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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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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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한 척 태주를 보내줬다. 3주라니, 무려 3주라니~!!!!!!
너무 한 것 아닌가.. 그래도 태주의 꿈을 지지해주고 싶으니까 쿨하게 보내줬는데...
다시 독박 육악의 시간이 돌아오니 생활이 엉망이 되었다.
이게 원이 옷이었는지 담이 옷이었는지 애들에게 입히려고 하는데 서로 아니라고 하고, 나도 헷갈려서 울고 싶던 찰라 윤기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정국아 오늘도 회사 못 와?
네가 지난 번에 안 풀린다던 작업 좀 같이 들어보자]
앗싸.. 콜이다.. 슈가형이 날 찾는다... 안그래도 오늘 회사에 가기로 해서 육아도우미와 엄마가 오기로 했는데, 30분 뒤면 도착할 것 같다. 오자마자 딱 나가야지.. ㅋㅋㅋ 그동안 집에서 어떻게든 작업을 해보려 했지만, 도무지가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회사에 나가야한다.
"아니 형 오늘은 꼭 갈 껀데.. 요즘 태주가 집에 없어가지구.. 아 정신없다...
나 잠깐만 애들 옷만 입혀놓고 엄마 오시면 나갈꺼야."
[뭐야, 또 태주씨랑 뭔일 있냐?]
"아니아니, 출장갔어.. 알지? 태주 엔지씨랑 일하는 거...'
[아.. 야 식겁했네.. ㅋㅋㅋ 알았어.
우리 정국이 육아하느라 바쁘구나... ]
"맞아 형.. 애들 돌보는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 같아,
가서 연락할께 형은 계속 회사에 있을 꺼지?"
[어어.. 오늘은 하루종이 있을 것 같으니까 오면 연락해~]
요즘 후반 작업 중인데, 고민 되는 거 있다고 윤기형에게 얘기했더니, 오늘 마침 시간이 되는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회사 좀 가야겠다. 집에서 작업하는 거 내 스타일 아닌데, 애들 때문에 집에서 작업하자니, 다시 생활이 태주가 집을 나갔을 때 처럼 뒤죽박죽이 되어갔다.
태주가 없는 집은 정말 힘들다...그래도 태주의 꿈을 위해 나도 이렇게 지원해줘야 하는 거겠지....
그나저나 엄마 오기 전에 애들 옷 좀 입혀놓을랬더니 왜이렇게 힘드냐.. ㅜㅠ 오늘따라 원이는 슈퍼맨 옷을 입겠다고 난리고, 담이는 이 옷도 저 옷도 맘에 안든다며 퇴짜 놓기 바빴다. 태주가 이럴 때 담이 달래고 원이 진정시키면 딱 정리됬었는데... 둘다 참 말을 안듣는다.. 난 아무래도 육아레벨이 오르기에는 아직 멀었나보다.
태주가 가면 육아도우미가 매일 오기로 했었는데, 엄마는 내가 혼자 애들 본다는게 걱정되었는지, 오늘부터 꾸준히 도와주겠다며 집에 온다고 했다. 올해 초에 태주랑 나랑 잠깐 별거 했던 건 모르시니까.. 우리가 둘다 집을 비우게 되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고 알고 계신 것 같다. 아무쪼록 오셔서 힘들다고만 안 했으면 좋겠는데.. 나는 엄마가 오시는 것도 걱정이다.
그래도 육아도우미도 같이 계시니까 났겠지 뭐,
딩동~
드디어 엄마가 오셨다.
"그래서 너 언제 집에 온다고? "
"어.. 아직 안 정했는데,
오늘 슈가형 만날꺼라 늦을 수도 있어~."
"나도 너희 아빠한테 몇시에 들어가다고 말은 해야할 것 아니야.. 대강 데리고 있다가 잘 시간 되면 데리고 우리집으로 갈까? 멀지도 않으니까.."
"아.. 엄마 정말 그래도 되??"
"그럼.. 너 엄마 못 믿니?
늬 아빠도 손주들 보고 싶을 수도 있고..
늬들 두 형제도 내가 키워봤는데,
뭐 그렇게 힘들겠니...?
내가 알아서할 테니까 일단 다녀와라~"
"그래..? 알았어.. 고마워, 엄마."
아직 내복 차림의 아이들을 둘러보다가, 그래 어떻게 엄마가 잘 준비시키고 나가시겠지 싶어 집을 나섰다.
하지만...
회사에서 몇시간의 작업 뒤 엄마에게 걸려오는 전화에 결국 작업의 산통이 모두 깨져버렸다. 엄마는 애들 데리고 가는데 뭘 이리 바리바리 싸들고 가려고 하시는지...
이거 찾고 저거 찾고, 에휴.. 육아도우미 샘도 이것저것 다 아실텐데, 그걸 그 분께 물어보질 않으시고, 굳이 그걸 나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는 통에 집중력이 산산조각나버렸다.
윤기형이 집에나 가라고 했지만 어떻게 나온 집인데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엄마도 대강 어떻게 집에 가신 듯 하니 남아서 뭐라도 하려고 하는데 집중이 되질 않았다.
나의 삶에 우리 가족안에 태주가 맡은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또 한편으로는 내가 그 역할에 얼마나 무심했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삶만큼 태주의 삶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어떻게든 또 클 꺼니까.. 지혜롭게 이 시간을 잘 견디며 지나가야겠지..
휴...
작업실에 앉아있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무래도 태주의 삶을 위해 내 삶의 일부를 보태야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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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수정했습니다..ㅜ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