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HUG>

03.먼지파티 1


워낙 애들이 많으니, 자기들끼리 가위바위보로 정하라고 해야겠다.




그러나 워낙 눈에 띄는 애가 있었으니...내가 말 안하면 왠지 계속 저러고 있을것같네.






"자...석민아, 손을 들라고 할 땐 한손만 드는거야. 눈 크게 안떠도 되, 너가 중앙 자리니까 제일 잘 보여 쌤은."




내 말에 아이들은 조금은 웃기 시작했다. 이석민은 조금 머쓱한듯이 주위를 두리번 대곤 머리를 긁적였다. 날 보고 어깨를 으쓱대면...내가 뭘 하겠어. 





"크흠, 자 그만들 웃고. 너희끼리 어떻게든 세명 정해서 토요일에 와라. 주소 찍어줄게."

'네--'

"시간은 많아 얘들아. 아직 수요일이거든."

'아, 아-'
'쌤도 내일 출근하잖아요!'
'우리만 등하교 하나요.'
'같은 처지면서 왜그래요 쌤,'

"하...그러게, 어쨌든 조회 끝. 1교시 준비해."









***


토요일 PM.1:06










"아...너 혼자야?"
"네, 왜요?"




분명 학교에선 애들이 자기가 할거라고 소리소릴 다 지르면서까지 하려했는데, 왜 정작 1시에 오라니까 이석민 뿐일까.




"씁...아닌데, 애들 많았는데.."
"그야, 제가 다 쫒아냈죠."
"뭐?"



어이가 없었다. 아니, 너네집 치우냐? 우리집이거든? 내가 학교를 다른데로 옮겨야하니, 하필 세봉고가 사립이라서... 아, 아무튼. 이석민 이상한짓 하면 학생이라서 네 미래고 뭐고 생기부에 다 까발려버릴거다. 학생이랑 선생이랑 집에서 치우는것말고 뭐하겠냐고? 아니 적어도 얜 너무 이상하다고.




"왜 쫒아내, 내 제자들. 그리고 너 하나밖에 없으면 어느세월에 다 치우라고."
"에이...과장해서 말한거죠?"
"무슨..."
"아, 사실. 제가 피자도 쏜다고 해서 애들이 오케이 한건데."
"하...이놈들. 내일 아침에 죽여놔야겠네?"
"왜그래요, 내 친구들한테."
"그럼 너 친구중에 두명 데려와."
"아...어쩔수없네. 이러다간 밤에 내 장기가 털릴것같으니까. 지금 부르면 되죠?"
"응. 얼른얼른. 시간은 가고있어."






***





띠릭-,




어...얘넨 다른 학교애들인갑네? 전혀 본 적 없는 얼굴들이네. 근데, 어떻게 하나같이 다 잘생겼냐. 전부...열여덟이겠지? 아쉽네 좀. 아아, 내가 지금 뭔 생각을 하는거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산화고 다니는 학생이에요."
"어응, 그래. 오느라 수고했다."
"쌤, 저한텐 그런말 안했잖아요."
"산화고면 우리집이랑 좀 많이 떨어져있거든?"
"괜찮아요, 근데 집에 뭐 치울게..있어요?"
"엄청 깨끗해 보이는데."




그래, 그렇겠지. 보이는것만 믿지 말라고 말해줘야겠네. 얘네, 정말 내가 엄청 깔끔한 줄 알잖아. 적어도 지금은. 왜, '빛 좋은 개살구' 라는 속담이. 딱 나를위해 만글어진 것 같네.





"자, 너희 이름 좀 알려줄래?"
"18살 서명호에요."
"으음...발음이 좀 귀엽네."
"쌤, 얘 중국인이에요."
"어? 진짜? 왠지- 귀엽드라니."
"전 21살 전원우.."
"엥? 성인이야?"
"네..."
"근데 어찌 잘 아네...명호랑은 어릴때부터 친했고, 원우형은 중3때 편의점에서 500원 빌려준 적 있어서."
"참...좋은 인연이네, 그래 싸우지만 말아라."







***









끼익-,




"오우, 어두워라-"
"? 여기 암막커튼이네요."
"아, 네. 여기서 자던 때가 있었는데 햇빛때문에 불편해서 암막커튼 설치했거든요."




전원우가 내게 물었다. 그렇다보니 엄청...어둡지? 불 키면 다 도망갈 걸... 사실, 전원우는 성인이라서...내가 반말을 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전원우 생각도 존중해줘야 하니까. 내 맘대로 야야 거리긴...꺼린달까?





"근데 왜 저한텐 존댓말 해요?"
"아...얘들은 학생이지만, 전원우..씨는 21이면 어른이니까. 처음보는데 말까는거 제가 더 불편한 것 같아서."
"그럼 저도 존댓말 써주세요."
"어?"




서명호가 말했다. 아..맞다 너도 처음보는구나.



"뭘 그렇게 놀라세요,"
"ㅇ,아니..그...불편하면 그렇게 할게요, 멍호학생."
"풉ㅎ- 장난이에요. 근데, 전 뭐라고 불러요?"
"아...학교가, 달랐지 참. 그러면!"
"쌤이라 불러요?"
"아니! 누나라고 불러!"





너무 당당하게 얘기했니, 이석민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싹 굳었다. 왜 그러는데, 누나 맞잖아. 그럼 얘보고 나한테 이모라고 부르라고? 여덟살 차이에 누나, 동생 하는게 죄니.



"어...그럼 그럴게요 누나."
"음...그럼 나도 누나!"
"넌, 쌤이라 불러야지. 어딜 감히."
"감히 누나라고 부르면.."
"자, 청소 시작하자. 문 앞에서 뭐하니. 불 좀 킬게 잠시만...스위치가..."




탁,



"됬다! 자, 들어와 있어, 고무장갑 좀 가져올게."






"아...미친..."
"오우...생각보다...많이 더럽긴하네..."
"그치, 서명호 넌 유난히 깔끔한거 좋아하니까. 목재보단 대리석을 좋아하니까."
"아...내가 힘을 좀 써야할 것 같아."
"자! 장갑 가져왔...뭐해 둘이?"




서명호와 이석민은 낡아빠진 책상을 들고 있었고 전원우는 구석에 쭈그려 앉아서 책장에 있던 만화책 하나를 집어 보고있었다. 세명의 시선은 모두 나에게로 쏠렸다. 부담스럽다, 그런 집중... 근데, 그러고있으면 손 안 아픈가?





"저기...너희 그러고있으면 손 안아파?"
"...당연히...아프죠..."







쾅,!!




"으아 깜짝이야!"
"뜨으...내 손가락..."
"살살 좀 놔, 내 발에 찍힐뻔했잖아. 그리고 여긴 빌라라고, 층간소음때문에 아랫층 민원 들어오면..."
"야, 뭘 그런것까지 신경써,"
"신경써야지, 그럼! 여기 너희 집 아니거든?"





이석민은 살짝 삐진투로 말했다.




"칫...도와주려는데 쌤은 맨날 나만 갈궈..."
"너 갈군거 아니거든?!"
"아...좀 조용히 하면 안되나, 고무장갑 가져왔으니까 다들 받기나 해. 청소 안할거야?"






시끄러웠는지 전원우가 내 손에 있던 고무장갑을 낚아채서 서명호와 이석민에게 나눠줬다. 그러게, 왜 집주인인 내가 처음보는 애한테 꾸중을 들어야하나.





"ㅋ,크흠..자! 이제 청소하자."
"이석민, 거기 다시 들어. 밖으로 옮겨야지."
"어, 둘..셋!"
"뭐? 그걸 왜 옮겨?"
"많이 더러운데, 암막커튼까지 쳤으면 곰팡이가 피었을게 당연하니까...이왕 청소하는거 도배도 좀 하고 해요."
"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