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화랑 이어집니다 *
“ … ”
“ .. 너는 나랑 같은 마음 아니라는거 알아, 그래도 말하고 싶었어 ”
“ … “
” 그냥, 그러고 싶었어 “
” .. 행복해서 “
” 어..? “
” 싫은 거 아니고 너무 행복해서.. 나 말이 안 나와 “
"..!! "
” 니가 날 좋아한다는 말이 너무 행복해 “
순간 나의 마음은 그 어느때보다도 크게 요동쳤고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 말은 나의 마음을 뛰도록 만들기에 충분히 따뜻하고 예쁜 말이었다.
“ .. 다행이야 ”
“ 어? ”
“ 날 좋아하면 계속 나랑 있어줄거잖아 ”
“ … ”

“ 그래 줄거지? ”
“ .. 응 그럴게 “
결국 난 너와 어겨서는 안될 약속을 해버렸다. 이 약속을 어기는 순간, 난 또 다시 내게 같은 상처를 주게 될텐데
그냥 지금은 나 또한 너와 함께 있고 싶다.
다음날,

“ 이따가 비 온다는데, 우산 챙겼어? ”
“ 아니.. “
” 너 옷에 모자도 없잖아 “
” 그냥 맞고 가야지 뭐.. “
” 아님 내 후드집업이라도 입고 갈래? “
“ 그럼 너는? ”
“ 난 어차피 이따가 학원 차 타고 가잖아 ”
“ 아.. 그럼 잠깐 빌릴게! ”
오늘 오후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어떻게 오늘 아침에 딱 보고 알 수 있는가.. 그리고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볼 정신이 있겠냐고
” 오늘도 거기 가? “
” 응응 가야지 “
” 나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
” 누구? “
” 그 범규라는 친구, 우리랑 동갑이지? “
” 아.. “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수빈이에게 사실대로 이야기 해야하는지, 아니면 범규에게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말해야 하는지
범규는 나와 같은 18살이다. 그러나 그 아이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결국 난,
“ 응. 우리랑 동갑이야 ”
“ 나도 한 번 만나보고 싶어 “
” 나중에, 범규가 다 나으면 그때 만나자 “
” 그래 “
그 아이가 상처 받지 않을 방법을 선택했다.
주르륵,
그렇게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난 수빈이의 후드집업을 입고 그곳으로 향했고 역시나 쫄딱 젖고 말았다.
“ 어머..! 여주 학생 설마 비 맞고 왔어요? “
” 아 네.. “
” 어이고.. 오늘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되는데 “
” 아이 괜찮아요 “
” 잠깐 기다려봐요, 수건이라도 가져다 줄게요 “
그렇게 간호사님은 내게 수건 2장을 건넸고 난 머리와 후드집업을 닦았다. 어이고 이거 빨아서 가져다 줘야겠네..
드르륵,
“ 범규야 나 왔어 ”
” 비 맞고 왔나 보네 “
” 응, 밖에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더라고 “
내가 자리에 앉은 그 순간,
스윽,
갑자기 범규는 내 팔을 잡더니 자신의 코로 가져다 댔고 냄새를 맡더니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 물 비린내 나는 건가..?
“ 왜 그래..? “
“ .. 네 냄새가 아니야 ”
“ 어? ”
“ 너한테서 다른 사람 향이 나 ”
“ 아, 이거 내 옷이 아니라서 그래 ”
“ 누구 옷인데? ”
“ 수빈이, 내 친구야 ”
” .. 다음부터는 이거 입지마 “
” 어? 왜? “
” 너한테서 낮선 향이 나는 게 싫어 “
” … “
” 난 너의 향이 좋단 말이야 “
뭔가 주인에게서 낮선 향이 나 경계하는 강아지 같았다. 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저 나의 향이 좋다고 하는 말이 기분 좋았을 뿐
“ 알았어. 다음엔 우산 잘 들고 다닐게 ”
“ 약속이야 ”
“ 응! 약속 ”
그렇게 우리는 또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 또한 서서히 멎어가고 있었다.
” 어라, 비가 그쳤네 “
” 응 그러게 “
”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넌 꿈이 뭐였어? “
” 꿈? “
” 장래희망 같은 거 있잖아 “
“ 음.. ”
“ 넌 뭐가 되고 싶어? ”
“ .. 나는 “
” … “
” 그냥 이대로 있고 싶어,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
“ … ”

“ 저기 저 무지개처럼 ”
범규는 창 밖 무지개를 바라보았고 왠지 모르게 슬픈 눈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오래 가지 못한 고향길을 쳐다보듯이, 아쉽고 그리워하는 눈으로
난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무지개를 바라 볼 뿐이었다.
무지개는 정말 아름답고 예뻤다.
내가 본 무지개 중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무지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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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하세요 “
” 뭐? 너..!! ”
탁,

“ 그만하시라고요, 제발 “
처음이었다. 너의 상처를 직접적으로 본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