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늑대"와 친구로 지내는 법 [犬友情法]

05.

 

"결아!"

 

나는 반가움 반, 안도감 반으로 결이의 이름을 불렀지만, 곧 그 마음은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그림자에서 나온 결이의 도포의 허리띠 일부가 피로 물들어있었다.

 

"너, 너 다쳤어? 괜찮은 거야..?"

 

순간 비틀거리는 결이를 나는 달려가 붙잡았다. 긴장이 풀린 결이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설아, 내가 아직도 널 믿어도 되는 걸까..?"

 

나는 말없이 결이를 안아주어야만 했다.

 

"백성들은 피난 보냈고, 나의 처를 며칠 전 떠나보냈고, 이제 나의 곁엔 나의 아이들만 남았었는데, 그 아이들 마저 잃어버렸어.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나의 어께에 기대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던 결이는 이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곧 밤이 되었다. 잠든 결이는 자신의 온전한 모습인 늑대의 모습이 되었다. 나는 회색 늑대가 되어버린 결이를 겨우 들쳐매고 마을로 내려왔다.

 

건강을 위한 요양을 핑게로 늑대족의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사가를 얻어 지냈던 나는 다행히 결이를 숨겨줄 수 있었다. 이또한 아무리 품계가 높았어도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최고 무녀의 신임까지 받는 나였기에 특별히 신전에서 허락해준 것이었다. 그런 사가에 늑대족이라...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나 뿐만 아니라 식솔까지 모두 처벌받을 만한 엄청난 반역이지만, 나의 결이이지 않은가. 마침 전쟁 중이라 시종들도 모두 집을 비운 상태였다.

 

복부에 치명상을 잃었던 결이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치료를 해야만 했다. 또한 나머지 시간대에는 결이의 부탁으로 숲에 아이들을 찾으러 다녔다. 워낙 강했던 전사라사인지 결이의 회복력은 남달랐다. 또한 상처가 나아질 수록 남준은 점차 자신의 혼현을 감추고 점차 인간의 모습으로 지내기 시작했다.

 

나의 행동은 명백한 군대 이탈이었지만, 숲에서 치뤄진 세번째 전투부터는 인간진영에 치명타가 많아 많은 실종자가 나왔기에 나를 굳이 찾아보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나 또한 길을 잃은 것으로 윗선에 보고 했고, 부상을 핑게로 휴가를 냈다.

 

세번째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되어 족장을 잃은 회색 늑대족은 빈 마을을 남겨둔 채 갑자기 홀연히 사라져버리면서 전쟁은 끝이났다. 나는 그들이 최근에 전쟁으로 인해 생긴 유민들 사이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굳이 보고하지 않았다. 더이상 수인들의 희생을 보고 싶지 않았다.

 

검은 숲 너머로 비어버린 회색 늑대들의 마을을 차지하게 된 인간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희생했는 지도 잊은 채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하며 승리감에 고취되었다. 최고 무녀는 신전의 위상이 올라가서 기뻐했고, 젊은 무녀들의 희생은 외면했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지만, 사람들에게는 금방 잊혀져버렸다.

 

나의 사가에 머무는 결이는 밤마다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꿈 속에서 결이는 검은 숲에 묻어주어야만 했던 아내의 묘 옆에 아이들이 있는 모습을 보거나, 죽은 아내 곁에 아이들이 함께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일어나서 결이는 애꿎은 칼을 갈았다. 숯돌이 닳아 없어지도록 묵묵히 갈아 없앴다. 나는 결이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찾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