖아. 언제 잃어버릴지
모르니까 항상 소중하게 여겨야지. "
" .... "
" 진부해도 예쁘잖아. 그 사랑 고백 "
너는 내 여름이었고 그 여름 속에 빛났던 가장 예쁜 추억이야. 시간을 굳이 되돌리고 싶지 않아. 추억하는 것
만으로도 좋아. 사랑했어, 언제나 물론 지금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내 청춘은 오로지 너였고, 너를
사랑했던 시간 또한 나의 청춘이였어. 청춘은 다시 잡지 못하잖아. 추억으로 남겨야 할 텐데 아직 난 그 청춘
속에서 홀로 살고 있나봐.
이번 연도 여름 해 또 다시 너를 마주쳤다. 난 네가 입고 있던 옷 하나하나까지 다 기억하는데, 난 너도 모르는 습관 하나하나 다 기억하는데. 넌 내 생일조차 모르지 싶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다가오지 않을까 작게나마 희망을 품어봤지만 이제는 곱게 접어서 어둠속으로 던져줬으면 한다. 나 없는 그곳에선 적어도 잘 지네기를 미련 넘치는 여름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나 할 정도로 좋았던거야.
돌아오는 이득도 없는데 마냥 좋아했던거지. "
" ... "
" 그만큼 좋아할 생각은 없었는데 내 한계치를 다 채운 사람인거 같았어.몇십년 살면서 처음이었으니까 처음이자 마지막이였던게 아닐까. "
" ..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라는거야?
"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할 자신이 없단거야. 그런 애틋함과 간절함을 온전히 그 사람한테만 느끼고 싶었어. 근데 뒤따라오는 아픔이 너무 크다? 사랑이 뭐라고 "
하늘보다 조용히 범규를 바라보며 잔잔하게 살며시 웃는 여주의 모습을 보곤 괜히 한쪽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있잖아, 난 아직 그 때 기억만 생각하면 마음이 저리고 아파. 근데 참 웃긴게 너가 했던 그 따뜻한 말 몇마디에 난 아직도 그때 그 시절에 살고 있는거 같아. 그냥 차라리 지금도 못된 말만 하지 그랬어. 너가 했던 그 따뜻한 몇 마디에 난 아직도 그 시절에서 헤어나오질 못 해.
아주 가끔 너도 내 생각을 하면 마음이 저리고 아파?
아니 아팠으면 좋겠어.내가 아픈 만큼 너도 아팠으면 좋겠어. 난 아직도 너랑 함께한 추억을 가끔씩 생각해.
사랑은 자해라는데 정말 그 말이 맞나봐.너랑 함께한
추억을 되돌아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미어지는 느낌이야. 이제 정말 너와 내가 남이 되어버렸다는게 믿기지가 않아. 내 머릿속에 그 시절의 너가 살고있는 느낌인 데 너 때문에 수많은 날들을 울면서 보냈던거 같아.
근데 수많은 날을 눈물로 보냈는데도 아직도 널 사랑해하는 마음이 있어. 아니, 사랑해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은 흘러갔고 2시 새벽시간이 되었다. 더욱 어두워진 하늘과 쌀쌀해진 날씨.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얇은 옷을 입었기에 충분히 쌀쌀하긴 했다. 하늘의 별은 더욱도 밝게 빛나고, 도로와 길거리는 개미한마리 없이 모두 잠잠하며 고요했다.
얇은 옷 때문에 추운지 몸을 잔뜩 웅크리고있는 여주의 모습을 보더니 범규는 조용히 자신의 자캣을 벗어
여주의 어깨에 살며시 덮어주었다. 놀란 듯 해보이는 여주는 범규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 날씨가 쌀쌀하잖아. 그거라도 덮고있으라고 "
" .. 고마워 "
" 아니야 근데 너무 늦은거 같다.가자 이제, 대려다줄게 "
"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
" 내가 불안해서 그래. 위험하잖아 "
새벽이야. 네가 생각나는 새벽. 이미 넌 내 옆에 있지만
너와 나는 그다지 좋은 기억으로 서로 마지막을 찍지
않았는데 항상 새벽만 되면 네가 생각나. 어쩌면 그 짧은 시간동안 내가 손쓸 틈도 없이 네가 깊숙히 들어왔는지도 모르지. 우린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는데 그때의 우린 왜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을까.
사실은 요새 힘들어. 그런데 애써 네가 아닌 이유들로
힘들다고 치부해 버리곤 해.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인가 봐. 서로 이젠 인사조차 어색하게 할 수 밖에 없는 사이가 되어버려서 이렇게나마 너에 대한 내 물음으로 끝맺음을 지어. 너를 이젠 지워보려 해.
걱정도 하지 않을게. 너에 대한 생각으로 내 하루를 한숨과 그리움으로 가득 채우지도 않을게. 좋은 기억으로 남겨 놓을거야. 사람 마음 변하는건 흔한 일이니.
안녕 내 첫사랑 최범규 다시 만나서 반가웠어.
만약 누가 첫사랑은 어떤 사람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더운 여름같은 사람이라고 답하겠다
더운 여름, 화창한 햇살, 서로 눈맞춤과 함께 우리의 가슴 아린 추억이 사진에 고스런히 남았다.
한여름의 첫사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