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을 조용히 걷던 두 사람.
그 고요함을 깨듯, 여주의 바지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띠링—
여주는 흠칫 놀라며 핸드폰을 꺼냈다.
화면에는 [태산]이라는 이름과 함께 도착한 메시지 하나.
💬 여주야, 집 도착했어? 잘 들어갔는지 궁금해서.
순간, 여주는 잠시 멈칫했고 그걸 놓치지 않은 재현이 물었다.
“...누구야?”
“ㅇ...아! 그냥 스팸인 듯?”
“스팸?”
“응응! 요즘 무슨... 뭐 가입하라고, 그런 거 있잖아ㅎㅎ”
재현은 말없이 여주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눈빛 속에는 무언가, 작게 의심스럽다는 감정이 스쳤다.
하지만 여주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여주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ㄴ..내가 왜 거짓말을 하는 거지…? 그냥 태산인데…’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고, 그저 얼버무리듯 말했다.
“가자...! 데려다준다며어”
"...? 그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둘은 나란히 걸었다.
집에 도착한 여주는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돌돌 말았다.
침대에 엎드려 누운 채 핸드폰을 다시 들여다보며, 태산에게 온 메시지를 한참 바라봤다.
“얘가… 갑자기 나한테 왜 이런 연락을…”
여주는 자신과 태산이 단둘이 갠톡을 주고받을 만큼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만, 태산이의 갠톡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여주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움직여 답장을 보냈다.
💬 웅 잘 들어갔지! ㅎㅎ
보내자마자, 진동이 즉시 울렸다.
띠링—
💬 뭐해?
“헉!!! 뭐야… 카...칼답?! 뭐지 진짜아….”
놀라 핸드폰을 침대에 떨어뜨린 여주는 한참을 뻘쭘하게 폰을 바라봤다.
심장은 괜히 두근거리고, 손끝은 간질거렸다.
‘아 됐고, 내일 등교해야 하니까… 잠이나 자자’
여주는 억지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꿈에서도 재현과 태산이 동시에 나타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여주야! 너 지금 교무실로 오래.”
여주는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교무실…? 내가 왜?”
"아 담임이 일단 너 오래, 암튼 난 전했다?"
"야아...!! 어디가... 뭔 이유인지도 안 알려주고...."
"일단 오래"
"알겠숴..."
교무실에 도착하자, 이미 재현이 머리를 콩- 맞고 있었다.
“명! 재! 현! 너는 왜 항상 경고를 그냥 무시하고 다니냐?
밤늦게 학교 시설 출입은 금지한다구 몇 번을 말했니??”
“헉…”
"이래서~ 너같은 양아치 놈들은 훈육이 굉~ 장히 중요하단 말이지??"
"저 양아치 아니거든요?!?!?!"
"그럼 뭔데!!!"
"양아치 같이 생긴 것 뿐이거든요!!!!"
"ㅇ..이게 선생님 앞에서...!!"
여주가 눈치를 보다 고개를 숙였다.
“ㅈ.. 죄송합니다 쌤… 저도 어제 같이 있었어요…”
"어머, 여주도? 전해듣긴 했다만 잘못 전달된 줄 알았는데~"
"쌤, 저한테 대하시는 거랑 태도가 너무 다르신 거 아닙니까?"
“....큼 됐고! 둘 다 쓰레기 봉사 2시간! 오늘 수업 끝나고 교정 청소할 것.”
"네에???????"
그렇게 해서 그날,
여주와 재현은 슬기로운 교내 청소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아… 진짜 벌 받는 느낌이네”
재현은 쓰레기 집게를 휘두르며 투덜댔다.
여주는 조용히 종량제 봉투를 들고 따라다녔다.
“그럼 상이겠어? ㅋㅋ 우리가 잘못했잖아… 늦게 들어간 거눈...”
“쌤 너무하신 거 아냐?! 내가 뭘 훔친 것도 아니고... 난 이 학교 학생이라고오!!!!”
“너가 무슨 귀신 얘기해서 내가 놀라 비명 지른 게 컸던 것 같은데…?”
“…그건 인정.”
"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겨, 그니까 담부터 나 놀래키지 마라 니 ㅡㅡ"
둘은 웃으며 빈 캔, 종이컵 같은 쓰레기들을 주워 담았다.
은근히 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는 교정.
수업 끝난 학교는 평화로웠다.
“야, 너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가방 찾아준다고 안 따라갈 껄 그랬다.”
“그럼 나 혼자 무서운 체육관에 갇혔겠네?”
“그거 좀 보고 싶었는데~?”
“야!!”
여주가 발로 툭 찼고,
재현은 피하며 웃었다.
하지만 그 순간—
“꺄악—!”
계단 아래쪽으로 발을 디디려던 여주가
헛디뎌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야!! 괜찮아??”
재현이 급히 뛰어왔다.
여주는 발목을 움켜쥐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 발목이…”
“움직여 봐.”
“안 돼… 아파…”
재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조용히 무릎을 꿇더니 등을 돌렸다.
“…업혀.”
“뭐…?”
“지금 혼자 걷지도 못하잖아. 업혀.”
“야… 너무 오버하지 마. 그냥 좀 쉬었다가—”
“됐고. 업혀, 빨리?"
여주는 잠시 머뭇거리다,
재현의 등에 살며시 몸을 포갰다.
“하아… 너 진짜 무릎 꿇을 일이 많다.”
“이게 다 너가 놀래켜서 그런 거니까 책임져~”
"그래서 무거운 니를 내가 업어주고 있잖냐~"
"뭐어??? 이거, 이거 내려, 내려줘어!!!"
"아이고 무거워라~ㅋㅋ"
그렇게 두 사람은 학교 뒷편에서 다정하게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
.
.
.
.
.
.
다음 화에서 계속 >>
구독과 응원 부탁해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