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너 사용법
54화
병원에서 나온 난 꼭 했어야 할 일이 있었기에 죽을 먹자는
전정국을 설득시켜 집으로 보내고 언니한테 같이 죽을 먹어달라고 애원하듯 연락했다.
언니가 자꾸만 나랑 안만나준다길래 아파서 기절해서 지금
병원에 있다는 걸 어필했다. 그래도 아픈 덕에
언니는 더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날 만나준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죽집에 앉아 좀 기다리고 있으니 곧 석진오빠와 언니가
들어왔다.
"언니~ 오빠두 왔네."
내가 맞은편에 자릴 잡고 앉는 커플을 보고 말했다.
"응. 너희 둘만 있으면 또 싸울까봐~"
석진오빠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냐... 언니... 진짜 내가 미안... 우리 이제 진짜 싸우지도 말고
친하게 지내자... 내가 잘할게.. 진짜 내가 다 잘못했..."
"됐어. 너 이러려고 혼자 두랬어? 청승맞게 혼자 밥도 안먹고
아파서 쓰러지고 뭐 하는 거야!"
언니가 화내면서 말했지만 진심으로 날 걱정해주는게
느껴졌다.
"... 그니까 빨리 집에 와... 언니... 진짜 내가 다 잘못했어..."
"헐... 여주야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면 죽... 아니 죽을 먹을
거야 우린... 근데 진째 너 어제부터 왜 그래? 왜 갑자기
딴 사람이 됐어~ 오빠 불안하게~!!"
"... 그럼 우리 오빠 불안하면 안되니까 특별히 오빠한테만
원래의 이여주로 대해줄까?.."
나 이제 좀 달라졌어... 나 철 들었다구...
김태형이 날 그렇게 만들어버렸다고... 보고싶다 김태형...
"풉. 죽 시켰어? 너 전복죽 먹어. 특전복죽으로."
언니가 내 말에 석진오빠를 보고 한번 웃더니 메뉴판을 펼치며
말했다. 전복죽을 먹으라는 건... 화 풀린 거 맞지...
그것도 특전복죽으로 먹으라 했어...
다행이다...
"오빠들 공연 잘 했어?? 보고싶었는데..."
내가 죽을 반 쯤 떠먹다 석진오빠를 향해 물었다.
"어. 잘했지. 너는 아프면 말을 하지, 안색이 안 좋아 보이긴
했는데 쓰러질 정도였으면~!!"
"나도 그럴 줄은 몰랐지.. 흐흐.. 아 맞다! 나 메이컵 박스는 오빠???"
생각해보니 대기실에서 정신없이 나오느라 메이크업 박스는
챙기지도 않고 다 두고 나왔다...
헐... 그게 다 얼마짜린...
"챙겨놨어. 차에 실어 뒀어."
"후... 다행이다. 차 어느 쪽에 주차했어?"
"태형이가 타고 갔어. 다영이 공연 보러 왔는데 태워준다고."
"아... 그래...? 나중에 받지 뭐, 챙겨놨음 됐어."
속상해 하지마 이여주.. 넌 그럴 자격 없어..
있을 때 잘했어야지 이제 와서..
다 잃고 다 사라지고 나서 뒤늦게 깨닫고 속상해봤자
아무 소용 없어.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바라지도 마.
그것만이 내가 김태형한테 해줄 수 있는 전부야.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좀 편하게 자려고 누웠다.
내 가슴은 총을 맞은 것 처럼 뻥 뚫려버렸지만,
뻥 뚫려 텅 비어서인지 뭔가 좀 가벼운 느낌이었다.
복잡하게 뒤엉키고 뒤죽박죽 얽혀서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았던 내 마음의 정체를 이제 확실히 알았으니 그걸로 됐다.
이제 텅 비었으니 애써 마음을 비우지 않아도 되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이제 푹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아팠던 몸도 나아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빨리 잠에 들어야하는데... 잠을 자야하는데..
기절로 인해 강제 수면을 취했어서인지 잠이 안 왔다..
왜 이렇게 잠이 안들어... 김태형 보고싶게...
우씨.. 자꾸 김태형 생각을 하니까 되게 철든 척 괜찮은 척
내 맘 안 것만으로 감사한 척 다 해놓고, 지금쯤이면
김태형도 나 아파서 쓰러졌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을텐데..
모를 리 없을텐데, 그냥 형식적인 문자 한 통도 없고...
나 그 몸을 하고서 열심히 메이크업도 해줬는데...
괜찮냐고 한 번 물어봐줄만도 한데...
너무하... 다는 모옷된 본연의 이여주가 자꾸 튀어나오고...
(오빠~)
결국은 내 손이 참지 못하고 폰을 들었고...
[왜?]
[이 시간에 안자고]
음.. 뭐라고 하지... 음음음...
(아~ 나 그그)
(메컵박스!)
(그거 때문엥 ㅎㅎ)
[아 그거]
[차에 있어]
[필요해?]
(웅 ㅎㅎ)
(내일 받으러 갈겡)
[내가 지나가는 길에 갖다 줄게]
지나가는 길이라면...
그냥 가는 길에 메컵 박스만 던져주고 가던 길 계속 가는..?
(웅.. 그래주면 고맙구..)
(오빠 오늘 근데 공연 잘했어?)
[응]
... 단답... 속상해하지마...
(근데 오빠 노래하는거 찍어둔 거 없어??)
(나 하나만 보내주면 안대??)
[왜?]
그야 당영히 보고싶으니까...
(아 그그)
(내가 메컵 해준 사진들을 수집 중이라??)
(기영오빠한테도 달라 그랬어 ㅎㅎ)
거짓말이다.. 그것도 새빨간...
[
]
](웅 고마워 오빠 잘자~!!)
[응]
... 너두 잘 자.. 뭐 이런 거...
아픈 건 어떻냐... 몸은 좀 괜찮냐.. 뭐 이런.. 거라도...
예전엔 막 하트도 붙여주고 그랬는데...
왜 내가 공연도 안 보고 갔는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나는 과거 세상 최고 나쁜년에서 현재 세상 최고 찌질이가
되어 콧물을 훌쩍이며 잘생긴 김태형 사진만 바라보고
김태형 생각만 하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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