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틴!

하이, 틴!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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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옆에서 느껴지는 눈길을 무시하기를 몇 분. 전학생은 내가 피하면 피할수록 더 지긋하게 바라보았다. 그런 전학생의 행동에 속으로 여러 의문들이 불어났다. 아까 인사를 안 받아줘서 이러는 걸까, 내 얼굴이 그렇게 웃기게 생겼나, 이게 눈으로 협박하는 아메리칸 스타일인가···. 안 그래도 작은 몸을 꾸깃거리며 움츠렸다. 남들의 보기에는 덩치 산만한 남자애가 조그만 여자애를 괴롭히는 모습일 것이다. 정작 그 남자애는 꿀 떨어지듯 바라보고 있지만 말이었다.


고개를 슬쩍 돌리니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다. 근데 얘 눈동자가 좀 이상하다. 아까보다 훨씬 더 호기심에 물들어 있었다. 차라리 누가 전학생한테 말이라도 걸으면 나을 것 같은데 다들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눈물을 뒤 삼키며 김태형이 있는쪽을 흘겨봤다. 그러자 부름에 응답하듯 벌떡 일어선다. 한동안 나만 바라보던 전학생이 눈길을 뗄 정도였다.




“제이라고 했나?”

“···응. 나, 제이.”

“그래, 제이! 난 김태형이야.”

“태, 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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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대로 불러. 이왕 줄여서 부를 거면 형이라고 불러도 좋고!”




전학생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갸웃거렸다. 그러면 김태형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전학생의 등을 팡팡 칠 뿐이었다. 이게 불편한 자리에 있을 때 김태형을 부르는 이유였다. 김태형은 처음 본 애한테도 거리낌이 없었다. 나같이 낯가리는 애가 김태형과 친해진 이유도 오롯이 김태형으로부터 시작됐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김태형은 한 번 입이 열리면 절대 못 말리는 놈이니까.




“너는?”

“···나?"

“응. 너."

“나 왜···?"




오, 미친. 이게 믿는 도끼한테 발등 찍힌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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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 to know. ···네 이름.”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전학생이 물어왔다. 죄송한데 그 몸으로 손 만지작 해봤자 하나도 안 귀엽거든요?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자니 옆에서 누군가가 쿡 하고 웃었다. 웃음의 정체는 김태형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못 참겠다는 듯 입을 틀어막기까지 했다. 그래, 얘가 웬일로 순순히 도와주나 했다. 그 와중에 전학생은 힐끔힐끔 눈치를 보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김태형의 의도대로 먼저 입을 뗐다.




“···김여름이야. 잘 부탁해.”

“녀름? 맞아?”

“어어···. 그래. 여름이라고.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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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아.”

“···뭐?”

“늠아. 늠이, 좋아.”




전학생이 웃는 낯으로 직구를 던졌다. 한낱 풋내기인 내가 그 직구를 버틸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애칭이 좋다는 거야, 아니면 내가 좋다는 거야. 후자는 최대한 배제하고 싶었지만 반 애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나같이 다 환호와 감탄을 짓거나 더한 경우는 전학생의 귀여움을 보고 뒷목을 잡았다. 환장하겠네. 미국에서 살았을 때도 이 정도의 오픈 마인드는 못 받아봤다고.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김태형이 헛기침을 했다.




“큽···. 그래, 제이. 일단 여기까지 하자.”

“응? 뭘?”

“있어, 그런 게. 김여름은 지금 충분히 벅찰 걸?”

“···으음, I don't understand.”




이게 플러팅이 아니라고? 그럼 대체 미국의 플러팅은 어느 정도인 거지. 벌써부터 앞날이 깜깜한 느낌이었다. 전학생이보수적인 한국의 문화를 빨리 깨닫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혼이 다 빨려 축 늘어진 사이, 김태형과 전학생은 서로 말을 이어갔다. 의외로 둘의 합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제이!”




별안간 들리는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뒷문을 향했다. 우리 반 남자애가 우리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애는 “쌤이 너 교무실로 오래!”라며 부연 설명을 했다. 저 바보. 며칠 전까지 미국에서 살던 애가 쌤과 교무실이라는 단어를 알 리가 없잖아. 예상대로 전학생은 얼떨결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기만 했다. 자신을 부르니까 가긴 가는데 누가, 어디로인지는 모르는듯싶었다. 그 모습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받았던 옛날의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 젠장.


일부러 소리가 나도록 일어섰다. 그리고 전학생을 앞질러 걸어 나갔다. 전학생은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었다.




“···뭐해.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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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냐! I'll go.”




전학생은 종종걸음으로 내 뒤에 따라붙었다. 김태형이 미치겠다는 듯 웃고 있는 것을 보면 1년 치 놀림감이었다. 하지만이미 저지른 일을 어쩌겠어···. 그래. 체념한 나와 그런 날 올곧게 쳐다보는 전학생은 차후 애들 사이에서 큰 이야깃거리가 됐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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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에 -






질문.여름이는  제이를 피하는 건가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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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가 보는 제이]

살벌과 다정의 불협화음

+ (스포)여름이의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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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이 보는 실제 제이]

사랑에 빠진 말랑 콩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