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짠데. 여자로써."
이석민의 그 한마디 때문에 마시고있던 물을 뿜을뻔했다. 난 너때문에 인간분무기가 되긴 싫거든? 그냥 국어 좋아해주면 안되나. 국어 좋아하면 내가 좋대도 난 용서할텐데.
"뿌읍...하...야, 뿜을뻔했잖아."
"왜요?"
"왜요라니. 근데 너 국어 좋아해?"
"음...딱히. 좀 지루한데."
"역사는 좋아?"
"음...전 음악이 좋은데."
"그럼 음악쌤도 좋겠네?"
"음악쌤 좋긴한데...눈높이 맞추기엔 허리가 너무 아프고...또 너무 무심해요. 근데 음악은 좋아요."
"그럼 나 좋은김에 국어도 열심히 해주면 안되니."
"그건...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요?"
"어 그래...조심해서 잘 가, 말 할 힘도 없다."
"저 진짜 쌤 좋아해요! 장난 아니고 진짜로!"
이석민이 뒤에서 소릴 지른다. 복도에서 그렇게 소리지르면 다 울린다고. 으...쥐구멍이든 개구멍이든, 있다면 당장이라도 들어가 숨고싶다. 힐 신어서 뛰지도 못하고...어유...뭔 이 나이에 힐이냐, 그치. 그래도 서른 되기 전까진 맘껏 신어야지. 그땐 정말로...안되지 안돼.
***
"자, 애들아."
"네?"
"내가 너희들한테 제안할게 있단다."
'뭐야뭐야,'
'청소면 난 뛰어내릴래.'
'우리쌤이 또 한깔끔 하니까.'
그 말이 내 정곡을 찔렀다. 애들아 사실...깜끔한 척 결벽증 있는 척 하는거야. 사실 우리집 엄청 더러워...한곳에만 필요없는 물건을 쌓아두는 습관이 있어서 말이야. 여긴 내가 먹고 사는곳이 아니라서 안더럽히는거지, 우리집은...참,
"하..미안하다 숨겨서. 쌤이 좀 한 더럽 한단다."
'에?'
'쌤 깔끔한데.'
"윽...그게 내 정곡을 찌를거란 생각은 안드니.."
이제 내 실체를 밝힐 때가 왔다. 몇년동안 내가 속을 숨기고 살았는데. 물론...아이들이 본 것도 있다. 교무실에 내 책상은무지하게 깨끗하니까. 정말 먼지 하나도 없이 말이다.
"하...얘들아. 조회때 이런거 말하는거 좀 그렇긴 한데. 쌤 집에 방 하나가 아주 난리거든? 먼지도 좀 쌓였고 문 열기도 좀 벅찬곳이야."
'그게 왜요?'
'제 방도 그래요!'
'으으...'
"그래 완전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지. 그래서! 쌤 집에 와서 방 치우는것좀 도와줄 사람 세명을 구한다."
'그렇게 많이 구한다고?'
'얼마나 더러운거야 그럼?'
'야,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음...그래, 세상에 공짜가 어딨니. 너희가 치우는거 도와준 대신, 쌤 집에서 치킨을 먹게 해주겠다. 물론, 내가 사는거야."
크으, 역시 애들은 치킨에 죽지. 지금 손을 드는 많은 인원들을...전부 데려가면 내 집이 좁아 터질걸 예상해야하고, 아이들의 치킨값도...여자아이들은 소극적인 애들이 많은편이라 손을 들기엔 좀 뭐한가보다. 전부 남자애들 뿐이다. 얘네, 한참 먹을 시기라서 치킨값만 엄청날텐데...이러다간 내 돈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으니,..그래서 딱 세명만 부른단거다. 무슨 책임으로 다 부르니 내가. 누가 제벌 3세야, 그럼 여기서 이러고 있을 필요가 없지요.
손을 든 아이들중에 유독 톡위는 애가 보인다. 왜 저러는거야, 내 학생이지만 조금 부담스럽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