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환이 말을 마치자마자 숨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슬아도 당황한 눈치였고 재환도 마찬가지로 본인이 방금 뱉은 말에 놀란 눈치였다.
“...방금 한 말은 잊던가요 먼저 들어가볼게요”
“저기..!”
“네?”
“방금 한 말은 진심이에요?”

“...알아서 판단하세요. 참고로 제가 제일 싫어하는게 거짓말입니다”
“그게 무슨...”
“아 맞다 그리고 한가지 더”
“예?”

“부탁 하나만 하겠습니다. 앞으로 박지훈이랑 단 둘이 만나지 마세요”
“이상한 오해 같은건 하지 마시고 그냥 걔랑 붙어 다닌다고 좋을거 하나 없을거에요 내가 오늘 본게 있거든”
“뭘..보셨는데요?”
“나도 말해주고 싶은데 말해도 슬아씨는 모를거에요 그냥..그냥 걔 만나지 마요. 이건 슬아씨를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

“아까 내가 마지막에 했던 말은 몰라도 사과는 진심이었어요. 안 받아줘도 돼요 그냥 알고만 있으라고”
“그러면...쉬세요 슬아씨”
재환이 방에 들어간 뒤에도 슬아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나는 머리 속이 이렇게나 복잡한데 왜 저 사람은 태연하게 행동하는걸까.

(오늘 오전 지훈과 만났었던 레스토랑) (9화 참고)
뜻 밖에 장소에서 만난 세 사람이 간단하게 관계 정리를 하고 있었을 때에 지훈에 폰에서 문자 알림 소리가 울렸다.
지훈은 폰을 힐끔 보더니 이내 핸드폰 전원 버튼을 눌러 아예 꺼버렸다.
아마 아무도 그걸 보지 않았음 해서 그렇게 한거였겠지만, 지훈이 모르는 사이 재환은 문자의 발신자와 간단한 내용을 이미 읽고 난 뒤였다.
사실 요 며칠 조금 수상했던 지훈인지라 이미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있긴 했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건 사실이었다.

문자의 주인공은 바로 박지원.
지원이 문자에서 언급한 ‘그 여자’ 는 아마 슬아를 뜻하는 듯 했고, 지훈에게 ‘새끼’ 라는 비속어를 호칭으로 쓰는걸 봐선 생각보다 지훈과 가까운 사이라는걸 알 수가 있었다. 뭐 그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레스토랑에서 재환은 여유롭다는 듯이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매우 초조했다. 그저 착한 후배처럼 여겼었던 지훈과 한때는 가장 사랑했었던 여자인 지원의 관계, 그리고 그런 지원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도, 공범 같아보이는 지훈의 속사정은 무엇인지도 재환은 아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다시 현재)
슬아는 아까 재환이 했던 말의 의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솔로 10년 차인 본인과 도통 속을 모르겠는 재환의 콜라보는 정말 환상이 아닌 환장의 조합이었다.
거기다가 방금 전 재환이 무심한 듯이 툭 던진 그 말도 슬아의 머리 속을 더욱 어지럽혔다.

손팅해주세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