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님..?
야근하던 창식씨 다시 사무실 돌아온 정국에 한번 풀풀 풍기는 술 냄새에 당황한다
무뚝뚝한 성격때문에 연애 2년 신혼 1년 반 동안 거의표현을 잘 하지 못했던 여주
이게 지금 뻥 하고 터져버린거지

- 몰라.. 여기서 잘거야..
- 들어가셔야죠..!
- 됐어.. 너 퇴근 해..
-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손만 휘적휘적 거리면서 사무실 밖으로 내쫓는다
*
다음날 아침
부시시하게 일어난 여주
습관적으로 옆으로 몸을 돌려 끌어안으려하는데..
아무도 없는 침대 옆자리..
- 응..? 일찍 나갔나..?
핸드폰을 켜 보지만 먼저 나간다는 연락도 없다
- 뭐야..
토독토독-
눈도 다 못 뜬채로 남편한테 톡보내는 여주
_ 오늘 일 많아? 1
_ 어제 술 많이 먹었던데 해장은 꼭 하고 1
_ 톡 보면 전화 줘 1
그렇게 연락을 남기고 출근 준비를 하는 여주
*
- 하아..
안경까지 쓰고 자료를 하나하나 살펴보는 여주
오늘은 정부 박모 국회의원의 비리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날이다
똑똑-
- 네 들어오세요
- 김검 3시 재판으로 미뤄졌다는데
- 왜요?
- 재판 출석을 거부했대. 국회의원이라 불구속 수사고, 영장 발부도 잘 안되는 모양이야 일단 검찰에서 힘 써준다고 했는데..
- 제발.. 곱게 좀 오면 안되는건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피곤함을 참는 여주

- 너 이번 재판 괜찮겠어? 이번에 승소 할 확률이 현저히 적어. 너도 알잖아.
- 알죠.. 근데 나 아니면 누가 이 건 맡을건데? 선배는 오늘 공판 3개, 민선배는 오늘부터 휴가고 다른 선배 동기 후배들은 자기 커리어 무너질까봐 난리인데. 그럼 누가 맡냐고
- 대한민국에 검사가 너밖에 없는 거 아니잖아
- 선배가 걱정하는 거 알아요. 선배도 내 성격 알잖아내가 맡은 거 최대한 해봐야지. 고마워요 걱정해줘서.
*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재판장 앞 수많은 기자들이 바글바글하다
벌써부터 피곤해지는 기분에 눈을 감았다 뜨는 김검
차에서 내리자마자 달려오는 기자들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김여주 검사님!! 오늘 박구영 국회의원 비리사건 재판을 맡게된 심정을 말씀해주세요!!”
- 기분 개같습니다
“승소확률이 적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검사님이 보시기엔 어떠십니까?!”
- 모르죠. 누가 이길지는 봐야하는거니까.
다른 기자들의 질문은 무시한 채로 재판장 안으로 들어간다
*
“20*0년 *월 **일 박구영 국회의원 비리혐의 사건 1심 공판을 시작하겠습니다.”
*
정국의 사무실
- 아으..
술을 어지간히 먹긴 했는지 머리가 깨질 듯한 정국
티비를 켜니 오늘따라 야위어 보이는 와이프 모습에 안쓰러워 보이다가도 어제 일이 떠올라 다시금 토라진다
- 하아..
좋지 못한 마음을 가졌는데도 자꾸 뉴스로 눈이 가는 정국
연신 마른세수만 하다가 티비를 꺼 버린다

- 왜 저렇게 말랐어 또..
*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검사님!! 이번 재판에서 패소하셨는데 재심 청구 하실건가요?!”
- ...
*

- 징계.. 먹는다며.. 과잉심문으로..
- 윗선이 시켰겠지..
- 시발 니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지금 민윤기 전화 오고 난리야
- ..하아..
- 너무 기죽지 말고 인마 우리 로펌 사람들 다 탄원서도 다 넣고 재심청구도 하기로 했어 우리뿐이냐? 여론도 난리야
- 나.. 어쩌죠 선배..
- 걱정하지마 징계 내려지기 전에 재심 들어가서 유죄 받을 수 있게 할거니까 윗선도 여론은 무시 못하는 거 알잖아
- 일단 오늘은 일찍 퇴근해 얘기해놓을게
- ..고마워요 선배..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
수많은 연락이 쏟아진다
[ 강력 1팀 김경사님]
_ 검사님 괜찮으세요?
_ 검사님 잘못 아니에요. 너무 기죽지 마세요.
[ 강력 1팀 정경사님 ]
_ 검사님 저희 관할, 강력 1,2,3팀 다 탄원서 쓰기로 했어요. 어깨 피고! 검사님은 당당한 게 어울려요. 힘 내세요.
*
고된 몸과 지친 정신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자 반기는 텅 빈 현관과 고요한 거실
폰을 열자 아직 지워지지 않은 노란색 1이 아프다
[ 남편♥️]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서럽기도
오늘 일찍 나간게 위험한 일일까싶어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 흐끅,히끅, 어디,갔끅어..
[ 창식씨 ]
뚜르르-
뚜르르-
- 하아.. 제,끅발.. 받아흐끅주,세요..
뚜르르-
달칵-
- 네 검사님 무슨 일 있으세요?
- 창,흐끅식히끅,씨이흐으..
- 우세요? 무슨 일이세요 네?
- 남편,남,편 조옴흐으.. 바꿔끅,주세요..
- 잠시만요!
- 대표님 전화..
- 누군데 너한테 전화가 와
- 검사님이요..
전화기 넘어로 들리는 남편 목소리에 울음 소리는 더 커진다
- 여주가 왜 너한테 전화를 해
- 아 지금 우세요!! 빨리 받으세요 쫌!!
- 여보세요 여주야 왜 울어
- 흐끅,흐으ㅠㅠㅠ 어디끅,야흐끅흐으ㅠㅠㅠㅠㅠ

- 사무실이야 왜 울어 어디 아파? 병원 가자 지금 갈게
- 병,원흐ㅠㅠ 말,고오ㅠㅠㅠ 빨리흐끅.. 와아ㅠㅠㅠ
- 어 빨리 갈게 울지 말고 있어
뚝-
그렇게 뛰쳐나가는 대표님
(과속은 절대 안돼요 절대 절대)

*
띡띠띡..
띠로록-
도어락 누르는 소리에 울다가 뛰쳐나가 먼저 문 열어버리는 여주
그러곤 남편 품에 안기더니 울면서 남편 다친데는 없나 꼼꼼히 살피기 시작한다
- 다,친데끅느은.. 없찌이흐끅,없어..
다친데 없는 거 확인하고 안겨서 엉엉 무너질 듯 우는 여주에 등 토닥토닥해주며 느끼는 정국
아 진짜 사랑하는구나
표현 못하는거지 안 하는거 아니구나
그러곤 번쩍 안아서 토닥토닥해주면서 집에 들어간다
- 왜끅,나가써어ㅠㅠㅠㅠ 나빠,끅써어ㅠㅠㅠㅠ
한참 울면서 찡얼대는 거 받아주는 정국
하지만 귀에 입꼬리 걸리게 생겼다
*
눈두덩이 한 접시된 여주 침대에서 남편한테 꼭 붙어서 웅얼웅얼 오늘 있었던 일 얘기한다
많이 피곤했는지 말 끝이 늘어나는 모습에 남편은 토닥토닥과 머리 쓰담쓰담 스킬 발휘 중이다
- 그래서.. 징계 받을 거 같은데에.. (울먹)
여주 말에 그 국회의원 바다에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전대표
- 선배들이.. 탄원서 써준다고 하능데에.. (울먹울먹)
- 나도 써줄까? 애들도 다 쓰라고 할게 응? 원하면 국회의원 자리에서 내려오게 해줄수도 있어 어떻게 해줄까 응?
머리로 가슴팍에 부비면서 울먹거리는 여주
4살 연하 아내 귀여워 미치려하는 남편
- 죽이능거느은.. 안하기로 해짜나.. 나랑 약속 해노코..
- 미안해 잘못했어
- 근데 자기야 왜 이렇게 말랐어 응? 내가 살 찌우려 했는데.. 오늘 뉴스 보는데 속상해 죽는 줄 알았어
- ..그러면 오빠가 맛있는 거 더 사주면 되잖아..
- 어?
- 맛있는 거어.. 으응..

- 아 진짜 어떡하지..
‘오빠’ 라는 단어에 심장 터지는 남편
알고보면 애교가 많은 아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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