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피터팬

EP. 9 네버랜드

“ 여주양 요즘 무슨 좋은 일 있어요? ”

“ 네? ”

“ 요새는 자주 웃는 것 같길래 ”

“ 아.. ”

“ 남자친구라도 생겼나? ”

“ .. 그건 아닌데 ”

“ 그럼? ”

“ 그냥, 좋아요. 행복하고 그래요 “


내가 행복한 이유, 그건 아마도 범규 때문이겠지

그때,

띠리링,


” 누구세요? “

” 여기 00병원 입니다. 아직 미납된 금액이 있어서요 “

” 네? 분명 저번주에 전부 입금했..는데 ”

“ 글쎄요, 저희 측에선 미납으로 확인됩니다 ”

“ .. 미납이 맞을것 같네요. “


그리고 지금 이 현실이 이전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도 그 아이 때문이겠지

그 아이의 세상은 정말로 환상 같다. 그래서인지 유독 더 빠져나오기 싫고 영원히 그 안에서 잠들고 싶은 것 같다.

 밖에 있는 이 현실을 더욱 슬프고 힘들게 만드는 그 환상에 빠져 난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착각하고 있었다. 이 환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그런 나의 유토피아적인 착각.


결국 난 가게 사장님께 부탁드려 다음달 월급을 당겨 받았다. 그렇게 병원비를 입금했고 바로 그 사람의 집으로 찾아갔다.


똑똑,

“ 문 열어요 ”

“ … ”

“ 문 열라고!! ”


드르륵,


” 갑자기 찾아와서 이게 무슨 행패야? “

” 아빠야말로 이게 무슨 짓이에요? 할머니 병원비를 빼면 어쩌자는 건데요!! ”

“ 허.. 그 늙은 할망구 뒷바라지를 아직도 하고 있어? ”

“ .. 어떻게 “

” 그리고 너 내가 한 달에 한 번 20만원씩 입금하라고 했어, 안 했어? “

” 뭐요? “

” 니 애비 굶겨죽일 셈이야? “

” .. 죽어요 “

” 뭐? “

” 그렇게 살거면 차라리 죽어요. 진심이에요 “

” 너..!! “

” 다음에도 이런 짓하면 그땐 정말 경찰서 갈 줄 알아요 “


그렇게 난 그 악몽 같은 곳을 나왔고 나오자마자 다리의 힘이 모두 풀려 그대로 주저 앉고 말았다.

금방이라도 터져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꾹 참고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로 그곳으로 갔다.

결국 또 다시, 나의 네버랜드로






드르륵,



“ 오늘은 진짜 나부터 보러 왔네 ”

“ .. 응 ”



Gravatar

“ 역시 너라면 지켜줄 것 같았어 “

“ … ”


왜 계속 넌 나를 네버랜드로 이끄는 것일까. 자꾸 이러면 그 악몽들이 더 슬프고 힘들어진 다는 걸 아는데, 왜 난 널 뿌리치지 못하는 걸까

너의 말 한마디와 그 미소 한 번은 내게 와 나의 차갑게 굳은 마음을 단숨에 녹여버리고 그대로 다시 뛰게 한다.


” 무슨 일 있었어? 오늘따라 더 힘들어 보이네 “

” 응, 오늘은 평소랑 다르게 좀 힘드네 “

” 아니, 너는 늘 내가 말한 그때 그 시곗바늘이었어 “

” … ”

“ 지금은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고 한 발짝씩 버겁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

“ … ”

” 그러지 않아도 괜찮은데 말이야 “

” .. 어째서? ”

“ 나와 있는 이 시간정도는 천천히 움직여도 괜찮아 ”

“ … ”

“ 힘들게 달려야 하는 그 시간들을 위해 잠시 쉬는 것 뿐이니까 ”


어릴 적부터 내게 따라온 그 ‘가난’이라는 존재는 날 챗바퀴 속에서 가둬두고 계속해서 채찍질 했다. 느려져서도 안되고 멈춰서도 안되는 그런 챗바퀴 속에서 끈임없이 날 괴롭혀 왔다.

그래서인지 난 쉬는 느낌을 몰랐다. 흔히들 말하는 ’힐링‘이라는 단어를 직접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난 너를 만난 이후로 계속해서 느껴온 것 같다. 그 어때보다도 편했고 그래서 더 원했다. 유일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이라

난 너의 네버랜드를 빠져나올 수 없다. 드디어 찾은 행복 같아서 이곳에서 빠져나오기가 싫다.

더 깊게, 더 오래 이 곳에 머물고 싶다.

나 역시 너와 함께 있는 순간마다 행복해지고 그곳은 나의 네버랜드가 된다.



주르륵,


” 진짜.. 안 울고 싶었는데 “

” 잠깐은 무너져도 괜찮아. 같이 다시 쌓으면 돼 “


꼬옥,



Gravatar

” 내가 그런 것처럼, 너도 나랑 있는 순간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

” … “


그렇게 난 또 다시 너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되었고 이전보다 더 강하게 널 원하게 되었다.

이곳에 계속해서 있고 싶다. ‘너’ 라는 이 네버랜드 속에서 영원히 잠들고 싶다


” 넌 날 늘 행복하게 해주는데, 난 그러지 못하네 “

” .. 너만 그런게 아니야 ”

“ 어? ”

“ 나도, 너랑 있으면 행복해져 항상 ”

“ … ”

“ 나도 니가 너무 좋아. ”

“ … ”

“ 좋아해, 범규야 ”


결국 난 또 다시 너의 세계로 빠지고 말았다. 완전히
























” 넌 뭐가 되고 싶어? “

” .. 나는 “

” … ”

“ 그냥 이대로 있고 싶어, 변하지 않고 이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