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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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행성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나도 너의 행성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너의 궤도 안에 섞여 비로소 너의 소속이 되었을 때만큼이나 기뻤던 적이 없으니. 그렇게 나는 모두의 환호와 함께 네 품에 안겨졌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예상과는 다르게 네 옆에 있던 그 시간들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난 단숨에 그들과 너로부터 버려졌다. 내가 네 궤도에 속하지 않았을 거라며 떠들어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암묵하는 널 보고 내 온몸이 굳어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너에게 내가 만족되지 않는다면 기꺼이 네 궤도를 벗어나줄게.

나의 태양, 나의 항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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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없는 행성이라, 골치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너를 받기만 했는데 생각해 보면 너는 매번 빛났다. 내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 또한 아마 나의 착각이자 허상. 다른 행성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 역시 사랑해 줄 것이라 믿었다. 너에게 소속된 나는 그 이후 아무 곳에도 갈 수 없었다. 오직 너의 궤도에서만, 너의 주위에서만 맴돌 뿐이다. 네가 나를 이미 잊은 줄도 모르고 죽을 듯이. 그렇게 죽을 듯이.



" 무슨 생각 해? "

" 아, 별거 아니야. 그냥 별이 예뻐서 보고 있었어. "

" 이번 여행은 어때, 마지막치고 너무 감정 없이 굴었나. "

" 아냐, 괜찮았어. "

" 다행이네. 믿어져? 우리 이제 다 끝났어. "



너의 눈을 바라본 나는 시선을 빠르게 하늘로 돌렸다. 결말을 상상하고 일을 저지를 셈이었다면 애초부터 너에게 다가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별 여행, 대부분 연인들이 서로에게 지쳐 헤어질 마땅한 핑계가 없을 때나 하는 비열한 이별 방식이었다. 지인들이 이별 여행을 간다고 할 때마다 사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왜?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여행까지 가는 이유는 뭘까. 나는 절대 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 어차피 너도 마음 식었잖아. 마지막으로 여행이나 갈래? "



하지만 지난 주말, 너 혼자 단정 지은 나의 사랑에 반박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알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아마도 너는 이미 식었다는 이야기겠지. 너의 깊은 눈동자를 보는 게 나의 취미였고, 네가 행복해하는 걸 보는 게 나의 사랑이었는데 그걸 내가 이뤄줄 수 없다면 기꺼이 떠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설령 내가 행복하지 못한다 해도 너는 그저 같은 일상에 나만 없을 뿐, 전혀 상관치 않을 테니.



" 미소야. "

" 왜. "

" 내 옆에 네가 있던 거, 맞지? "

" 정확히는 네가 내 옆에 있었지. "




나도 너처럼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널 버릴 수 없었다. 나도 네 궤도에 속했었는데. 나도 네 옆을 맴돌았는데. 캐리어를 끌고 돌아서는 네 모습을 보고도 너에게 등을 질 수 없었다. 정말이지, 네가 나를 버릴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고. 네가 나로부터 이탈한 건지, 내가 너로부터 이탈한 건지 분간도 되지 않는다.



" 굳이 나를 버려야겠어? "

" 왜 이래, 마지막이라고 미련 남은 사람처럼. "

" 네가 먼저 날 지웠잖아. "



이렇게까지 구질구질 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염치없이 흐르는 눈물에 괜히 소매로 세게 눈가를 짓눌렀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네가 난 정말 싫어. 내가 이렇게 울고 있는데도 가만히 보고만 있는 네가 몇 년 전과 너무 다른 것 같아서, 나를 이미 잊은 것 같아서 도무지 미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애초에 내 옆에 있지 말지 그랬어. 그럼 버려질 일도 없었을 텐데. "

" 뭐? "

" 네 잘못이야. 다들 그렇게 얘기하잖아. "



그래. 내가 네 곁에 있던 것 자체가 내 죄악일 것이다. 내 존재 자체로 네 명성을 먹칠했을지도 모른다. 나 혼자 네 곁을 떠돌고 있던 거야. 마치 내가 네 곁을 떠돈다고 착각이라도 한 듯. 작별이 무색하게 네 표정은 변함없었다. 저렇게도 매정한 말을 하면서 내 눈 한 번 봐주지 않는 널 보면 여전히 눈가가 시리다.




" 다른 사람들 말고. 너도 그렇게 생각해? "

" ... "

" 너도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 "

" 어쩌면 넌 처음부터 내 옆에 없었던 거야. "

" ... 그래? "

" 그래. 너도 언젠가 이 말을 이해하겠지. "




그제서야 너는 내 눈과 시선을 맞췄다. 우주를 담은 깊은 눈동자와 비례하지 않는 향긋한 향에 온몸이 녹아버리는 듯했다. 내 잘못이야.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 생각도 그래.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너를 꽉 안았다. 옛날 같았으면 버둥거리며 놔달라고 앙탈 부렸을 텐데 지금은 그냥 내 등에 팔을 올려 살살 쓰담을뿐이다. 마지막인가 봐, 우리.



" 이제 원래 네가 가야 할 길로 가. "

"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딘데. "

" 나를 벗어나는 그 궤도 말이야. "



너를 벗어나는 나의 궤도... 더 이상은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알겠다는 뜻으로 가볍게 고개를 두 번 끄덕이고는 먼저 등을 돌렸다. 한참 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해 가만히 서있다가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점점 반복할수록 아무렇지 않게 걸어갈 수 있었다. 이제는 의미도, 너도, 그 무엇도 없는 내 궤도가 너무나도 불균형했다.



혹시 몰라 뒤를 돌아보자 넌 이미 떠난 후였다. 사실 물어볼 수 있다면 물어보고 싶었다. 왜 날 너로부터 내쫓은 건지, 왜 여행을 오자고 한 건지. 차라리 문자로 통보해서 헤어졌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미련이 남지 않았을 텐데. 계속해서 이어져가는 자책과 실망으로 너는 기어코 나를 갉아먹었다.



그런데 말이야, 사실 나는 그것만으로 만족해. 태양의 세계에 속했던 어리석은 별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러니 내가 너의 곁을 지나가게 된다면 인사해 줄래. 네가 어떤 표정이던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표정을 지을 거야.

너는 그저 처음 봤던 그때처럼 온전히 빛나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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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 나의 태양, 나의 미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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