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후계자의 연인으로, 취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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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를 헤치며 오빠가 있을 카운터 쪽으로 다가간다.




" 실례합니다. 죄송해요, 잠시만요···! "




누가 119 좀 불러 봐요!!




귓가에 흐릿한 음성이 메아리친다.




어머 어떡해, 사람이 쓰러졌나 봐···




속삭이는 귓속말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쿨럭-




"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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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숨을 잘못 쉬어서··· "




그제서야 그리 말할 때마다 유난히 씁쓸하게 웃던 오빠의 눈빛을 기억해낸다.




" ···. "




다시 한 번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인파의 중심 쪽으로 다가간다.




" 오ㅃ, "




순간 중심을 잃어 휘청거렸다. 중심을 잡았을 땐 반대쪽의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 어··· "




아니다.




쓰러진 사람은 오빠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모르는 그 사람에 응급처치를 하는 모습을 보며 한 여자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오빠를 보고도 일단 안도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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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진짜··· "




어쩐지 살벌한 분위기의 테이블에서 간간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그때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흘리던 여자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얼결에 그런 건지 오빠 역시 이쪽을 바라보았다. 내 쪽으로 올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 여자의 팔을 붙잡고 자리를 피할 줄은 몰랐는데.




손을 떨어뜨린 채로 두 사람이 사라진 쪽을 보면서 멍하니 서 있었다.






*






" ···. "




"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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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




" 병실에서 갑자기 쓰러져서 발견되셨어요. 몸은 좀 어떠세ㅇ··· "




" 서수아. "




" ···네? "




" 서수아 어딨어요. "






*






그렇게 테이블로 돌아가 오빠를 기다리는 시간이 10분에서 한 시간으로, 한 시간에서 두 시간으로, 또 세 시간으로 늘어나도록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시곗바늘이 다섯 시를 가리킬 때쯤 자리에서 일어나 힘없이 카페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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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병실로 돌아가도 되는 거냐. "




김민규와 그 학생의 모습이 눈앞에 맴돈다. 물론 오빠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이까짓 걸로 병실에도 안 돌아가는 게 바보 같은 짓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 그렇지만···




" 하···. "




그럼 대체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해.내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의 팔을 잡고 떠나버린 상황에서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해.






*






" 기억이.. 돌아오신 거예요? "




대뜸 누군가를 찾는 환자에 당황한 듯 간호사가 눈동자를 굴린다. VIP 환자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빠르게 달려온 의사가 민규의 상태를 살핀다.




" 김민규님, 괜찮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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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




" 네? "




" 서수아.. 수아 어디 있는지 아세요? "




" 기억이 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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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답 없이 민규는 침상에서 벌떡 일어난다. 얇은 겉옷은 걸쳐 입고는 앞뒤 잴 틈 없이 화원으로 빠르게 걸음한다.






*





" 아야··· "




넘어졌다.




유나가 준 치마를 입고 있던 터라 무릎에 얕게 쓸린 흔적이 남았다.




" 되는 일이 없어, 시발··· "




결국 서러워 욕을 내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 어느덧 밤이 된 시각에 바람은 꽤나 차갑다.




" 히끅,··· 최승철 진짜 만나면, 씨이.. "




날 찾으러 돌아다녔다면 한 번쯤 마주칠 법도 한데. 한 시간을 벤치에 앉아 있어도, 몇 시간을 병원 안을 돌아다녀도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 김민규는 그래도, 끅··· 이렇게 딴 여자 팔 잡고 도망은 안갔다 나쁜 새끼야!! "




나쁜 새끼야!
나쁜 새끼야!
나쁜 새끼야-!




이르지 않은 시각에 민원이나 들아올까, 소심하게 고함을 내지르자 텅 빈 복도에 메아리가 울린다.




" 진짜 진짜··· 이번에 또 돌아봐도 없으면······ "




수연이네 집으로 도망가 버릴 거야. 진짜로.




병실에 들어갔다가 만나기도 너무 모양 빠지잖아··· 그렇게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최승철 찾기를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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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수아. "




아니,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시작할 뻔 했다.




" ···김..민규? "




" ···. "




와락 달려들다가 멈칫, 자기 키만큼 거리를 남겨둔 채로 멈춰 선다.




" 김민규··· "




" ···. "




그대로 천천히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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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송해요. "




"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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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 죄송해요. 그러니까 제가··· 저번에 뵀던 게 기억이 나서, 제가······ "




" ···. "




그를 빤히 바라본다. 서수아, 하고 부르던 목소리가 너무 익숙했으니까. 그 말투가, 소리의 향기가.. 마치,




" ..오빠. "




그때의 것만 같아서.




" ···네? "




그렇게 입을 열었다.




" ···오랜만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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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저 기억 나시죠? "




그 기억은, 번호가 따이던 기억 따위가 아니다. 지갑을 찾아준 고작 그런 일 따위의 기억이 아니다.




화원에서 그렇게 입을 맞추던 기억. 그의 떨리는 손을 내가 잡았던 기억. 피가 남아 있던 그 골목의 기억이,




" ···응. "




내가 말했고 그가 안다는 그 기억임을 우리는 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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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지냈어? "




머뭇거리다가 연 그의 입에서는 그런 아련한 대사가 흘러나온다.




" 네.. 잘 지내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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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




잘 지냈어.




고갈된 대화의 소재에 가만히 입을 다문다.




와락 -




그때 그가 나를 껴안았다. 얇은 겉옷과 떨리는 숨이 느껴진다.




" 미안해.. "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제 마음을 나에게 전한다.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은 어떤 표정을 그리고 있을까.




" 내가···. "

" ..미안해 수아야.."




그렇게 내 얼굴을 그의 가슴팍에 묻은 채로 나는 구태여 그를 올려다보지 않는다. 올려다보지 말라고 묻어버린 것일 테니.




" 나 고민 많이 해봤어.. "

" 미안. 미안해 수아야. "




그가 눈물을 떨군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김민규가 울고 있다.




" 솔직히 갑자기 사랑하게 된 건 아니고, 그냥.. "

" 나를 너처럼 대한 사람은 처음이었어. 그러니까, "

" 다들 설렁설렁 기기만 했지 너처럼 네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어. 처음 보고 서로 쌍욕을 해댔을 때 그건 흥미라고··· 생각했어. 솔직히, 흥미롭지만 얼마 못 갈 거라고. "

" 괴롭혔는데, 괴롭혔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애매하게 잘해주고 싶은 감정도 느껴져서 그게 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어. 근데 그냥 무의식 중에··· "

" 그냥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본능적으로, 이 사람이 사랑한다 말하면 그건 정말 사랑이 아닐까 하고. 조건을 보고 내뱉던 남들의 가식적인 사랑을 보다가 너를 보면 그냥 어딘가··· 답답하게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어. 그다지 고급진 비유는 못 되지만 나한테 너는 숨쉴 틈이었어. 정말 너를 봐야지 숨이 쉬어지더라. 그니까, 너 없으면 나는··· "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내 어깨에 제 얼굴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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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살 것 같아. 진부하지만 못 살 것 같아. 그게 사랑이라는 감정인 걸 여기 병원에 와서야, 그때에서야 깨달았어. 그때서야 알았어, 나는··· 나는 정말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어서, 표현을 잘 못 해. 못 해서 너를 놓쳤고, 그래서.. 잘못된 방식으로 너를 떠나보냈다고 생각해서··· 모른 척 하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어. 근데 내가 정말 노력할게. 정말 열심히 해볼게. 너만 바라볼게 수아야. 그니까 제발. "

" 제발··· 제발 가지 말아줘. 염치없지만 제발 여기 곁에 있어주면 안 될까··· "




저보다 10센티미터는 족히 작은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내 허리를 꽉 껴안은 채로,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 오빠··· "




" 미안, 미안해··· "




끅끅 눈물을 삼키면서 그가 운다. 낯선 모습을 한 김민규가 나를 꽉 껴안는다.




" ..저기, 숨, 숨이··· "




" ..미안해..! "




숨이 안 쉬어진다는 말에 급히 떨어져서는 안색을 살핀다.




" 일단 우리··· 저기로 갈까요. "




화원 구석의 벤치를 가리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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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그렇게 해줘. 부탁한다. "




" 어- 조심해서 들어가. "




얘기를 마친 승철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선다.




" ···정말 안 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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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망이 있으면··· VIP 환자한테 그런 소릴 했겠냐. 조심해서 들어가. "




어느새 어둑해진 거리의 소음을 승철이 걷는다. 어느 소리도 예쁘게 들리지 않는다. 어긋난 듯한 무채색 소리들의 불협화음에, 짙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걷는다.




" ..휴.. "




벌써 열한 시나 됐네.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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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보러 가야지. 제각기 다른 방향에서 밤거리는 승철을 향해 휘몰아치는 것 같다. 울렁이는 고통에 간신히 시야를 바로잡은 그가 짧은 탄식을 흘렸다.





← 수아 ❤


1 수아야 먼저 병실에 들어가 있어
1 일이 생겨서 늦을 것 같은데
1 먼저 자고 있을래? 미안해..
오후 2:12






아직도 읽지 않은 카톡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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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




화난 거 아니겠지. 아니 화났겠지. 화날 만 해.




최대한 차갑게 대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서도 또 선명한 과거의 평소처럼 연락을 보내 버렸다.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기며 헝클고는, 그는 그만 시끄러운 야경의 중심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





" 그게, 오빠. "

" 그러니까··· "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면 그가 물끄러미, 살짝 웃으며 내 눈을 바라본다. 눈물자국 남은 건 아는 건가.

손을 뻗어 눈가를 아프지 않게 닦아내 주고 다시 앉아서 입을 열었다.




" 제가.. 죄송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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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




" 떠난 건 오빠 잘못이 아니에요.. 흔들려서, 잠깐 나 혼자 흔들려서 그렇게 됐던 거예요. "




" ···. "




" 제가.. 죄송해요. "




솔직히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건지 나 자신도 잘 알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승철 오빠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데, 혼자 흔들리기만 했다는 게 진심일 리가.




" ···근데 너 안 추워..? "




추위에 몸을 살짝 떠는 나를 보았는지 그가 묻는다.




" 아··· 조금? "




···어, 이러길 바란 건 아닌데..




곧장 겉옷을 벗어 내 다리에 덮어주려는 그를 말렸다.




" ㅇ..어, 아니, 안 추우세요? "




" 난 괜찮아, 근데··· "




시선을 땅에 내리꽂더니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는다.




" 잠시만, 너 무릎 왜 이래? 넘어졌어···? "




벤치 바로 뒤에 있는 가로등 탓인지 상처가 눈에 들어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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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




" 그, 일단 내 병실로 갈래..? 상처 치료하고, "




" ···. "




망설이는 기색을 보더니 내가 괜히 물었나, 싶은 표정으로 우물쭈물 나를 쳐다본다.




미안한데 어떡해···




내가 김민규에게 줬을 힘듦을 생각해서일지,




" 가요. "




군말 없이 나는 일어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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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윽··· "




부여잡던 머리를 조심스레 놓으며 승철은 제 병실로 돌아왔다.자고 있으려나. 널찍한 병실을 눈으로 훑는다. 그런데···




" ···?! "




수아가 없다.

병실에 그녀가 없었다.




그리고 그를 반기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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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왜 여기에···, "




다시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자 보이는, 읽지 않은 카톡이 남아 있는, 떨어진 그녀의 핸드폰. 생각해보니 아까 핸드폰이 안 보인다고 말했던 것도 같다.




승철의 호흡이 짧아진다.




찾아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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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아야··· 서수아! "




큰 소리는 못 내고, 이 늦은 시간에 어디를 갔을지, 다친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인 승철이 빠르게 이곳 저곳을 돌아본다. 그렇게 병원 전체를 얼마나 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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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ㅇ, "




아까 꽂은 링거를 익숙하지 못한 모양으로 끌며 힘없이 걷던 그의 발걸음은 화원 입구에서 얼어버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제게 웃어주던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의 품에 안겨 저항하지 않고 있다. 둘 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아의 옷을 보고 승철은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납득하지 못하는 머리가 띵 울린다.




그래, 이게 맞을지도 몰라. 이게 오히려 잘된 걸지도 몰라.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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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거 아는데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둘을 바라보자니 민규와 수아는 잠깐 벤치에 앉았다 그대로 어딘가로 향한다. 민규가 수아의 상처 난 무릎을 살필 때 승철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파왔다.




멀어져가는 둘을 향해 허망히 손끝을 뻗어보지만 이미 그들은 사라져 없다.




" 하,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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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이런 1시간 20분이나 늦은.. 죄송함니다..(와중에 역대급 최악의 필력 수준 자랑)




왜 왜 제 핸드폰은 시간제로 막혀버리는 거죠 제인생은 왜..? 전 중3인데...?




···근데 수아야 슨처리 책임져라 슨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