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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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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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즌 오픈을 알리는 파티날. 장소는 디 안젤리나 LA 본사 직영점이었다.
전날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던 정국은 늦은 아침 숙소에서 느긋하게 나왔다. 태주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이날 새벽부터 각종 촬영에 엄청난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차마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내가 중요한 무대에 설 때마다 태주는 이런 마음이었을까? 태주를 기다리는 시간이 정국은 어색하기만 했다.
숙소로 정국을 데리러 온 차안에는 호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비형! 얼마만이야~"
"What' up~ Bro~ (와썹 브로~) 우리 전정구기~ 반갑다잉~"
최근 엔지의 외조를 하겠다며, 화보 촬영과 음반 녹음을 비롯한 스케줄을 미국에서 소화하며 오랫동안 미국에 머물고 있던 호석이었기에 정국과 호석은 몇 달 만에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한 손에 엔지와 태주의 초대장을 들고 있던 정국은 가는 동안 조금씩 긴장 되기 시작했다. 태주에게 너무나도 연락하고 싶었지만, 바쁠 것을 알기에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
내가 큰 무대를 서기 전마다 태주는 이런 마음이었을까..?
태주가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하는 수 없이 혼자 기다리는 초조한 마음이 참 이상할 만큼 하나하나 태주를 더 강렬하게 생각나게 했다.
호석을 만나 반가운 마음도 잠시 정국은 태주 생각에 곧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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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의 고딕한 외관을 갖춘 한 건물의 쇼윈도에는 태주가 이번 시즌동안 준비한 시크한 가방과 신발들이 하얗고 까만 옷들 사이에 가만히 디피되어있었다. 정국은 그 모습이 마치 연예 시절 시크하게 꾸미고 다니던 태주의 모습 같아서 아련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매장 입구로 향하며 쇼윈도로 연미복 차림의 잘 세팅된 자신의 모습이 비치자, 정국은 벌써 태주를 만난 것처럼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서로를 꾸미고 만나는 것이 몇년 만일까.. 우리가 이렇게 만난 적이나 있었나..? 연애시절 부터 늘 숨어서 만나느라 거의 처음일 것 같았다.
그동안 여러 브랜드 초대를 받아왔던 정국이지만, 태주의 초대는 단순히 참석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태주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드디어 해냈다는 뜻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결혼한 이후 태주가 드디어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것 같은 인상도 들었다. 정국에게는 지금 이순간이 태주가 힘들었던 것 이상으로 여러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 오늘은 미리 시즌의 반응을 예측할수 있는 프리-오픈 데이(Pre-Openning Day)로 연예, 패션계의 셀럽들과 여러 잡지 언론사들이 오는 날이었다. 따라서 태주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날이기도 했다. 이날의 셀럽들의 매출이나 반응은 전체적인 브랜드의 성과와도 연결되기도 했다.
"정국아! 이게 진짜 외조이다 그지?"
분위기를 띄우는 호비의 말에도 정국은 말없이 씩 웃으며 어께를 토닥였다. 패션브랜드를 이끌던 엔지를 지켜보며 외조를 하던 호비는 이 순간 누구보다 정국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근데, 형.. 늘 내가 태주를 초대했었는데,
오늘은 내가 초대받은 거니까 뭔가 새롭긴 하다..ㅎㅎㅎ"
"그래, 태주씨가 행사에 우리를 초대하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치?
정국아, 만나면 많이 많이 축하해줘~ "
입구를 지나자 정국은 태주가 더 짙게 느껴졌다.
태주가 정성 들여 가방을 디자인하고, 얼마나 신경써서 디피했을지 생각해보니, 하나 하나마다 정말 특별하고 예뻐보였다. 원이, 담이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태주의 잉태작이었다.
평소에 가방이나 신발같은 소품에 관심이 많은 호비는 옆에서 감탄사를 내뱉으며 뭔가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정작 정국은 그 이야기를 대출 흘려보내고 말동말동 눈을 굴리며 태주를 열심히 찾았다. 일단 축하부터 해주고 싶은데... 어디에 있는 걸까?
특히나 시즌 오픈을 준비했던 이번 출장은 3주간의 장기출장이어서 애들이랑 떨어져 있는 것을 태주가 얼마나 힘들어했었지. 영상 통화를 할 때마다 태주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 모습을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가장 먼저 찾아가서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태주의 모습이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태주에게 주려고 준비한 축하 꽃다발과 샴패인을 들고 태주를 찾아 정국의 커다랗고 동그란 눈망울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진행요원들이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저멀리 익숙한 인영이 나타났다. 아, 저기다.. 저 멀리 안쪽에서 뭔가 파일 같은 걸 들고 있는 태주가 보였다. 정말 멀리 있는데도 정국은 바로 태주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태주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눈이 마주쳐지질 않았다. 태주도 어딘가를 보는 듯 매장을 둘러보는 것 같은데, 입구 쪽이라 시선이 마주치기에는 거리가 너무 먼 것 같았다.
안되겠다, 내가 저쪽으로 가야지....
하지만 뱡향을 잡은 발걸음은 곧 매장의 안내요원들에게 길이 막혔다.
"정국님, 호비님,
먼저 여기 포토월에서 먼저 사진 부탁드립니다!!"
브랜드 홍보팀이었다.
일반적으로 VIP 초대손님들은 오면 할 일이 많았다. 그 중,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이 포토월. 아직 대기 줄에 서있는 일반 초대손님들이 환호하고 있는 입구 쪽 포토월이 보였다. 태주는 안쪽에서 뭔가를 체크 하는 중인 것 같은데, 가장 먼저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지만, 순서를 빼앗길 것 같단 생각에 마음은 조급해졌다. 하지만 현장 안내를 하던 홍보팀을 살핀 정국은 그들중 매니저인 듯 한 사람에게 능숙하게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과 샴페인을 잠시 부탁하고는 포토월에 프로답게 섰다.
우리 마누라 일인데 일은 정확히 해야지!
오랜만에 풀메이크업에 풀착장도 했으니 포토월에 서자!
"이쪽도 한번 봐주세요~~~ 자 손하트, 스마일"
정국과 호비는 프로페셔널하게 정신없이 팡팡 터져대는 플레쉬 속에서 포토월 행사와 간단한 인터뷰까지 마쳤다. 행사를 끝내고 잠시 눈앞에 번쩍이는 잔상들을 잠재우느라 눈을 꿈뻑거리던 중, 멀리서 다가오는 서로의 피앙세를 정국과 호석은 알아볼 수 있었다. 엔지와 태주가 각각 이 행사의 가장 큰 초대손님인 호비와 정국을 직접 맞이하러 온 것이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태주가 보이자 정국은 손을 반갑게 흔들었다.
여러 인파 사이에 하얀색 투피스에 힐까지 신은 태주는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정국의 눈에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은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태주만 보인다고나 할까?
우리 태주가 저렇게 스타일리쉬했었나? 정말로 새로운 태주의 발견이네 ㅎㅎㅎ
오늘은 집에서 알던 모습과는 완전 다른 사람 같았다. 아름다운 태주의 모습에 넋을 잃고 있던 정국은 정신을 곧 차리고 옆에 있던 직원에게 맡겨든 꽃다발과 샴페인을 되찾고 그녀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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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서 3파트로 나눠서 출판할 예정입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