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HUG>

07.그냥


이석민은 웃으면서 앞장 섰다. 그게 그렇게도 좋으냐. 난 지금 멘붕인데 완전? 사귀지도 않는데, 게다가 학교 제자랑 키스라니? 완전 소설 아냐? 게다가 여덟살이나 어린 앤데. 애를 어떻게 했길래 여덟살 연상한테 빠졌냐고, 누군간 따지겠지? 어우...내 정신이야, 어디에 빼놓고 오는거야 맨날.





"ㅇ,야...야!"
"네?"
"넌...이런게 쉽냐?"
"음...글쎄요?"
"뭐야, 의문형으로 답하지마. 이런다는거, 너가 많은 사람 만나고 다녔다는것처럼 느껴지거든?"
"그래서, 질투나요?"
"...그러지마라, 난 말했다. 넌 학생이라고. 넌 한참 연애할 때지만, 난 내 운명의 상대, 즉 결혼해도 후회하지 않을 남자를 만나야 할 시기야."
"저는 결혼 안해요? 저도 할건데."
"아니 그러니까- 그 많고 많은 여자들중에 하필 나냐니까?"
"좋으니까요. 좋은데 이유를 대라고하면, 딱히 없어요. 그냥이죠."
"그냥이라면 어떻게 알아.."
"그 '그냥' 이라는 말에 많은 의미가 있다는거 알아요 쌤? 너무 많아서 밤 새 얘기할 것 같을때, 시간도 아낄겸 간단하게 그냥이라고 하는거에요. 정말 몰라서가 아니라."
"오..."




아니, 나 왜 감탄하고있냐. 문제는 이게 아닌데 말이야. 




챡,챡,챡,챡!


뒤에서 누가 뛰어온다. 이럴때면 꼭 나 쫒아오는 것 같아서 무섭단말이지. 얼마 전 본 영화가 너무 무서워서...늦은 밤 귀가할때 조심해야 하는 이율 알려주는 영화였지. 으...지인이 스토커였을줄은, 보고나서 소름이 돋았다. 생각하니까 더 무섭네. 뭐 괜찮다, 옆에 이석민이 있으니까.



탁,



"으악!!"
"아!"
"씨× 뭐야!"
"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 난 할말이 없어졌다. 그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어두운데다 모자를 푹, 눌러쓴 덕에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이석민은 입모양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내가 소리질러서 많이 놀라긴 했나보다. 물론, 내 앞에 있는 사람도.




내가 소리지를준 몰랐나? 그대로 멍때린채 아무말도 하지않는 남자다.



"...아니 누군데 쌤을 놀래ㅋ...쌤?"
"...어, 그래, 석민아..."
"쌤이 왜 여깄어요?"
"그야...퇴근길..."
"아..."



그렇다, 키 작고 귀여운데 완전 단답에 철벽남인 모자를 자주 쓰는 그사람은, 음악담당 지훈쌤이었다. 인기척을 내긴했지만, 그냥 사람 이름을 부르던가! 왜 어깨를 잡냐니까? 사람 놀라게.




"근데...둘이 같이 있네요?"
"네? 어...네"
"왜요?"
"에?"
"아니, 그냥."




지훈쌤이 말하는 '그냥' 이란 말에도, 많은 의미가 있을까? 많은 감정들이 섞여 있어서, 그걸 줄여서 말하는게 맞을까? 아님, 정말 이유가 없어서 그런걸까.



"아니...그렇게 물어보면...제가 뭐라고 답을 해야.."
"음음."
"맞장구 치지마, 숨 못쉬는 줄 알았다니까."
"놀라게했음 미안해요, 근데, 학생이라면 이미 집에 갈 시간인데. 아님, 학원이나."
"아...ㄱ,그러게요?"
"제가 국쌤 데려다준다고 했어요."
"...아, 석민인..학원 안다니나봐?"
"네? 네. 전 공부 잘하니까요."
"그...래,"





***




으...어색해라. 버스는 셋이 같이 탔다. 이석민이 일상속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거나 재밌던 얘길 많이 해줘서 심심하진 않았다. 하지만, 집이 이금방이던 이석민은, 몇 정거장 가지 않고 집 주변에서 내려버렸다. 지훈쌤은 나랑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는걸로 아는데...이 정적, 어떻게 깨지. 그냥 내가 자리를 옮겨? 으, 아니야. 그건 좀 예의가 없어보이려나. 말 걸면 또 갑분싸고..?



"ㅇ,아..."
"..왜요?"
"ㅇ,아니...아니 졸려서요..하하..."
"
"...그냥 말을 안걸ㄱ.."




폭-,



"...에...에?"
"왜요?"
"아니...딱히 이 자세가 맞나 싶어서..."
"깨워줄게요. 졸리다면서요."
"ㅇ..아니..."




지훈쌤은 내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했다. 이 쌤, 내 허리는 생각 안하나? 너는 164고 난 167인데... 별로 차이 안나지만 정말 미세하게 허리가 쑤신다고. 이 쌤 어깨도 좀 걱정되고.











"...이석민은 미자, 난 성인. 키는 작아도...나도 기댈만한데...좀, 슬프네."





***





툭툭,



"오!"




정류장을 놓친것 같아서 급히 있어났다. 물론 몸통만. 다른 사람들은 내 소릴 듣곤 다 뒷자릴 쳐다봤다. 으...쪽팔려... 지훈쌤은 아무렇지도 않단 듯이 내게 말을 했다.



"...곧 내려야되요."
"...아..."

 




으...짜증나 정말, 왜 하필 이 쌤이랑 마주친건데. 승관쌤이었으면 재미없는 개그라도 받아주면서 잘 갔을텐데말이야... 아깐 내가 자서 별로...안어색했는데. 그럼 뭐해! 지금 내가 길거리에서 잘수도 없고...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하나. 아니, 차라리 지훈쌤이 입을 떼면 좋겠다. 그래야 더 낫지, 갑분싸 되는건 나도 싫다고.




"...해령쌤."
"ㅇ..에..에? 지금..."
"왜요?"



내가 너무 이상하게 봤나? 그래도 신기한걸 신기하게 보지... 와, 너무 신기해. 이래서 음악 수업은 하나 몰라. 애들이 질문도 못하는거 아냐?



"아니...지금 나한테 말 걸었어요?"
"왜...요?"
"그냥...신기해서."
"푸흐-, 내가 이름 부른게 신기해요? 왜요?"
"ㅇ..오..와.."
"또 뭐가 신기해요."
"웃...는게..."
"사람이라면 웃는것도 우는것도, 화내는것도 당연하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만...지훈쌤은 뭔 일이 생기던 포커페이스라서... 표정이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죠."
"아...그래도 하루에 한번씩은 웃는데.."
"흠...여자애들이 왜 지훈쌤만 보면 오두방정을 떠는지 이제야 알겠네."
"네?"
"애들이 아주 뻑 가요. 쌤한테."
"왜요?"
"쌤 웃는게, 꼭 텔레토비 나오는 '아기 해' 같아요. 이 말이 엄청 예쁘다는거랑 같은거 알죠?"
"어...글쎄요. 난 딱히, 모르겠는데..."
"아니에요! 쌤 엄청 이뻐요! 심지어 이 볼살까지도..!"





나는 이지훈의 볼살을 양손으로 잡았다 떼었다. 오...뭐야, 진짜? 엄청 말랑해. 소장하고 싶을 정도인걸?




"ㅇ,아..."
"아파요? 피부까지 약해빠진거야? 하...부럽네요."
"ㅇ,아니 내 얘기를 하기보단..."
"에?"
"해령쌤 얘길 듣고싶은데.."
"에?"
"...그냥, 물어보는거니까 오해는 하지마요. 스물여섯이면 충분히 그럴 권리도 있고..."
"음? 본론이 뭔데요?"
"어...해령쌤."
"네네, 다 대답해줄게요. 이런 기회 흔치않아서."
"남자친구는...있어요?"
"당연히!...네?"
"남자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