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늑대"와 친구로 지내는 법 [犬友情法]

06.

 

 

휴가가 얼마남지 않아 마음이 급했다. 나는 숲을 뒤지고 다니며 최선을 다해 아이들의 흔적을 또한 어쩌면 그들을 도왔을지도 모를 늑대족의 흔적을 쫒았다. 그들의 흔적은 북쪽에서 끊겨있었고 안개 속에 둘러 쌓인 숲에서 더이상 나는 흔적을 쫒을 수가 없었다.

 

"북서쪽으로 더 가볼까? 북쪽으로는 더이상 흔적이 없는 것 같아."

 

"어쩌면 하얀 여우의 영토에 닿았을지도 몰라. 그들의 도력은 강하니까.. 아마 네가 우리 영토에 왔던 것 처럼 우연히 그들의 결계 속으로 들어가긴 어려울 거야. 그래서 흔적이 끊긴 것 처럼 보일지도 몰라."

 

"결아, 그럼 너는 어떻게 할래?...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만이라도 머물러도 되고..."

 

나는 내심 결이와 더 있고 싶었지만 그것이 올바른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툇마루에 걸터 앉아 힘없이 달빛을 받아내던 결이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글쎄, 가족과 나라를 잃은 왕이 어디를 가야하나, 죽지 못해 사는 거지..."

 

마음 속이 아려왔다. 결이를 놓아줘야했다. 나는 결이를 지켜내고 싶었다. 결이가 괜찮다고 한 이후에도 나는 숲을 살피려 계속 다녔다. 결이가 알려준 하얀 여우의 영토 근처에는 확실히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있는 듯 했지만, 수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속된 잔인한 전쟁에 수인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지내는 것을 포기한 것일까?

 

휴가의 마지막 날 이른 아침. 북서쪽 끝자락, 드디어 나는 두 마리의 어린 회식 늑대가 하얀 여유들 무리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아이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다니는 것 보다 혼현의 모습으로 다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예닐곱 살에 완전한 인간의 모습이었던 결이는 얼마나 강한 도력을 타고났던 걸까? 아무 준비 없이 족장자리에 올라 결계를 지킬 떄에도 그는 첫번째 전투에서 승리할 정도로 강했었다. 결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집을 돌아와보니, 백발이 성성한 회색 당포를 입은 노인이 툇마루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최근 며칠동안 신전에서 나에게 보내주는 의원이었다. 결이가 나와 함께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었는데, 칼을 갈고 있는 그를 시종이나 호위무사라고 생각 한듯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딱 한번 의원과 마주쳤던 결이는 그가 올 무렵아면 자리를 비웠다. 다행히 그는 규칙적으로 늘 오시(11시~1시)에 와서 늘 점심을 먹고 갔는데, 오늘만은 다른 날과는 달리 아침 일찍 온 모양이었다. 노인이 알지 못하도록 미리 산에 다녀온 흔적을 지우고, 신력을 감추는 수행도 해야하는데, 수행을 하지 못한 나로서는 꽤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나의 외출용 검은 당의에 묻은 나뭇잎들을 발견한 그의 눈썹이 쓰윽 올라갔다.

 

"무녀님, 벌써 산을 다니실 정도라니, 많이 회복하신 듯 하시군요. 허허허"

 

당황한 나의 모습에 그가 능청스럽게 웃었다.

 

"예. 답답한 마음에 산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전쟁으로 산이 많이 상해있더군요."

 

두 손을 모으고 최대한 공손히 대답했다. 노인에게 의심을 받아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내가 그동안 감추려고 노력한 신력을 들킬까 두려웠다. 어릴 때 시험을 받고 내가 상당한 신력이 있음을 알게 되어 얼마나 절망했던가. 행여라도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될까 두려워 이 능력을 숨기려고 얼마나 노력했것만... 더이상 무녀의 일에 깊숙히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회복되시는데로 신전으로 나오라는 최고 무녀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번에 최고 무녀님께서 중요하게 하실 말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오늘 오후에라도 신전에 들리시지요."

 

"예, 알겠습니다. 의원 나리"

 

나는 예를 갖추어 대답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결이가 떠나야하는 때가 다가오는 것 같아서, 어서 노인을 집에서 내보내고 싶었다.

 

"나리, 조반을 올릴까요? 오늘 진료는 아무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노인은 밍기적거리며 툇마루에 앉아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아닙니다. 내가 오늘은 신전에 일이 있어 일찍 왔으니, 오늘은 이만 물러나야겠소."

 

그는 뭔가 나에게 더 할 말이 있는 듯 가까이 다가왔다.

 

"무녀님, 아침에 잠시 함께 계시는 사내를 마주쳤는데 그 사내에게서 도력이 느껴집니다. 멀리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아침에 노인은 결이도 만났던 모양이었다. 일반적인 무녀들도 도력의 기운을 잘 모르는 편인데, 하물며 의원일 뿐인 노인네가 도력을 어찌 느낀단 말인가, 신전에서 보내준 노인이 보통 용한 의원은 아니었나보았다. 결이를 보내는 것을 서둘러야 했다.

 

"그럼 이만 가겠소이다. 내일은 신전에서 보겠구려." 

 

의원이 떠나는 것을 보자마자 나는 결이를 찾으러 산으로 향했다. 결이에게 아침에 본 것들을 알리고 결이를 보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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