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너 사용법
48화
난 며칠동안 정말 쥐 죽은듯이 살았다.
나 그리고 태형이 오빠한테까지 화가 단단히 나버린 언니는
내가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는 절대로 말하지 않았다.
언니에게는 너무나도 미안하지만 그렇게 지내는게 지금은
더 편했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지라 언니가 잠시만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아무와도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그냥 좀 무기력했다. 그래서 진짜 미안하지만 언니와 얘기를 해
문제를 풀고 그러는건 뒤로 미뤄버렸다. 김태형한테서 온
연락들도 단답을 하거나 그냥 무시해버렸다.
전정국한테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시간만 흘려보내다보니 어느새 오늘이 졸업전시회 날이었다. 역시 나한테 그딴 건 의미가 없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는 졸전을 끝낸 후 나는 지금 함께
졸전을 끝낸 동기들과 술자리를 가지다가 갑자기 다들 오른 흥을 참지 못하고 간만에 클럽이나 와버렸다.
뭔가 일탈하고 싶고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 싶었는데 왜 진작
이곳을 찾지 않았나 싶을 만큼 신나서 미친듯이 놀았다.
[나 오빠집에서 잘거야]
정신줄 놓고 놀다 보니 한참 전에 지영언니한테서 통보 식의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나한테 화났으니 장소제공 정도는 이제
미안하지도 않다 이거지? 그래. 그래라.
나도 모르겠다 지금은.
[집이야?]
김태형한테도 톡이 하나 와있었다.
(아니 ㅋㅋ)
(오빤 어딘데?)
[나 이제 일 끝나서]
[너희 집 가려구 회사에서]
(일 되게 늦게 끝났네?)
(나 오늘 좀 많이 늦어)
(친구들이랑 노는 중)
[술 마셔?]
(웅)
[나 혼자 있어 너희 집에...?]
(웅)
(미안해 먼저 자 오빠)
[언제 오려고...]
[다 놀면 데리러 갈까?]
[학교 주위야?]
(아니 ㅋㅋ)
(클럽)
[...]
(모야 점?)
[그냥 지금 오면 안 돼?]
(좀만 더 놀다갈게)
(오랜만에 오니까 재밌엉 ㅎㅎ)
여기까지 톡을 하고 난 다시 즐겼다.
[야...]
[이여주]
[그냥 와]
[그냥 그냥]
[어?]
[너 어디야?]
[ㅇㄷ]
[어디야]
그리고 집에 돌아갈 때쯤 나머지 톡을 확인했다.
(오빠 자?)
[ㅡㅡ]
(왜앵...)
[지금 몇 신줄 알아?]
(.. 가 지금)
[거기 있어]
[지금 택시 안 잡혀 너]
[데리러 갈게]
"오빵~"
"..."
오빠가 조수석에 올라 타는 날 그냥 가만히 지켜봤다.
"아, 뭐야 왜 이래~!"
가만히 보던 눈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내가 입고 있던 코트
한 쪽을 어깨 뒤로 확 젖혔다.

"야. 너 그걸 지금 옷이라고 입었어?"
"아 뭐..."
"하.."
"오빠 왜 안잤어?"
"너 클럽 가 있는데 잠이 오냐."
"안 올건 또 뭐냐.."
"넌 나 두고 이 시간까지 놀아 지지.."
"..."
"너 왜 요즘 내 연락 무시해."
".. 그냥 좀 다 귀찮았어."
"하..."
오빠가 한숨을 내쉬더니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난 그게 좀 마음에 안들었다.
"오빠."
내가 지금 집에 들어온 후 아무말 없는 오빠를 불렀다.
"왜."
방 쪽으로 가다 말고 뒤돌아보는 오빠한테 다가가
오빠 입술 위에 내 입술을 포갰다.
오빠가 날 밀어내려해서 오빠 목을 끌어안으며 계속 맞췄다.
그러고 좀 있다가 오빠가 날 떼어냈다.

"뭐 하는 거야."
오빠가 말했다.
"하기 싫어?"
"안 하기로 했잖아."
"근데."
"뭐가 근데야.."
"이건 왜 지켜. 다른 건 하나도 안 지켰으면서."
"뭐?"
"너 석진오빠 친구까지만 하겠다는 것도 안지켰고, 나 안 좋아
하려고 노력 하겠다는 것도 안지켰어."
"..."
"아무것도 안 지켰잖아 어차피."
"..."
"그래서 나 전정국이랑 끝났잖아. 너가 나 좋아하는 거 들켜서.
너가 노력 안해서 끝난거잖아."
"..."
"내 남친도 아니면서 늦게 들어오는거로 뭐라 하고,
내 옷가지고 뭐라 그러고. 너가 내 남친이야? 내 남친 행세는
다 하려고 하면서 키스는 왜 하면 안 돼?"
"... 이렇게 하기 싫어."
"이렇게 하는 게 뭔데?"

"마음 없이 몸만 하는 거."
"하. 어이없어 우리 원래 몸만 하는 사이였어 왜 이래?"
"난 그런 적 없어."
"난 그랬어 항상."
"후.. 아는데. 싫다고 이제."
"왜 싫어?"
"이제 그렇게 안 되는데 어쩌라고."
"너 나 좋아하잖아. 넌 마음 있잖아?"
"어. 그니까 너도 나 좋아하면 해."
"짜증난다 진짜... 내가 너 안 좋아해도 잔소리하고 간섭하고
할 거 다 하면서 이건 왜 그래야 하는건데?"
"야."
"넌 왜 내가 너랑 하고싶은 것만 빼고 다 하냐고."
".. 넌 나랑 하고싶은 게 이거뿐이야?"
"어. 안 할거면 나 귀찮게 하지 마."
"시발."
"뭐..?"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 이제 그런 일 없을 거다. 간다."
오빠가 집을 나가버렸다.
그냥 좀 짜증났다.
내 남자친구도 아니면서 내가 늦게 들어오던 벗고 돌아다니던
클럽을 가던. 그런걸로 아까부터 오빠가 기분 나쁜 티를 내는 게 마음에 안들었다. 나한테 뭐라도 되는 것 처럼 간섭하고
집착하는 것 같아서 그냥 좀 귀찮았다.
생각해보니까 날 안 좋아하겠다던 오빠한테 그런 노력따윈
전혀 찾아 볼 수도 없었다. 오히려 티를 내면 더 냈지.
그게 전정국 눈에도 다 보일만큼.
그래서 오빠랑 내 예전관계도 말 하지 않았음에도 전정국이 날
떠나버릴 만큼.
결국은 또 모든게 오빠 때문인것 같았다.
노력한다 해놓고 결국엔 하나도 노력하지 않은 거짓말쟁이 김태형이 미웠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날 더 미친년으로 만드는
김태형이 짜증났다.
그래서 김태형한테 미안함이 사라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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