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너 사용법
50화
"너 아파 보여. 니 몸 잘 간수해. 괜히 아파서 주위 사람 힘들게
하고싶은 거 아니면."
화장대 의자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는데 언니가 들어오더니
짧게 말하고 다시 나갔다.
"..."
화장대 위엔 비타민 하나와 견과류로 된 에너지바가 차가 담긴
머그잔과 함께 놓여 있었다.
언니는 차갑게 말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나 걱정하는 거 안다.
근데 지금 나한텐, 걱정을 나타내는 눈 앞의 이것들보다 언니의
차가운 말이 귀에 맴돌았다.
아파서 주위 사람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말이. 그래서 약간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아 나 진짜 이제 그만 넋 놓고 살아야지. 이제 나 챙겨 줄 사람
아무도 없는데. 정신차리고 힘내야지. 내 몸은 내가 잘 간수해야지 그래.. 누군가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지 않으려면
혼자 알아서 잘 살아야지.
나도 귀찮은데 억지로 챙겨주는 거 필요없어. 누가 그렇게 해달래? 웃기지 말라 그래, 그딴 거 존나 짜증난다고 싫다고.
나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
나 이제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살거야.
난 앞에 놓인 에너지바를 뜯어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우걱우걱
씹었다. 씹으면서 화장대 거울을 봤다.
못 봐주겠네 진짜... 나 언제 이렇게 됐냐.
눈은 쾡하고 얼굴엔 핏기도 없고 살이 내려서 없어보였다.
개 못 생겼네 이여주. 내일부터 예뻐지고 말거라는 생각을
하며 에너지바를 억지로 끝까지 다 먹고 차까지 마셨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번쩍 들었다.
전정국도 석진오빠도, 나와 냉전 중인 지영언니도.
나 얼굴 안 좋아 보인다고 걱정했는데. 김태형만 아무 말이 없었네. 자기가 내 얼굴을 자세히 봐서 얼굴에 묻은 양념이 보이니 어쩌니 할 땐 언제고. 이제 내 얼굴 따윈 안중에도 없다
이거지.
침대에 누울 때까지 난 주문이라도 외우는듯 김태형 그딴 거
나도 필요없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되뇌이며 분주히 잠에 들 준비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항상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김태형이었단 걸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___________

"할 말 뭐야? 왜 이렇게 자꾸 만나자 그래 너.."
"오빠. 나랑 사귀어요."
"뭐...? 권다영... 너 왜 자꾸 나 미안하게 만들어. 내가 분명히
너한테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잖,"
"오빠 나 안 좋아하는 거 아는데, 나 진짜 한 번만 오빠 옆에
잠깐이라도 있어 보고 맘 정리하면 안 돼요...?"
"하..."
"진짜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다른 거 진짜 바라지도 않을게요.
나 그냥 딱 한 번만 오빠 여자친구 해보고싶어요.
나 이용해도 좋고 나한테 맘 없어도 괜찮아요 진짜.."
"뭐야 그게... 그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그냥은 포기가 안 돼서 그래요... 네...? 그래주면 안 돼요..?
"안 돼."
".. 왜요.."
"나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거 아무것도 없는데. 이러지 말고
제발 좋은 사람 만나.."
"그러니까 그래 주세요... 나 딱 한 번만 오빠 여자친구 해보고
진짜 깨끗이 포기할게요.. 네..?"

"하... 왜 이래. 너 나랑 사귀어도 할 수 있는 거 없어..
지금이랑 다를 거 하나도 없다고."
"달라요."
"뭐가 다른데."
"다른 사람들한텐 내가 오빠 여자친구잖아요."
"그게 뭐가 중요한데... 진짜 사귀는게 아닌데."
"전 그거면 된다구요. 그러니까 한 번만 제 말 들어주세요."
"하.."
"나 오빠 진짜 많이 좋아하는데... 그리고 지금까지 많이
기다렸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하는 건데...
딱 한 번만 들어주면 안 돼요..?"
"..."
"맘 정리한다구요..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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