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늑대"와 친구로 지내는 법 [犬友情法]

10.

 

"설아, 너 이게 무슨..!"

 

결이가 본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검붉은 기운에 휘말려들어가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당황한 나는 주문을 마치지 못 할까봐 겁이났다. 결이를 떠나게 해야한다. 나의 곁을 떠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카아아앙

 

결이가 커다란 칼을 꺼내들었다. 칼이 결이와 공명하면서 기이한 소리를 냈다.

 

"설아, 내가 보호해줄께. 나에게 와. 그들에게서 벗어나게 내가 널 지켜줄께."

 

결이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 안돼... 더이상 다가오지마. 고결한 결이에게 나는 너무 해로울 뿐이야.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주문을 어떻게든 마치고 이 상황을 끝내야 했다. 결이는 이런 나의 마음을 아랑곳 않고 붉은 기운을 헤치고 성큼성큼 걸어오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내가 뭐라고 했어. 나에게 와도 된다고 했잖아.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했잖아!"

 

머뭇거리는 나의 손목을 결이가 낚아챘다.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뿌리칠 수가 없었다. 결이가 나를 끌어당기더니 그대로 품에 안았다. 그의 눈빛이 다시 빛나고 있었다. 아이들을 만난 걸까..?

 

하지만 안되, 나는 너에게 나는 해로워.. 결이가 돌아가게 해야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 결이를 떠나게 하지? 결연한 눈빛을 보고 알았다. 그는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없어진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결이도 떠나지 않을까..? 그렇게 나의 목숨까지 갈아 넣어 주문을 완성한다면... 주문도 더 강력하게 완성될 거야.

 

불안한 눈빛으로 여기저기 살피다보니 결이의 칼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결이의 다른 손에 있던 칼을 잡아당겨 그것을 나의 옆구리에 꽂았다. 결이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결아, 나, 나를 두고 떠나... 나는 이 주문을 완성할께.. 이 주문이 너희 부족을, 또 다른 부족들을 지켜줄꺼야."

 

힘을 더 주어서 칼을 더 깊숙히 꽂으려고 하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결이가 완강히 거부하고 있었다.

 

"설아, 너 나의 맹세를 잊었어? 나는 너를 두고 떠나지 않아. 나는 너의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고!!"

 

붉은 소용돌이 안에서 결이가 외쳤다. 그의 푸른 도포자락과 나의 붉은 당의가 뒤엉겨 펄럭거리는 모습은, 마치 두 가지 색의 옷들이 다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 땅을 저주해.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았어. 더이상 나는 갈 곳이 없어. 최고 무녀가 나에게 후계자가 되라고 했다고. 나는 후계가 되고 싶진 않아. 거부할 방법이 없다고!"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외쳤다. 방금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배 밖으로 왈칵 뜨거운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결아, 정말 고마워. 어린 시절 너를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 나에겐 네가 나의 유일한 친구였ㅇ...."

 

비록 결이가 거부했어도, 이미 찔린 칼에 많은 피를 흘린 터라 나는 더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내가 마지막 사력을 다해 주문을 완성하려고 할 때였다. 결이는 칼을 뽑아내더니 그 자리에 마치 지혈을 하듯 손을 얹었다.

 

"설아 멈춰. 멈추면 되. 안 하면 되잖아. 이 지옥 같은 땅에 너를 희생하지마. 나와 같이 가자."

 

사아아아...

 

밝은 푸른 빛이 우리를 감싸안았다. 시리도록 차가운 느낌... 이것이 도력의 느낌인가... 뜨겁고 불안정한 신력과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결이가 나를 치유하면서, 밝은 푸른 빛이 검붉은 기운을 잠재웠다. 완성되지 못한 주문은 이내 사그라들었고, 검은 재만 남긴 채 검붉은 기운도 사라졌다. 그러자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모두 도망쳤다.

 

쿨럭쿨럭,

 

 입 안에 고여있던 검붉은 피를 토해낸 나는 결이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다.

 

"설아, 나와 함께 가자. 하얀 여우족에게 있는 아이들을 확인하고 왔어. 그 곳에서 많은 늑대 유민들을 만났어. 우리가 피난 시켰던 유민들도 많이 모여있더라. 어서 가자. 그들도 너를 보면 반가워할 꺼야."

 

결이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의 마음을 울렸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뭇거리는 나를 결이가 잡아 이끌었다.

 

"설아, 너는 죽어가던 나를 살렸고, 나의 아이들도 찾아줬어. 이번에는 내가 너를 살릴께. 그러니까 함께 가자."

 

등 뒤로 인간들의 마을이 점점 멀어져갔다. 새로운 곳으로 이제 떠난다. 그렇다. 내가 태어난 이후로 처음으로 내가 갈 곳을스스로 정했다. 다시는 이 곳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몸이 성치 않아 발걸음은 한없이 느렸지만 그 무게만큼은 정말로 가벼웠다.

 

 

fin.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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