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HUG>

10.나도 같아


띵동-,




"이시간에...올 사람이 있나."



미심쩍어서 이불을 몸에 두르곤 인터폰을 확인했다. 아니, 뭐지. 난 아무도 안불렀는데? 현관문 앞에 서 있던 사람은 뭐가 들어있는 봉지를 들어 내게 보였다. 얼른 문을 열어줘야겠다.





띠릭-,




"아, 힘들어. 물론 버스 타고 왔지만, 쌤 집 왜이리 멀어요?"




그래, 내 집 아는 사람이 이석민 말고 더 있겠어? 자식, 내가 아픈건 어떻게 알았는지... 손엔 죽이 든 봉지를 쥐고 있다. 오자마자 자기 집인 마냥 드러눕는건, 죽 사다준걸로 용서하고. 





"쌤, 몸살이라면서요. 왜 일어나있어요, 얼른 누워요."





이석민은 날 보곤 꽤나 놀란 표정으로 날 소파에 눕혔다. 내가 둘둘 말고있던 이불을 빼선 내게 덮어주곤 말이다. 곧장 내 방으로 들어가더니 베게 하나를 가지고 나온다. 너, 그렇게 여자방에 함부러 막 들어가다간 쌍으로 쳐맞는다고. 그래도 물어볼 순 있었잖냐.







"아, 고마워. 근데 내가 안일어났음 너 지금 여기 없잖아."
"음...그건 나중에 생각해요!"
"그럼 내가 뭐가 되..."
"아...자! 내가 쌤 아프대서 죽 사왔어요."
"오..야채죽..."
"안좋아해요? 다시 사올까요?"
"ㅇ,아니, 그거 아니야. 야채죽...귀여워서 그래."
"아...저는요? 담임쌤 아프다고 죽 사오는 학생이 어딨어요. 귀여운 죽 사왔으니까 귀여운 죽 사온 귀여운 남자지. 맞죠?"
"나 지금 머리 아픈데...대답은 못하겠다."
"치...그러면서 죽은 잘 넘어가나봐요?"




나도 모르고 있었다. 배고픔에 본능적으로 뚜껑을 따고 숟가락으로 죽을 불어서 퍼먹고 있었다. 왠지 입안이 따뜻하디, 살겠는 기분이더라. 근데 역시, 먹고있는데도 배고픈건...참 어쩔수 없는거다.





***





"다 먹었어요?"
"응. 덕분에."
"그러네요.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있어졌네요."
"석민아. 밖에 비 왔지 않아?"
"엄청요. 아직도 올걸요? 천둥도 막 치던데. 장난아니었어요. 다리고 신발이고 가방이고... 안젖는 데가 없어요."
"오느라 고생했다, 나 다 나으면..."
"놀이공원 가요."
"어?"
"저한테 고마우면 빨리 나아서 저랑 놀이공원 가자고요."








***







"근데 너 병간호 잘한다."
"이게 뭐요. 그냥 물수건 갈아주고 약같은거 챙겨주는건데."
"그래도. 난 맨날 남 챙겨주는거에서 실수만 연발했거든."
"제가 왜 이렇게 잘 챙겨주는지 알아요?"
"음...너도 이만큼 아파봐서?"
"어떻게 알았지? 맞아요 그거. 나도 같아서 그래요."
"진짜? 너도 몸살 심하게 걸려봤어?"




이거 진짜 몸고생 맘고생 다 하는데. 어린애가 얼마나 아팠을까, 그 여린 몸에. 땀 뻘뻘 흘리면서 아파할 모습이 상상간다. 엄청...슬프네.




"아뇨, 그것보다 더 아픈거요."
"어...뭐?"
"마음병이요."
"에..? 난 마음병 없는데."
"글쎄요, 정말 없을까요. 단 한번도?"
"음... 생각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아픈게 뭐든, 자기가 원해서 아픈게 아니잖아요. 나도 그 사람땜에 아프기 싫고, 인생 포기할 생각 하기 싫은데..계속 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자꾸 나만 아파요. 그 사람은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어린애가...벌써부터 사랑에 빠진거야?"
"저도 어른스럽고 싶은 나이니까요."
"음...그 사람도 너한테 조금의 호감은 있지 않을까? 너에게 관심이 아주 없진 않을걸? 그러니까, 그런건 포기하는거 아니야. 안되더라도, 마음표현은 해 봐. 어떻게 될 진 모르잖아? 안그래?"







부럽다. 꽃다운 나이라서.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어서.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을 꿈은 미리 버리라고들 하던데. 그럴 꿈들은 계획에 넣지 말라는데...얘넨 아니잖아. 한참 꿈꿀 나이고, 한참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아낄 나인데. 뭐라고 하겠어 누가.







***







"응. 다 나았지. 완전 말짱해!"
-정말? 더 안쉬어?
"응. 애초에 3~4일인데 뭐."
-내가 못 올 사람도 아니고...다음부터 아프면 내 일 걱정말고, 전화 먼저 해.
"응, 고마워 유봄아."
-말했다, 난. 의미있는 친구이고 싶다고.
"어...나도ㅎ 그래. 끊자, 나 이제 학교 다 와서."
-어, 나도 일 해야겠다. 끊어~







"아-...학교, 벌써부터 힘들다."





 내가 공부하는것도 아닌데, 내가 설명하면 뭐해. 한 반에 두세명정돈 벌써 자려고 준비중인데. 그냥 다 던져서 엎어버리고싶다. 교탁 엎고 나도 나가고싶다. 얘들 내가 왜 가르쳐, 듣지도 않는데. 나만 바보냐니까?








탁,




"오메,!"
"어,"
"...손을 왜 잡아, 짜식..."
"부끄러워요?"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너 나 무직으로 만들 셈이지?"
"아, 아니요. 그건 아니고."




그놈의 이석민, 이석민. 내가 언제쯤 얠 안볼수 있는 날이 올까. 내가 이민 가야되냐.



이석민은 내가 아픈 4일동안 항상 오후 7시에 왔다. 그 시간에 와선 오자마자 드러눕는건 예상할만한 일이었고, 올때마다 죽 세개를 담아왔다. 돈이 남아나는진 모르겠네. 내 죽 사느라 용돈 다 날린건 아니겠지? 그때마다 이석민은 내일 아침,점심에 먹어라. 난리가 아니였다. 괜찮다고 밀어내면 자기 돈 생각하라면서 내게 다시 밀곤했다.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많이는 고맙다. 덕분에 배고픈 날이 없었다.





"이번주 토요일에 저랑 놀이공원 가요."
"어?"
"제 말 잊었어요? 고마우면 놀이공원 가자 했잖아요."
"아...토요일...되려나?"
"되요. 무조건 되요. 알았죠? 연락 할게요."
"ㅇ,아니..!"




완전 제멋대로. 근데, 쟤가 이렇게 안하면 난 내가 약속 잡자고 못 할 것 같애. 오히려 감사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