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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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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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돌아오고 나는 한동안 잠시 혼란스러웠다. 내가 너무 태주를 쫒아다니긴 했지만, 그렇게 부담스러웠나...?
미국 출장이후 태주가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육아를 맡았다. 별거기간이 끝나면서 유치원에 다시 태주가 마중 나갔었는데 요즘은 다시 내가 나가는 중이다. 태주가 디자인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도와주고 싶었던 건데... 한발 물러서고 나니 집안일이며, 아이들이며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았다. 솔로 앨범은 아직 기한이 많이 남았고, 슈가형이랑 같이 만들던 노래 작업이 남아있긴 한데, 아이들 픽업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뭘 어쩌겠어.. 그냥 내가 해야지!
그래도 태주는 가끔 같이 공장에 가달라고도 하고, 늦은 시간에 미팅이 있을 때면 아이들 재우는 것도 부탁하기도 했다.
태주가 간혹 자기가 한 일들을 보여주거나 공장에서 최종완성된 시안을 컨펌 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멋있었고 이런 여자가 내여자라는게 역시 흡족했다. 그래 강아지처럼 쫒아다닌건... 사실 맞다 내가 좀 오바했다. 인정! 처음 가는 미국 출장이었는데 내가 따라가니까 부담스러웠겠지.. 하지만 내 나름 스케쥴 만들어 간거라고..! 나 그정도 능력은 있는 남잔데.. ㅎㅎㅎ
되돌아보면, 연애할 때부터 서로 너무 바쁜 와중에 틈틈히 만났기 때문에, 서로의 삶을 깊히 보여준 적이 별로 없었다. 일하면서 오는 외로움이나 힘듦에 대해서는 서로의 존재가 공감해줄 수 있었지만, 그 속사정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알지 못했다.
바쁨에 의한 무관심의 시간들은 나를 수동적으로 만들었다. 태주가 아이들을 낳고 본업으로 돌아가지 못 해서 전전 긍긍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뭔가 말을 해주지도, 도와주지도 못 하게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질려나.. 이렇게 생각하고 지나칠 뻔했다. 이번에 태주를 새로 알게 되면서 태주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태주는 내가 쫒아다니는 것이 귀찮았던 것 같긴 하지만, 나한테는 그게 나름 최선이이었는데... 태주가 선을 그으려는 것 같아서 조금은 섭섭했다.
그나저나 태주가 하는 일은 고생스럽긴 해도 꽤나 재미있어보인다. 특히 예전에 보았던 태주의 생기 있는 표정이 보여서 좋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같이 산다는 것은, 단순히 몸이 같이 사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서로의 꿈을 응원해줄 수도 있어야 하니까...
디자인을 하는 태주가 너무 좋다. 여러 시안들을 조율하고 고쳐가면서 완성해갈 때, 그 시안들이 진짜 물건으로 만들어질 때 뿌듯해하는 태주는 멋있어보이기까지 했다. 언젠간 태주와 다시 첫만남 때 처럼 디자인 콜라보를 해보리라...!
한편 내가 태주로 부터 한발 물러서니 태주가 이번에는 다가오는 것 같았다. 요즘 태주는 내 일에 정말 관심이 많아졌다. 앨범 컨셉이며 곡이며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정국아 너 무대 위에서 진짜 멋있는 거 알지....?
이번에는 음악 방송 할꺼야...?"
아이들 낳은 후에는 특히나 내 일에 관심 없었는데... 관심이 없다기 보단 육아에 바빠서 관심을 못 준 건가..
"하긴 할 껀데,
첫 개인 앨범처럼 퍼포먼스를 주로 하진 않을 꺼 같아.."
"아니 왜..? 뭐 다른 생각이 있어?"
"그런 건 아니고, 뭐랄까, 나 이만큼 성숙했어요..
이런 걸 보여주고 싶어~"
"진짜?"
"응, 나 이제 아빠도 되었고, 나이도 먹었고...
예전에는 진짜 철없고 어리숙했었는데,
지금은 뭐랄까..
나 이만큼 컸다고 보여주고 싶은데..?"
그리고 너와의 일로도 이번에 많이 성숙해진 것 같고.... ㅎㅎ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들을 노래에 담고 싶어.
"그래서 진지한 노래만들꺼야~
물론 퍼포먼스가 위주인 노래도 하나 넣어야지.. ㅎㅎㅎ
우리 아미들을 위해서..:)
그 노래는 음방 안하고, 콘서트에서만 보여줘야지..!"
"욜... 팬들 되게 좋아하겠다.."
"팬 아니고 아미, 아미라고 불러야지~"
"그래 아미들~ 너의 사랑 아미들ㅎㅎㅎ"
태주는 아미라는 말이 아직도 어색한 것 같다.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인데... 이제 태주에게 내 세계도 보여줘야지... 조금씩 물들여가야지...
태주는 무안했는지 슬며시 나를 안아줬다. 이렇게 서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붙어지내는데도, 아직 서로 알아가고 물들여가야하는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오랜시간 동안 질리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건가..?
그나저나..
우리 태주는 아미들에게 질투는 안하나...?
나는 태주가 남자직원이랑 회의하는 것만 봐도 질투나던데...
"너는 질투 안나...?
내가 아미들 좋아하는 거..."
"글쎄... 질투 할께 있나...?
네 사랑은 나보다 아미가 먼저인데..."
"태주야, 니가 이렇게 이야기할 땐 꼭 어른 같아...
나라면 질투했을 텐데"
솔직히 나는 질투난다고...!!
너의 모든 부분 다 손에 넣고 싶은데...
왜 너는 다 내 꺼인데도 계속 더 갖고 싶은 걸까...?
어쩌면 나는 니가 일을 하겠다고 바깥 일을 한다고 할 때 니가 훨훨 날아가진 않을까 무의식적으로 불안했던 것 같다.
태주가 이런 나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너는 그런 거에 질투나니까
나처럼 너밖에 모르는 여자 만났고,
나는 괜찮으니까 모두가 탐내하던 전정국을 가졌지~"
"오호... 그러셔...? "
어라.. 이태주 제법이네...? 뭔가 들킨 것 같아서 허탈한데..
가만히 앉아있는데 태주가 볼에 입을 맞추며 다가왔다.
너는 내 안에 있는 이 소유욕이 얼마나 큰 지 몰랐으면 좋겠는데.....
"그럼 다들 탐하던 날 가졌으니, 오늘 한번 마음 껏 탐해봐~"
냅다 태주를 안아서 침대로 향했다.
오늘 밤은 쉽게 재워주지 않을테야..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