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범규랑 무슨 일 있었어요? “
” 네..?! “
어제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난 한숨도 자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자꾸만 그 상황이 생각나서 물론 싫은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얼굴이 빨개져서 범규를 못 볼 것 같다.
” 원래 범규가 특정날이 되면 잠을 잘 못자거든요, 근데 어제는 잘 자더라고요 “
” 아.. “
어제 내게 그런 짓을 해놓고 본인은 잘 잤다니, 난 어제 한숨도 자지 못했는데
최범규가 살짝 미워졌다. 아주 살짝
“ 여러모로 범규가 여주 학생을 만나서 다행인 것 같아요 ”
” 아.. 저 그 특정날이라는 건 뭘 하는 날이에요? “
” .. 우리는 매달 한 번씩 보호자를 만나는 날이 있어요 “
” 보호자라면.. “
” 네, 범규네 어머니요 “
범규는 어른들을 좋아하지 않으니 부모님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어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마냥 싫은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싫어하는 것을 넘어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으니까
“ 참 안쓰러워요, 매달 그렇게 잠도 못자고 힘들어하는 거 보면.. ”
“ … ”
“ 자기 주변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세우고 혼자 싸우는 걸 보면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요 ”
“ 안 만날 수는 없는거에요? ”
“ 만나게 하는 이유는 여주씨가 여기 있는 이유와 같답니다 “
“ 아.. ”
“ 뭐, 누군가가 보면 가혹해 보일 수는 있겠죠 ”
사실 까먹고 있었다. 그 아이의 세계에 빠져 나도 모르게 현실을 자각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있는 댓가, 이뤄내야 하는 그것
잠시 후,
드르륵,
“ 나 왔어 ”
“ 오늘은 딱 맞춰서 왔네? ”
” 사실 일찍 왔는데 간호사님 정리 도와드렸어 “
” 간호사님 보기 전에 나부터 보러 와주지.. ”
“ 어이고 나 없어서 심심했어? ”
“ 응, 엄청 ”
“ 나도 ”

” 다음부터는 나 먼저 보러와야 해? 알았지? “
” 알았어. 꼭 그럴게 “
그렇게 또 범규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놀았다. 그렇게 놀다보니 어느덧 해는 지고 역시 달이 차올라 있었다.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
“ 정말 왜 너랑 있으면 저 시계가 못 달려서 안달인지 모르겠다니까 ”
“ 푸흐.. 그러게 ”
“ 그냥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면 안돼? ”
“ 어..? ”
순간 범규의 말에 어제의 일이 떠올랐고 나도 모르게 또 얼굴이 빨개졌다. 또 다시 몽글몽글 피어나는 그 기분은 나를 위로 더 높이 들어올린다.
“ 어라 얼굴이 빨간데.. 혹시 어디 아픈거야? “
” ㅇ..어? 아니 괜찮아! ”
“ 그래? “
” 어.. 아 맞다! 오늘 보름달이 뜬다고 했는데, 우리 그거나 보러 갈까? ”
“ 난 니가 하자는 건 늘 좋아 “
정말 넌 날 자꾸 너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난 네 세계에서 자꾸만 허우적 거리고
그렇게 우린 병원 밖 벤치로 갔고 달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때,
” 어, 저기.. “
” ..? 우와 “

정말로 큰 보름달이 우리를 향해 빛나고 있었다.
“ 예쁘다.. 엄청 크잖아 ”
“ 그러게 ”
“ 전에 나랑 같이 본 그 달보다 더 큰 것 같아? 어때? ”
“ 응, 더 크고 예쁜 것 같아 ”
“ 그때 같이 보기로 약속한 거 이렇게 지켰네 ”
“ 고마워 ”
“ 에이.. 뭘 ”
“ 그때도 지금도 너랑 같이 봐서 너무 좋아 ”
“ … ”

“ 그때 본 달보다 더 예쁘고 아름다워 ”
“ … ”
보름달밤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으로 또 다시 나를 현실 속에서 데리고 나오는 니가, 그런 너의 모습에 홀려 네 손을 잡고 다시 위로 날아오르는 내가
또 서로 맞잡은 손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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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만 그런게 아니야 ”
“ 어? ”
“ 나도, 너랑 있으면 행복해져 항상 ”
“ … ”
“ 나도 니가 너무 좋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