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요새 왜 자꾸 나한테 과자 사다줘? “
” 어? “
” 전에는 사다 달라고 하면 그렇게 인상을 찌뿌리던 얘가 요새는 아주 싱글벙글 하단 말이지 ”
“ 내가 무슨..! ”
“ 뭐 잘생긴 의사쌤이라도 본거야? 그래서 그 쌤 보려고 맨날 나가? ”
“ 아니거든? “
” 하여튼.. 앞으로 나 과자 안 먹을거니까 내 옆에 딱 붙어있어 ”
“ 이씨.. 있으면 되잖아! 있으면.. ”
강태현 놈이 아무래도 눈치를 챈 것 같다. 내가 심부름을 곱게 가는 이유가 온전히 자신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는 것을
이래서 눈치가 빠른 놈은 좀 피곤하다.
얼른 답을 듣고 싶어서 오늘 일부러 평소보다 일찍 온건데 완전 꽝이다. 제대로 꽝 맞았다.
결국 난 강태현이 낮잠에 빠진 이후에야 병실을 나올 수 있었고 빠르게 편의점 쪽으로 내려갔다.
역시나 편의점에서 천천히, 오랫동안 고민하고 골랐다.
그 사람이 먼저 인사를 해주기를 바라며
“ 뭐야.. 벌써 내려왔다가 올라간건가.. ”
어제는 뭐 큰 일이 있었으니 안 내려왔다고 해도 오늘은 왜? 설마 나 용서 안 해주는 거야?
진짜 그것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결국 편의점에서는 못봤고 아쉬운 마음에 1층만 계속 빙빙 돌아다녔다.
그렇게 혼자서 10분 넘게 1층을 돌아다녔다.
결국 1층에서도 보지 못했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내려오던 엘레베이터를 눌렀다.
띵,
드르륵,
“..!!”
“ 아.. ”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가 보였고 나는 당황해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사실 일부러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어색함에 자기도 모르게 내게 인사를 하도록
“ 어.. 그.. 음.. “
” … “
일부러 계속해서 인사를 하지 않았고 그 사람도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먼저 인사를 건네지는 않았다.
설마 진짜로 나 용서 못 받는건가..
그때,
” .. 반가워 “
“ 네..? “
” .. 대답이에요 “
” … “

“ 어제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 ”
“ 그럼.. ”
“ 용서, 해줄게요. ”
“ ㅈ..진짜요? “
“ 용서해줬으니까 나랑 잠깐 얘기 좀 해요 ”
그렇게 나는 범규와 함께 어제 그 정원 벤치로 갔다. 또 한번 나와 그 사이엔 침묵이 흘렀고 역시나 또 내가 먼저 입을 뗐다.
“ 무슨 얘기에요? “
” 그냥, 그쪽이 몰랐을 그날 이후의 이야기들 “
” 아.. “
” 그날 이후로 난 정말 다른 병원으로 갔어요 “
” … “
” 진짜.. 한 달은 진짜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는데 “
” … “
” 사람이 무서운게, 그거에 또 적응을 하더라고요 “
” … “
” 뭐 아무튼, 그러고나서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걸 알았고 입원이 급한 상황이었어요. “
” … “
” 그래서 지금은 어머니 간병 때문에 잠깐 나와있는거에요 “
” … “
” 난 어머니 간병이 끝나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해요 “
” … “
“ 이전의 나였다면, 그쪽한테 같이 돌아가자고 떼를 썼겠죠 ”
“ … ”
“ 하지만 당신에게 당신의 삶도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이제 그건 못 하겠더라구요 “
” … “
“ 그래서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
“ .. 나한테 결정권을 주는 거네요 ”
” 그쵸 “
솔직히 말해서 난 같이 돌아가고 싶었다. 그 환상 속으로, 나의 네버랜드로 함께
하지만 난 이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도 되는지가 의문이었다. 내가 다시 이 사람에게 똑같은 상처를 주게 되진 않을까, 안 줄 자신은 있나
이미 상처를 준 사람에게 다시 가겠다고 이야기해도 되는 것일까
“ 그쪽은 내가 다시 함께 가기를 원하는 거에요? ”
“ .. 그렇죠 ”
“ 왜요? 이미 한 번 난 그쪽한테 상처를 줬는데.. ”
“ 상처를 준 시간들은 행복을 준 시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
“ … ”
“ 그만큼 당신은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런 당신이 내 옆에 있으면 난 행복해져요 ”
“ … ”
“ 잠시 떠나도 괜찮아요. 이렇게 다시.. “
"..?"

“ 바람개비처럼,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거야 ”
“ … “
” 나랑.. 함께 가자, 여주야 “
"..!! "
동화 속에서 피터팬은 어른이 된 웬디에게 다시 한 번 그곳으로 날아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어른이 된 웬디에겐 그저 어린아이의 상상어린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웬디는 피터팬과 함께 가지 않고 자신의 세계에 머물게 된다. 피터팬에게 자신은 전과 달라졌다고 이야기하며 그에게 ‘현실’을 이야기한다.
상처 받은 피터팬 옆에 있어줄 수 있는 것은 ‘웬디’가 아니다. 그건 바로 ‘팅커벨‘이다.
지금 저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들리는 건, 내가 웬디가 아니기 때문이다. 난 웬디가 아닌 팅커벨이다.
나의 ’현실‘을 버리고 그의 ’환상‘을 택할 팅커벨
그게 나인 것 같다.
잠시 ‘현실’에 머물러도 괜찮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현실’을 나온 뒤 맞이 할 그 ‘환상’은 더욱 매력적이고 달콤할테니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된다.
마치 하나의 바람개비처럼
“ .. 그래 좋아 ”
“ .. 역시 ”
“ … ”

“ 너랑 함께면 난 행복해져 “
이 미소처럼, 다시 돌고 돌아 그때처럼
•
•
•
•
•
•
•
“ 저거 봐! ”
“ 와.. 나 저거 처음 봐 ”
“ 와 짱 예뻐.. 미쳤다 “

“ 그렇게 좋아? ”
“ 당연하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