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유슬아. 어느덧 2년차가 되어가는 네X버 웹툰 작가다. 뭐, 소설을 더 좋아하지만 소설을 쓰면 클리셰 범벅이 되어가는 내 작품을 아무에게도 공개할 수 없었다. 내 웹툰은 나름 인기가 있었고 먹고 사는데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하루 4시간은 꼬박 책상에 앉아있다 밤만 되면 편의점에서 알바를 뛰었다.
오늘도 알바를 뛰고 와서 내가 쓰는 소설 앞에 누워서 오른손으로 연필을 돌리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벌써 1시간 동안 한 글자도 더 쓰지 못한 채 침대에서 뒹굴다가 결국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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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씹알 나 망했다. 자자 차근차근 상황정리를 해보자. 그래, 여기는 아마도 내가 쓴 소설 속인 것 같다. 내가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 서술한 상황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내 역할은..... 황녀다. 그야말로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여주다.
일단 내가 쓴 황녀는..... 그야말로 완벽한 사기캐였다. 눈 부시는 외모니, 후광이 비치고 온 몸이 여리여리하고..... 쓴 내가 더 부끄러워지는 서술이였다. 쓰윽, 왼쪽 팔을 돌아보니 웬 태어나서 처음보는 뽀얗고 가는 팔이 있었다. 와, 내가 이런 사기캐를 만들어놨네. 방을 둘러보니 정말 중세시대에서 볼 법한 가구들과 옷들이 놓여있었다.
오른쪽을 돌아보니 화장대 앞에 거울과 놓여있는 차가 눈에 거슬렸다. 차는 초록색, 그니까 내 기억을 되살려보면.... 이건 녹차. 현대시대에서는 녹차를 좋아하지만, 여기서는 녹차가 독이였다. 하, 뭔가 먹어보고 싶네. 또 쓸데없는 호기심이 발동됐다. 이거 진짜 먹어도 괜찮아..? 생각해보니까 이건 왜 내 방에 있는 거지. 으아, 복잡해. 일단 밖에 나가서..... 음, 밥 좀 달라해야지.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지!
쓰윽, 어색하게 방문을 열고보니 길고 끝이 없는 복도가 나와있었다. 벽은 화려하게 꾸며져 있고 은으로 되어있는 촛대에 길을 밝혀주는 횟불들이 곳곳에 있었다. 바닥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펫이 깔려있고 창문은 교회에서 볼법한 스테인리스 창문으로 되어있었다. 오른쪽의 다른 창문을 보니 내가 지금 있는 이 공간이 끝이보이지 않는 숲에 둘러쌓여있는 것 같았다. 정원에는 수국, 국화, 튤립, 장미,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자수놓듯 수놓아져 있었다. 와, 예쁘다... 한창 성 구경을 하고 있을 때 즈음 뒤에서 대화하는 듯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 공주님은 창문밖을 보시는 것도 예쁘네. "
참.... 내가 썼다기에도 오글거리는 대사였다. 으으_ 유슬아 진짜. 하녀들도 죄다 레이스가 딸린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있었다. 에휴, 돈이 얼마나 많길래 하녀들도 저런 걸 입고 다녀. 내가 생각하는 하녀랑 많이 다르긴 하네.
결국 제발로 이 넓은 황궁을 구경하고 있자니 벌써 오른쪽에 있는 창문 넘어로 해가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었다. 하아, 좋네. 소설이지만 그래도 예쁘네, 잡생각도 없애고. 얼마나 좋아. 아, 생각해보니까 난 이 황궁의 황녀였다. 이렇게 멋대로 돌아다녀도 되나, 생각할 쯤 뒤에서 귀여운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 황녀님! 식사하세요! "
해맑게 나를 보며 웃음을 짓는 아이의 모습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고였다. 아이 참, 귀엽잖아. 속으로 몇 마디 중얼거리고 아이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래.... 앵두 같은 입술,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에 주먹만한 얼굴, 생각났다. 유아, 숲의 아이다.
" 응, 금방 갈게. "_
짧게 한 마디 대답해주고 다시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만든 유아는 그야말로 주연도 노려볼만한 인물이였다. 내 말동무로 요정계에서 친히 보내준 아이지만, 속내는 알 수 없는, 그런 인물. 그렇기에 항상 조심해야한다, 유아는. 아까 말했듯이 앵두 같이 탐스러운 입술에 휴지 한 조각이면 충분이 가려질만한 자그마한 얼굴. 게다가 쌍커풀이 진한 눈에 똘망똘망한 눈동자. 코는 어찌나 오똑한지, 신기할 따름이다. 비율은 인소 로판에서 나올 법한 비율을 가졌고 머리는 붉으스름한 색에 항상 나뭇가지를 엮은 머리띠를 하고 다녔다.
꼬르륵_ 생각을 마치고 나니 밥 먹는 걸 까먹었냐는 듯이 배에서 알람이 울려댔다. " 앗, 금방 식사 준비해드릴게요! 방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흠, 내 방이 어디였지... 황궁이 너무 넓은 탓인지 가물가물하다. 뭐, 이 참에 황궁 구경하다 들어가야지. 어른 답지 못한 생각 한 나를 꾸짗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정원 입구에 도착했다.
" 황녀님 인사드립니다, 서쪽 제국 데라스의 영애 실로레스 데라스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