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5)
=======
. . .
한편 아침부터, 정확히는 새벽부터 태주는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이 예측한 엔지가 태주를 픽업하러 숙소에 들렸다.
"Ju 언니~ 준비 됐어?"
"Just a minute!!(잠깐만!!)
으아~ 엔지 나 진짜 여유 있게 나가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
너무 떨려서 그런지 빨리빨리 못하겠어.."
숙소에서부터 태주는 허둥지둥이였다. 머리를 빗다가 빗을 떨어뜨리고, 에센스 병을 잡는데 손이 미끌어졌다.
어제 밤 늦게 까지 매장에서 이것 저것 체크하느라 늦게 나온 탓일까, 준비가 빨리 되지를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정국이의 입국시간도 체크하고, 아이들과 통화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여유가 나지 않았다. 첫 프리 오픈 전날. 모든 게 완벽하고 싶어서 매장에 들려 디피 되어있는 가방 각도까지 하나하나 다시 한번 체크한 탓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시크하고 멋있게 보이고 싶었다. 내일은 새벽부터 각종 잡지에 실릴 사진들과 영상들도 찍고, 중요한 셀러브리티들이 오는 너무도 바쁜 하루일 것이다. 매장 점검은 전날 완벽하게 끝내야했다.
고딕과 시크
이번의 컨셉이었다. 반짝이면서도 실용적인 비건 가죽 소재의 블랙과 화이트가 가득한 매장. 의류들도 고딕한 컨셉이었지만, 실용적인 디 안젤리나의 범위를 벗어나진 않았다. 마지막으로 매장을 둘러보니 도시적인 안젤리나의 브랜드에 한겹 덮어진 태주의 손길이 아름답게 안젤리나 매장을 밝게 빛내고 있었다. 드디어 만족스러웠다. 12시를 넘겨서야 태주는 겨우 숙소에 돌아왔다.
어서 정국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지난 몇개월간 매달린 나의 성과를
보안을 이유로 정국이에게 사진 한 장 조차 보내지 않은 태주는 마음이 설레고 떨려서 새벽에 도저히 손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Relaxe 언니, (릴랙스, 언니)
언니는 몸만 오면 되~
옷도 메이크업도 다 매장가서 할 꺼잖아.
다 잘 될 거야 ~ 걱정하지 마
(다 괜찮을 꺼야, 걱정마) "
룸 앞에서 기다리던 엔지는 결국 문을 열고 들어와 태주를 다정하게 달랬다. 엔지는 어제 저녁에 함께 있진 않았지만, 함께 일하며 지켜보던 앤지는 그녀가 늦게까지 매장에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엔지가 들어오는 것을 보는 순간 태주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엔지가 없었더라면 이런 순간이 찾아올 수 있었을까..? 불과 1여년 전만 해도 태주는 정국이에게 별거 선언을 하고 집을 나오려고 했었다. 딱히 갈 곳도 없어서 예진이네 공방에서 지냈던 며칠 밤이긴 했지만, 세간의 눈빛들이 무서워서 일이 너무 하고 싶어도 포트폴리오를 들고 면접 가는 것조차 어려웠었다. 그후 만났던 여러 친구들이 용기를 주지 않았다면, 특히나 엔지를 만나지 않았다면, 오늘이 가능했을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엔지를 보며 태주는 만감이 교차했다.
"응응, 가자! 엔지. 나도 내가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어.. !
하지만 괜찮아요, 모든 게 잘 될 거예요!
(하지만 그래, 다 괜찮을 거야!)"
고작 두시간도 못 잤지만, 태주는 밝게 미소가 지어졌다. 간단하게 스킨케어만 겨우 마친 태주는 곧바로 엔지와 함께 나섰다.
. . .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새벽에 맞춰 각종 잡지와 홈페이지 등에 실을 매장의 영상과 사진은 차질없이 촬영되었다. 모두 태주가 전날 밤 매장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덕분이었다. 한바탕 일을 치루고, 손님 맞을 준비를 위해 매장 안쪽의 프라이빗 룸에 앉으니 겨우 아침이 되었다. 매장 스텝들이 사다준 따뜻한 베이글과 커피가 태주를 맞이했다.
엔지는 고생한 디자이너들을 위해 헤어, 메이크업 팀을 불러주었다. 오늘 홍보팀과 인터뷰도 진행해야하고 초대한 각계 각층의 셀러브리티들을 맞이해야 할 디자이너들을 위한 작은 배려였다.
새벽 세시부터 진행된 촬영 스케줄에 뛰어다니던 태주는 베이글을 오물거리며, 잠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여기서 지치면 안될 일, 이번에는 헤어 메이크업 팀의 도움을 받아 완벽하게 세팅된 모습으로 다시 재장전해야했다.
게다가 오늘은 정국이가 오는 날이잖아... 몇 주만에 만나는 건지, 생각만하면 설레임에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힘을 내야지. 조금 더 달려야지
. . .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태주는 겨우 힘주어 서있었다. 벌써 이렇게 힘들면 안되는데, 일찍 자라던 엔지의 조언을 무시한 것이 태주는 조금은 후회되었다.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버텨야지 싶었다. 프리오픈 날이어서 오늘은 셀러브리티들만 오는 날이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잘 맞이하면 하루는 잘 마무리될 터였다.
오후에 간단한 에프터 파티가 있지만, 그 땐 정국이가 있을 거니까, 괜찮을 꺼야.
매장 스탭들에게 막 도착하기 시작하던 셀러브리티들의 명단을 체크하던 그 때, 정국이가 도착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와.. 드디어 만난다. 내 남편! 내 엔돌핀, 나의 바카스!
지금 태주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었다. 태주는 정국이가 도착했다는 소식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서 보고 싶은 마음에 태주는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매장이 워낙 넓은 지라, 안 쪽에서는 보일 리가 없었다. 명단을 받아들고,아무리 고개를 돌려봐도 정국이가 보이질 않았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건지... 그때 옆에 엔지가 지나갔다.
"엔지, 호비씨랑, 정국이 도착했대~"
"같이 가자,
(같이 가자.)
우리의 가장 중요한 게스트니까
대표랑 헤드 디자이너가 맞이 해야지~ 그치?"
정국과 호비가 포토월에서 간단한 인터뷰 중이라는 것을 확인한 둘은 곧 포토월로 향했다.
. . .
=======
와... 오랜만의 재 연재인데, 탑10 안에 들었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