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너 사용법
53화
"넌 겨울에 혼자 뭔 땀을 그렇게 흘려?"
기영오빠가 물었다.
아프니까... 나 지금 힘들어 말 시키지 마...
자꾸만 식은땀이 나서 이마에 앞머리가 들러붙고 젖어서 갈라지려고 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예쁘게 보여야 하는데..
아 물론 박기영 말고 김태형한테.
"... 내가 좀 열이 많아."
"너 근데 손은 또 왜 그렇게 떨어? 나한테 화장해주니까 떨려~?"
"... 입 좀 다물어봐 오빠."
내가 입술 바르는 핑계로 오빠 입을 막아버렸다.
립만 끝나면 완성이다...
이제 곧 김태형 차례다...!
드디어 내 앞에 김태형 얼굴이 날 보고 있었다.
와... 진짜 미쳤나봐 이런 사람이 나 좋다는데 그동안 뭐한거야.
이여주 미친년... 진짜 때려 죽일 년...

"뭐 해?"
오빠가 물었다.
"... 아, 응.."
난 메이크업은 시작도 안하고 넋놓고 오빠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빨리 해."
"아 응응. 오빠 근데 예전 생각난다. 졸작할 때, 그치."
내가 손등에 파운데이션을 덜어내며 말하고 있는데
오빠가 갑자기 내 목에 손을 댔다.
"너 아프지."
계속 손을 댄 채로 말했다.
"... 아니? 그냥 약간 몸이 안좋긴해."
내가 오빠 손목을 잡아내리면서 말했다.

"약간 아니잖아."
씨... 박기영은 모르던걸 니가 알아줘서 좋다...
근데 나 너무 아프다...
근데 너무 좋고 막 그렇다...
"웅... 그래서 얼른 다 하구 가서 자려고."
지영언니한테 용서를 구하러 갈거지만,
오빠가 이제 나 아파도 별 걱정 안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아주 혹시 걱정할지도 모르니 그렇게 말했다.
".. 땀 봐.."
오빠가 손을 내 이마와 앞머리 사이로 넣어 땀을 닦아줬다.
".. 오빠."
"왜."
"... 그저께 일은 내가 진짜 미안해."
"안 미안해도 돼. 신경 안 써."
"...... 웅.."
미안해도 되니까 신경 좀 써주지...
진짜로 사과하고 싶었는데 오빠가 두 마디로 대화를 끝내버렸다.
그 뒤로 오빠는 내내 폰만 보고 있었다.
다영이랑 톡을 하는건지... 훔쳐보고 싶었지만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또 막상 그럴만한 용기가 없었다.
얼굴을 볼 정신도 온전치 못하고 지금...
그래서 난 메이트업을 핑계삼아 도구를 쓰지 않고 괜히
손으로 오빠의 예쁜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뜨겁다... 손."
뜨겁다는 게 곧 손을 치우란 소리 같아서 브러쉬를 쥐었지만..
기영오빠 해줄 땐 시간이 너무 길어서 언제 끝나나 싶었지만
태형이 오빠를 해줄 땐 일부러 천천히 공을 들여 했는데도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이렇게 가까이서 오빠 얼굴을 보고 만질 기회가 이제 정말
없을텐데... 빠르게 흘러가버린 시간이 야속하기만 했다.
그리고 아쉽지만 끝나버렸다.
오빠 얼굴이 내 눈 앞에서 사라지니 뭔가 긴장이 확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억지로 내고 있던 힘이 몸에서 싹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너무 어지러운데 서있을 힘조차 없어서 중심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 괴로웠다. 진짜 쓰러질 것 같았다.
메이크업을 마친 두 오빠가 리허설하러 간 틈을 타 대기실
안쪽 구석 소파에서 상체를 숙이고 앉아 두 손을 얼굴에 묻고
다시 일어나서 걸을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생기길 기다렸다.
대기실은 재혁이랑 모르는 사람들도 와있어서 소란스러웠다.
아... 오빠 노래하는 거 보고싶은데...
지영이 언니한테도 가야하는데....
진짜 몸이 말을 안들어서 증발해버릴 것만 같았다.
안 되겠다... 계속 여기 있다간 오빠들 앞에서 증발해버리겠어.
그래서 일단은 집에 가기로 결정했고 오빠들이 오기 전에
서둘러 대기실에서 빠져나왔다.
복도를 걷는데 진짜 계속 앞이 보였다 안보였다 했다.
빈혈로 두 번 정도 쓰러진 적이 있는데 그 때랑 느낌이 비슷했다. 뭘 좀 더 먹는건데... 아 괴로워...
엘리베이터를 내려 이제 조금만 걸으면 밖이였다.
힘 내자 이여주 제발 조금만 더...
"헐 이여주!"
...?
전정국...?
힘을... 억지로라도 내서 열심히 걷고 있는데... 뒤에서는 내
이름이 들리고... 그나저나 나 지금 왜 안겨있지..?
전정국이 보이지 왜... 왜 전정국 팔에 내가 거의
누워있다시피 있고 그런 날 전정국은 왜 내려보고 있는거지..
"... 너가 어떻게..."
"괜찮아 이여주? 어?"
".. 아니.. 아파.. 나 업어줘.."
"어어."
전정국이 날 번쩍 업어 들었다.
전정국 등에 내 몸을 늘어뜨리니 편했다.
졸렸다...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다.
난 결국 쓰러졌나보다. 전정국 등에서.
팔에 꽂힌 주삿바늘로 링거대에 걸려 한 방울씩 떨어지는
수액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팔 옆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전정국도 보였다..
"전정국.."
내가 전정국의 어깨를 톡톡치며 깨웠다.

".. 어, 이여주.. 깼어?"
전정국은 눈을 몇 번 꿈뻑거리더니 어깨를 확 세우며
바로 일어났다.
"웅.. 결국 실신해버렸네.. 하하.."
"이제 안 아파? 어떤데?"
"웅 괜찮아.. 기운은 좀 없는데.. 속 쓰리고 메스껍고 어지러웠던 건 다 나았어."
"... 뭘 안 먹으니까 기운이 없지~! 아 이여주 진짜..
무슨 단식투쟁하나? 배 안 고파도 때되면 먹으라고 했잖아,
그때 제대로 안 먹을 때부터 알아봤다~!"
"... 미안.. 나 진짜 너 안만났음 큰일 날 뻔 했다..
근데 넌 어떻게 거기 있었어?"

"... 형들 공연 보러 갔었지."
"... 아... 그랬구낭.. 미안.. 나 때문에 못봐서 어떡해.
나도 보고싶었는데.."
"..."
"근데 너 진짜 여행가서 나보다 더 친해질거라더니 엄청
가까워졌나봐? 공연도 보러가고.."
"뭐... 그렇겠지."
"응?"
"닌 그 몸을 해서는 거길 왜 갔는데?"
"..."
"태형이 형 때문에?"
"... 응.. 김태형 보러."
".. 휴.. 형이랑 대체 어떻게 됐길래."
"전정국.."
"왜애.."
"김태형 이제 나 안 좋아하는데, 나 김태형 좋아.."

"... 이제 알았네, 니 형 좋아하는 거."
"응.. 이제 아는데.. 근데 김태형 여친 생겼는데..."
".. 후.. 멍청한 이여주.. 진짜 바보같다."
"나는 짝사랑만 할 팔자인가봐.. 후.. 슬프당."
"그럼 다시 날 좋아해."
"그르까.."
"풉."
"왜 웃어.."
"이쯤되면 소리 지르거나 한대 때려야하는데,
아프긴 아픈가보네 이여주.. 걱정되게.. 이거 다 들어갔네.
나가자. 여기 답답하다."
전정국이 링거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웅.. 나 구해줘서 고마워 전정국."
"나한테 고마울 필요 없다."
"왜..?"
"잠깐 있어봐 간호사 누나 불러올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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