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하게 헤어지는 방법

Ep. 20 [시즌 오픈 준비] 그 여자 이야기

*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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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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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오픈을 위한 3주간의 길다면 긴 출장이 잡혔다. 아이들도 못 보는 것도 걱정이고... 정국이가 물론 잘 하겠지만,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도 잘 보여야하고.. 출장준비 하는 내내 왠지 긴장이 멈추질 않았다.

떠나는 날까지 몇번이나 짐을 체크하고, 미국에서의 일정도 체크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최소한으로 잡은 출장이었기에 런칭 쇼 관련 회의부터 시작해서, 매장 인테리어 컨셉 공사 등등등... 많은 일정들이 뺴곡히 잡혀있었다.


무엇보다도 드디어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새로운 커리어의 단원 하나가 완성된다.. 
너무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고 마음에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다.

반응이 어떨까..? 제발제발..... 괜찮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준비했던 프레젠테이션들이며 샘플이며 모든 것들이  날 도와줄테니까... 나를 믿고 잘 해내야지! 싶다가도 아이들을 낳으면서 생겼던 공백들이 그 시간들이 나의 감을 떨어뜨린 건 아닌지, 나를 도태되게 만들 었던 것은 아닌지, 마음이 또 불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일을 하면서 내가 걱정한 것 만큼 내가 뒷처지거나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내가 가진 감각이나 독특한 개성들이 일에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다른 것은 다 준비 되었으니 나만 자신감을 가지면 된다...!! 흡흡.. 힘을 내야지...^^



"엄마, 잘 다녀오세요!!"



정국이가 원이, 담이와 함께 공항으로 배웅을 나왔다. 



"태주야 잘 다녀오고, 잘하고와! 
 집은 너무 걱정마! 내가 어떨게든 견뎌볼께...!!"



아니, 정국아... 견디겠다니 너무 걱정되잖아... ㅜㅠㅠㅠ 정국이는 3주간 혼자 애들을 봐야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엄청나긴 했었다. 하지만 뭐 별수 있나.. 그렇다고 내 출장을 막을 수도 없고.. 정국이의 볼멘소리를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전정국씨, 평소에 잘했잖어... 왜이래 걱정되게... ㅎㅎ"


"태주야, 나 사실 엄청 걱정되긴 하거든..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잘 지내고 있을께..

 런칭날에는 나도 미국에 갈꺼니까 그때 보자"


"응, 그래"



왠일인지 응석부리는 우리 정국이 한번 꼭 안아주고, 그 다음엔 원이랑 담이를 한번씩 꼭 안아줬다. 



"엄마랑 밤마다 맨날 영상통화하자.. 알았지..? 
 매일 뭐했는지 엄마한테 얘기 해줘야해..?"


"응~~ 꼭 이야기 할께~"



유독 나를 좋아하는 원이가 손가락걸어 약속을 했다. 뒤돌아 출국장으로 들어가는데 기분이 왠지 이상했다.


엄마 잘하고 올께!!!


기분이 뭉클 하면서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잘 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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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마시며 휴식을 취하세요"
(커피 마시고 힘내~)



매장에 들어와서 인테리어 공사 상황을 확인 중인데, 엔지가 커피를 사들고 찾아왔다. 이번 제품은 거의 깔끔한 화이트앤 블랙이어서 인테리어도 제품이 튀어보일 수 있게 화이트 고딕풍으로 했다. 깨끗하고 약간 윤기나는 화이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소재 마감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매장 인테리어에 따라서 제품이 주는 인상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 또한 디자이너들의 몫이었다. 




공사가 거의 끝나가는 매장에 가서 마감이 약속대로 잘 되었는지 나는 살펴보고 있었다. 아직 바닥에는 바닥이 긁히지 않게 보호해주는 카펫들이 어지럽게 깔려있고, 안에는 도장이 끝난지 얼마 안되서 페인트 냄새도 아직 남아있었다. 엔지와 나는 커피를 들고 매장 밖 쇼핑몰 뜰로 나왔다. 



"주언니, 어때..? How's going?"


"No problem. 아직 까진 일정대로 잘 되어가는 것 같아"



엔지가 사온건 카라멜 마키아또 였다. 쎈스 있기는... 당 떨어진 줄은 어떻게 알아서.. ㅎㅎㅎ 엔지는 오빠인 제이콥과 전국 매장에 운송 중인 제품들 확인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어쨋건 신제품들이 시즌에 맞춰 다같이 풀려야하니까 여간 바쁜 게 아니었다. 일부 가방, 신발들은 한국에서, 옷들 중 일부는 중국에서,  다른 나라에서 오는 물건도 있고.. 바쁠 수 밖에 없었다. 엔지는 물류센터에 며칠동안 출장 가 있다가 오랜만에 본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매장도 보고 나도 만날 겸 겸사겸사 찾아왔던 것 같았다. 



"Ju, How about Lunch?(주언니, 점심은?)"


"Not yet~(아직..) 같이 먹을까...?"



 엔지도 나도 이번 시즌에 사력을 걸고 있었다. 나에게는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챕터를 여는 일이었고, 엔지에게는 의상에서 잡화 까지 사업을 확장한 첫 시즌이었기 때문에 대중의 반응이나 매출이 신경 쓰일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나는 엔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엔지 또한 그러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믿을 수 있었다. 물론 디자이너 팀과도 많이 친해지긴 했지만, 디자이너팀과의 친밀감은 동료로서의 친밀감이라면, 엔지와는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짜 단짝 같은 친밀감이 있었다.


우리는 사무실에 돌아가는 길에 중국음식을 포장해갔다. 
점심이 약간 늦었기 때문에 우리는 회사 탕비실에서 조용히 같이 점심을 먹었다.


"그럼, 앙제, 결혼식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결혼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

 마미랑 얘기했어? 디 안젤리나 한국에 진출하는 거랑 상관 없이 wedding date(결혼 날짜)정하고 싶다고..얘기했어?"


"Yeah... a little (응, 조금...)

 조금은 나를 이해하는 것 같긴 했어.. 

 디 안젤리나 진출하는 일이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진행되어서, 
 이번 시즌 끝나면 진행될 것 같대. 

너무 무리해서 맞추지 말자고 하셨어."


"Really? 잘됬다.... 그리고 한국 진출도 생각 보다 빠르네...? "


"응, 이미 조금씩 진행되고 있었더라고... 아무래도 한국에서 잘 자리잡으면 동아시아쪽으로 진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까 한국을 거점으로 잡으려고 해..ㅎㅎㅎ"

"와우, 당신은 국제적인 CEO가 되실 건가요?
 (우와 그럼 엔지는 이제 국제적인 기업의 CEO가 되는 거야?)"


"아니,, 마미가 CEO지 나는 그냥 머 ㅎㅎㅎ 직원? ㅋㅋㅋㅋ 
 그런 거 부담스러워~

 Anyway, 쭈언니는 애들이랑은 어떻게 지내?"


"우리? 맨날 영상통화하고 있지. 

우리는 서로 그리워요.
 (서로 보고싶지 뭐..) 
하지만 쿠키는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있어요.
 (꾹이가 애들은 잘 돌보고 있어)"


"언젠가는 호비랑 너처럼 가족을 이루고 싶어,
하지만 언제가 적절한 시점인지는 모르겠어요."
(언젠가는 나도 언니처럼 호비랑 가족을 만들고 싶은데, 
언제가 좋은 시점인지 잘 모르겠어.)


"there's no right time.  (좋은 때는 없어.)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감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감성적으로 생각해봐),
 Follow your mind.(마음을 따라가)"


"Ok I'll try...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노력은 해볼께.."



엔지.. 내가 볼땐 너 빨리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것 같아.. Right now(바로 지금)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사실 이번 시즌은 우리에게 너무 중요하기는 해서.. 뭐라 말을 못 해줬다. 여튼.. 이번 시즌 런칭하고 얼마 안가면 난 계약 종료인데... 우리 엔지는 결혼하면 한국에 산다고 하니까 되도록 빨리 결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지랑은 가까이 있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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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까지 내용이 얼마 안 남았는데... ㅜㅠ
이번 학기 너무 바빴어요.. 늦게 와서 죄송합니당..


보시는 분들... 댓글로 생존신고 좀 부탁드려요..

댓글 보고 힘내서 다음편 또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