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너 사용법
58화
전정국이 보자고 해서 칩거 생활을 중단하고 세상에 나왔다.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은 우린 디저트를 먹으러 카페에
와서 앉았다.
"오랜만에 봤는데 커피 말고 술이나 한 잔 마시러 갈 걸 그랬나?"
내가 라떼를 한모금 마시고 테이블에 머그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 선배들이 불러서 곧 가야됨."
전정국이 말을 끝내자마자 아메리카노를 입에 댔다.
"뭐야~ 어디 가는데?"
"술 마시러. 가기 싫은데..."
"왜?"

"시커먼 남자들만 떼거지로 있다."
"오... 솔깃한데? 나도 끼워주면 안 돼?"
"당연히 되지. 니도 성별이 같은데."
"... 나 남자야..?"

"이제 남자로 보기로 했다. 자꾸 여자로 보여서."
".. 여자가 맞는데 그게 무슨 말..?"
"근데 이여주. 왜 이렇게 연락을 안해?"
"음. 내가 그랬나?"
"어. 내가 안 하면 안 하네. 실망이 크다."
"그랬던가 내가.."

"친구 잃기 싫어서 썸 끝내줬더니 이젠 우정까지 끝내려고
하네 이여주."
".. 아니야.. 아닌데... 그냥 요즘 집에만 있어서.."
"형이랑은? 좋아한다 말했어?"
"아니이... 말하면 뭐하냐. 이미 나 안 좋아하는 여친있는 사람한테.."
"그래도 한 번 해보지?"
"또 차이기 싫다... 내 연애사에 걷어차임은 너 하나로도 족해."
"뭔데. 나 말고 다른 남자한텐 한 번도 차인적 없다는거?"
"... 네 번 정도로 충분하다고 정정할게."
"풉, 근데 정확히 말하면 내가 차인거지 우리는."
"... 그렇다면 세 번."
"그리고 형도 니가 찬거 아니야?"
"... 그래서 나 벌 많이 받아잖냐.. 너랑 오빠한테 지은 죄.."
지금도 받는 중이고..
"뭐, 죄까지는 아닌데. 아무튼 연락 좀 해 이여주. 닌 이제 곧
졸업하면 학교에서도 못보는데~"
"알았다구.."
난 왜 전정국한테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혼자 외로워하고 우울해하고 심심해하면서도 난 전정국을
찾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그냥 그런 순간에 전정국이
떠오르지 않았다. 전정국을 만나면 항상 재미있고 편한데.
생각해보면 난 전정국에게 소소한 일상들이나 고민상담
같은 것들을 말해본 적은 없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생각이 나고 아무 연관도 없는 별거 아닌
내 개인적인 이야기들까지도 구구절절 늘어놓게 되는
김태형한테와는 달리.
"여주야! 신발 벗을 거 없어. 그대~로 다시 나가면 돼.
가자 가자~!"
"우웅...?"
전정국과 헤어져서 집에 들어와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려는데
언니가 이쪽으로 오며 말했다.
"안그래도 너한테 지금 전화하려던 참이었는데."
"어딜 가 이 밤에...?"
"심야 보러 가장~!"
"아, 영화?"
"웅웅. 태형이두 온대!"
".. 고고."
난 영화보단 김태형을 볼 기대에 잔뜩 부풀어 한 치 망설임
없이 언니와 택시를 잡아 타고 영화관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부푼 내 기대는 깊숙한 지하실 한 구석에
보기 좋게 처박혀버리고, 기대한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큰 실망감이 온몸을 애워쌌다.
김태형은 여자친구와 함께 있었다.
"안녕하세요~"
김태형 여친 권다영이 언니와 날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나도 억지로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언니는 권다영을 휙 그냥 지나쳐가더니 석진오빠한테
가서 어깨를 때리더니 귓속말을 했다.
언니도 이 상황을 몰랐었나보다.
김태형은 그냥 권다영 옆에 서서 날 보고 있었다.
그냥 서있는데, 다른 여자 옆에 김태형이 서있는걸 보는데.
가슴이 미어졌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줄 몰랐던 과거의 나였다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속으로는 열심히 내 심장을 도려냈을
것이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랬던 나를, 김태형은 싫어했었으니까.
내가 나쁜년이여서, 혜안이 없는 섣부른 사람이라서.
김태형이 영영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난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수없이 많은 인연들이 스쳐가는 이 세상에서,
내 삶에 들어와 소중함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안겨주고 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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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이 좀 뒤죽박죽 이상해요...
더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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