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하게 헤어지는 방법

[외전]소미/석진 이야기


*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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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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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석진의 집 

컴퓨터가 마치 피시방처럼 여섯대가 세팅되어있는 방안에는 다시 조용히 타자치는 소리만 흘렀다. 

방 한 가운데 있는 상석을 차지한 소미의 주변에는 책과 프린트들이 잔뜩 널려있고, 화면에는 통계프로그램으로 돌린 각종 그래프와 표들이 가득했다.

반대쪽에서 해드셋을 쓴 석진은 쉬자는 소미를 냉정하게 거절하고 게임에 몰두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연신 소미의 표정을 보며 언제 쯤 그녀의 일이 풀릴 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오빠 우리 좀 쉬다할까..?"


"안되"


"아니야 지금 머리가 안 돌아가.. 이제 쉴 타이밍인 것 같아"


"안되. 너 다시 앉은 지 한 시간 밖에 안됬거든..?"



"..."



지난번 미국 투어 때 같이 다니던 소미는 결혼 전에 졸업을 해야겠다며 미루고 미루던 졸업 논문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프로포절한 내용을 다시 찾아보니 소미는 논문의 많은 빈틈을 발견했고, 소미는 다시금 자신이 논문을 쓰려했던 의미를 되찾느라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연구 시작..


여자연합 언니들의 도움을 통해 "여성 경력단절에 대한 국가정책 보완점"에 대한 인터뷰 및 설문 조사를 끝낸 소미는 연구 자료들을 정리하며 논문 초안을 작성하고 있었다.

 

"오빠, 왠지 출출하지 않아...?"


"나 원래 게임할 때 밥 안먹는데??"


"그게.. 나 집중이 안되..! 좀 리플레쉬가 필요한 것 같아"


"언제는 한번 앉으면 네,다섯 시간 해야한다매, 
 잔말 말고 더 해"



냉정하게 소미의 제안을 거절한 석진이었지만 모니터 너머로 힐끔힐끔 쳐다보는 모습이 영 편안해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지난 번에 다 쓰지 그랬어... ㅎㅎ" 



헤드셋을 쓰고 있던 석진은 어느새 옆에 와있었다.



"오.. 나 위로하러 와준 거야...?"


"아닌데..? 영 안 쓰는 것 같아서 갈구러 온건데...?"



석진은 양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허리를 숙여 모니터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더. 



"너 아직도 목차 써...?? 이래서 언제 다하냐..."


"아니야 , 목차는 원래 틈틈히 쓰는 건데?!"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썼는데....?"


"이제 결과 표 정리해서 넣으면 되는데..."



소미는 간만에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석진이 반가운 듯 표가 담긴 탭을 열었다. 모니터 안에는 어지럽게 생긴 표가 숫자로 가득했다. 



"으아아악.. 정신공격 당하는 거 같아..."

내가 직접 도와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네... 석진은 표를 보다가 모니터를 손으로 가렸고 소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뭐라고..?

 에효...
 그러긴 하지...ㅠㅜ"



소미가 축 늘어지자 석진은 안됐는지 어께를 도닥여줬다.



"우리 미래 마누라가 나중에 나 먹여살려야하니까, 
 내가 도와는 주고 싶고...

직접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 우리 기분전환이라도 할까...?

산책이라도 나가서 야식꺼리 사오면 어때..?
생각해보니까 우리 저녁도 대충 때우고 넘어갔네.. " 



석진의 말에 소미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좋아~"


.    .    .


캡모자를 푹 눌러 쓴 커플이 길을 걷고 있었다.
남자의 손에는 포장된 따끈한 보쌈이 쇼핑백에 가지런히 담겨 들려있었다.



"바람쐬니까 좀 살 것 같다."



석진과 나란히 걷는 소미의 모습이 한결 가벼워보였다.



"그래도 소미야 너 논문도 쓰고 대단하다. 
옆에서 보니까 난 죽어도 그런 건 못할 것 같아"


"오빠, 무슨 소리야,

 그냥 열심히 하다보면 다 되는 거지..
 처음부터 다 잘 할 거라고 생각하고 하는게 어디있어"



소미의 말에 옛생각이 난 석진은 싱긋 웃었다.



"그래.. 열심히 하다보니까 된거다~ 맞는 말이네.. ㅎㅎ
 그래서 이거 먹고 힘내서 다 하는 거다...?

모레까지 교수님께 초안 써가야한다며~"



석진의 말에 소미가 알았어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석진은 그런 소미가 왠지 대견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았어~ 진짜 열심히 해서 밤새 다 마무리할께~!

오빠 고마워~~ ㅎㅎㅎ"


소미 말에 석진이 능청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맨입으로...?"


"으응...?"



주변에 아무도 없는게 맞는지 둘러본 소미는 가로등 아래에서 얼른 석진의 볼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요, 석진씨~"


소미의 빰도 석진의 뺨도 붉어졌다.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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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의 논문이 어여 끝나길요 ㅎㅎㅎㅎ 

현생 정리되는데로 본편도 들고 올께요... 

(줄행랑, 부끄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