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너 사용법
51화
나 지금 또 김태형네 집에 걸어가고 있다. 아, 아니 석진오빠
집에 가는 중이다! 그냥 오빠가 뭐 부탁할 거 있다고 해서..
부탁 하는 사람이 찾아오는게 원래 맞는 거지만 굳이 그냥 내가
부탁하는 사람 집에 찾아가겠다고 했다. 지금 안그래도 지영언니랑 어색한 사이이므로 우리 집에서 만날 명백한 이유는 없기에 그냥 내가 석진오빠네 집으로 가고 있는거다.
절대 네버 김태형을 보러가는 게 아니고 보고싶은건 더더욱 아니다.
"오빠 안녕?"
"..."
내가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저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오는 날
김태형은 아무말 없이 쳐다봤다.

"자주 오네. 우리 집."
오빠가 소파에 앉은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응, 오빤 왜 집에 있어? 여친 만나러 안 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에 제격한 질문이라 한 번 던져 봤다.
"이따 갈거야."
"아... 하핳. 그렇구나~ 다영이는 어떻게 생겼어? 궁금하다~"
진짜 궁금했다. 많이.

"예쁘게 생겼어."
"... 나보다 예뻐?"
"어."
... 씨..
"아.. 하하.. 하하~ 엄청난 미모의 소유잔가봐 다영이가~"
"... 별것도 아닌데 뭐하러 여기까지 와. 형도 없는데."
"그냥... 부탁이 뭔데?"
"모레 우리 공연하는 거 메이크업 좀 도와달라고."
"아... 공연..."
"형은 공연도 안하는데 왜 자꾸 너한테 부탁하재냐..."
"아... 그럼 공연 누가 해?"
"기영이 형이랑 나."
"아아.. 웅.. 그래 해줄게. 나 요즘 어차피 할 일도 없었거든..
잘 됐네."
"응 땡큐."
"... 아, 오빤 지영언니랑 풀었어?"
"풀고 말고 할 게 뭐있어. 싸운 것도 아닌데."
"아... 그래서 어떤 상탠데? 오빤 언니랑 말해?"
"어. 내가 미안하다고 했어."
"언제?"
"다음 날 바로. 석진이 형 만나러 박지영이 우리 회사 왔을 때."
"그래...? 언니 나랑은 한 마디도 안하고 있는데..."
"너가 가만히 있으니까 그렇지. 박지영 자기한테 말 안 해 준거
서운해서 그러는 건데. 표현이 서툴어서 그렇지 착하고 맘 악한 애라 사과하면 금방 풀리는 거 알면서 왜 아직까지 안 풀고
끌고있어?"
"..."
그럼 난...?
"응?"
"..."
난 뭔데...
".. 대답 안 하네. 난 나가기 전에 일 좀 해야겠다. 더 있다 갈거야?"
김태형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야 김태형."
"왜?"
"왜 말을 그렇게 해?"
"뭐가."
"착한 지영언니는 죄가 없는데 못된 내가 사과도 안하고 질질 끌어서 그렇단 거야?"

"그렇게 말 안 했는데 나."
"그렇게 말했어."
"그럼 사과하던가 빨리."
"하. 야. 따지고 보면 언니랑 나 이렇게 된 거 다 너 때문 아니야? 너가 지영언니가 묻는데 몰라도 된다고 그래서 화난거잖아 언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너가 나 때문에 전정국한테 차인거라고 먼저 말했어."
"뭐?"
"그래서 박지영이 나한테 이유를 물었어."
"..."
"넌 너가 한 건 생각도 안하고 남탓할 생각만 하지."
"..."
"할 말 없음 대답 안 하면 그만이고."
"..."
"이여주."
"..."
"대답해."
"... 뭐!"
"넌 뭐가 그렇게 다 니 맘대로냐?"
".. 내가 뭘..?"
"니 멋대로 듣고 나오는대로 뱉고."
"하.. 내가 언제,"
"어리광 부리지 마. 어리다고 봐 주는 것도 한 두번이야."
"누가 어리다고 봐달라,"

"나 이제 너한테 병신 짓 하는 사람 아니야. 사람 질리게 하지 마."
"... 하... 뭐...?"
"그만 하고 이제 가라.. 좀."
김태형이 작업실로 들어가버렸다.
쫓아온 내가 굳게 닫힌 작업실 문을 세게 열었다.
김태형이 앉으려다 말고 뒤돌아 나를 봤다.
"너 뭐라고 했어 지금?"
내가 김태형 앞에 서서 따졌다.

"뭐. 좀 가라고 너. 왜 따라,"
"질리게 하지 마? 내가 뭘 어쨌는데? 너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해?"
"그럼 어떻게 말해야 돼?"
"..."
"뭐라고 말해야 되는데. 너 바라는 대로만 해주길 바래?"
"하... 야,"
"야? 그렇게 부르지 마. 나 니 친구 아니야."
"... 하..."
"할 말 없으면 나가."
".. 시발 존나 짜증나 너."
"하.."
김태형이 고개를 숙이면서 비소를 머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 팔목을 잡아 밖으로 끌었다.
"아 놔! 내 말 안 끝냈어!"
"난 너랑 말하기 싫어. 가."
"아 이거 놓으라고!"
김태형에게 세게 쥐어잡힌 손목을 빼려고 안간힘을 줘 비틀면서 현관까지 끌려왔다. 아프기만 하고 잡힌 팔은 안빠지고
열만 받고 억울해서 치솟는 노여움에 눈물이 차올랐다.
"어,"
석진오빠가 들어오다말고 우릴 봐서 놀란 눈을 했다.

"형 얘 데려가."
김태형이 날 세게 끌어 석진오빠 앞에 던지듯 팔을 놓고 방으로 들어갔다. 석진오빠가 김태형 힘에 실려 저의 가슴팍에 부딪혀버린 내 어깨를 잡으며 날 내려다봤다.
차오른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주야 왜 울어... 뭐가 어떻게 된거야..."
내가 흐르는 눈물을 세게 훔쳐 닦았다.
"나 갈게 오빠."
내가 문을 열고 빠르게 걸어 나왔다.
석진오빠가 내 뒤를 따라와 날 잡았다.
"태워줄게. 차 타고 가."
"아니야 오빠 나 그냥 혼자 갈게.."
"대체 무슨 일인데..."
난 시뻘게진 손목만 가만히 보며 서있었다.
이렇게 빨간데 손목보다 왜 마음이 더 아픈건지.

"응? 태형이 왜 저렇게 화났어. 넌 왜 울고. 무슨 일인데..."
"..."
"너 뭐했길래 쟤가 저렇게 화가 나서,"
"다 나만 잘못했지."
"응?.."
"내가 나쁜 년이야 그래. 김태형한테 반말하고 욕하고 그랬어.
내가 그랬어. 내가 다 잘못했어."
"... 왜.."
"..."
"왜 그랬는데..."
"짜증나니까."
".. 뭐가?"
"김태형이."
"그니까 태형이가 왜..."
나한테 차가워진 김태형이 짜증나니까. 이제 내가 뭘 했든
안아주고 위로해줄 김태형이 아니니까. 내가 내 마음대로 듣고
나오는 대로 뱉어도 진짜 내 마음이 뭔지 알아주던 김태형은
이제 없으니까. 김태형이 이제 무조건 내 편 안해주니까.
뭐든 다 나 대신해주겠다고 하던 김태형은 이제 아무것도 안해주니까. 이제 나한테 김태형은 없으니까.
아무것도 없으니까 나한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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