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야, 신입생? 예쁘게 생겼네.”
“안녕하세요, 선배님!”
이 게임 이왕 할 거면 완벽하게 해내자는 생각으로 예쁘게 눈꼬리를 접으며 남자주인공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갑자기 핑크핑크했던 교복은 어디가고 깔끔하고 예쁜 검은색 교복과 함께 배경이 으리으리한 학교 정문으로 변했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의 머리 위에서 깜빡이는 빛과 함께 다시 스탯창이 떴다. 조금… 개같은 내용으로.

“아니.. 시발. 반인반수라고?? 이딴 설정은 또 누가 만들었대. 존나 어이없네.”
스탯창이 뜨고 나서는 배경이 흑백으로 변하며 시간이 멈춰버린 터에 스탯창을 보고는 미친사람처럼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꽉 말아쥐며 욕짓거리를 뱉았다. 그 와중에 [김석진]이라는 늑대 반인반수의 머리 위에 있던 빛이 예쁜 하트로 변했다.

[현재 호감도 측정 중입니다.]
“…와, 진짜 미치겠네.”

미연시의 여주인공이 되었습니다
02화
첫번째 공략 - 김석진(반인반수)
🌷
[ 김석진의 현재 호감도는 26%입니다. ]
“… 진짜 좆같네.”
생각보다 낮은 호감도에 그저 웃으며 욕만 뱉은 여주의 뒤로 여주 주위에 있던 보호막이 픽셀처럼 걷히며 다시 흑백이였던 세상에 색깔이 들어찼다.
“김여주 맞지? 검은색 넥타이를 보니 1학년이고. 본관까지 데려다줄게. 학교가 커서 길 찾기가 좀 어려울거야.”
여주에게 본관으로 데려다준다는 김석진의 말에 여주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좋아했지. 이 틈에 호감도를 꼭 올리고 만다!! 고 생각한 17년 인생 모쏠. …이지만, 누구보다 연애, 짝남 꼬시기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있는 김여주. 대놓고 김석진에게 달라붙어 걸어가며 살짝씩 손을 부딪히며 수줍게 말한다.
“저… 오빠라 불러도 될까요, 선배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겠다는 듯한 시선처리, 조금 빨개진 볼(그냥 김여주는 홍조끼가 있다). 살짝씩 스치는 손등. 거기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조심히 넘기며 마지막으로는 석진을 살짝 바라보았다.
자기가 봐도 와 이거 안 설레면 사람일까 하면서 두근거리는 심장 억누르고 김석진 얼굴 바라보는 김여주.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 짓고 있는 김석진에 실망하려 했을까.

“…마음대로 해.”
돌아오는 긍정의 대답과 함께 여주를 지나쳐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는 김석진의 귀는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석진 머리 위에 떠 있던 하트가 일그러지며 호감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호감도가 15% 올랐습니다.]
[현재 호감도 : 41%]
뭐야, 김석진? 생각보다 쑥맥이였잖아.
얼굴만 봐서는 여자 여럿 울리게 생긴 김석진은 생각보다 말 공격에 약했다. 여자와 함께 있는 것도 서툰 것 같고. 꽤나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여주였다.
*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선.. 오빠.”
“그래, 조심히 들어가. 다음부터는 길 헤매지 말고.”
잠시만, 설마 진짜 이렇게 헤어지는 건 아니지?
고맙다는 여주의 인사를 뒤로 등을 돌려버리는 석진에 당황한 여주는 급하게 석진의 옷 소매를 잡으며 웃으며 말했다.
“저… 오빠, 너무 감사한데 제가 밥 쏠게요!!”

“응? 일학년이 무슨 돈이 있다고 밥을 쏜대.”
“…”
이거 거절한거지, 지금.
호감도가 꽤나 올라 당연하게 석진이 데이트를 수락해줄거라는 이상한 믿음에 데이트를 신청한 결과는 보다시피 거절. 에둘러 표현했지만 석진의 말은 명백한 거절이였다.
그래서 낙심한 표정으로 알겠다며 뒤로 돌면 귓가에 다시 들려오는 달콤한 목소리.
“밥 말고, 저녁에 산책하는게 어때.”“오늘 보름달 뜨는 날이잖아. 등에 태워줄게.”
시-이발. 반인반수는 데이트 신청도 이렇게 하나봐요, 엄마. 저 요망한 입에서 나오는 김석진의 단어들에 현실이였다면 바로 기절해버렸겠지만 김여주는 다행히도 정신을 잘 붙들고 있었다.
/
“오빠, 오래 기다리셨어요? 죄송ㅎ…”
저녁 약속에 5분 정도 늦은 여주가 사과를 하며 자길 보며 웃는 석진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당연하게도, 시간이 멈추며 다시 뜨는 스탯창. 그래도 말하고 있는데 짜증나게 시간을 멈추냐. 투덜거렸지만 여주는 조금 익숙해진 듯 스탯창의 내용을 확인했다.

“와-… 이건 좀 어렵겠는데.”
예쁘다는 소리를 3번이나 들어야한다는 이벤트에 여주는 고개를 삐딱하게 돌리며 입 안에서 혀를 굴렸다. 그래도 어쩌겠어. 까라면 까야지. 다시 죽기는 싫으니까.
.
.
.

“별로 오래 안 기다렸어. 그나저나 옷 예쁘다.”
“…아, 감사해요!”
이벤트가 시작하자마자 [예쁘다]라는 소리를 들은 여주는 놀라다 급하게 대답을 했다. 뭐야, 생각보다 쉬울 것 같은데?
*
그렇게 길을 가던 중 예쁜 숲이 나오고, 이끼가 잔뜩 붙은 팻말에는 [축제]라고 적혀있었다. 뭘까 하는 물음에 팻말을 응시하던 고개를 위로 돌려 석진을 바라보면 기다렸다는 듯 말해주는 석진.
“아, 이 숲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축제를 하고 있어. 1년 내내 열리는 축제라서 요즘은 사람들이 별로 안 찾아 오더라고.”
뭐지. 난 왜 저 말이 둘만 있고 싶다는 말로 들리지?
쑥스러운 듯 자신의 뒷목을 큰 손을 쓸어내며 말하는 석진에 김여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라는 말을 ‘둘만 있고 싶다’라고 제멋대로 해석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조금 핑크핑크해진 분위기 속에서 석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등에 태우고 달릴거라서 꽤 추울 것 같거든,”

“그러니까 내 옷 덮고 있어.”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니야, 너 추울 것 같아서. 난 어차피 변할거니까.”
“그럼… 감사합니다.”
향긋하고 시원한 향기가 나는 석진의 코트를 받아든 나는 몸 위에 덮어썼고, 석진은 내가 보고 있지 않을 때 어느 새 늑대로 변해있었다.
이 데이트, 아무래도 좀 설렐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