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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간 민규의 병실에는 꽤나 밝은 표정으로 그가 앉아 있었다. 약속 시간에 15분 정도 늦었는데도 밝을 수 있는 이유는···,
그녀 때문일까, 하는 생걱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아, 안녕하세요- 승철 씨 맞으시죠. "

" 맞아요. 처음 뵙겠습니다, C경영 장남 최승철입니다. "
" M그룹 차남 김민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디 밖에라도 나가시겠어요? "
" 아··· 죄송합니다, 제가 몸이 많이 좋지 않아서 밖에 나갈 수가 없어요. 그것 때문에 빈손으로 오게 돼 버렸네요··· 처음 뵙는 분이신데. "
"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요. 이쪽에 앉으실래요? "
선한 외모. 사무적인 모습 뒤로 조금씩 웃는 미소가 진심 같다. 일부러 낙관적으로 생각하려 해서인지, 아니면 사람을 잘 보는 승철의 능력은 아직 그대로여서일지, 수아가··· 괜찮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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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 수고하셨어요. "
" 쾌유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던 그가 문을 붙잡고 멈칫 섰다.

" ···잘.. 챙겨주세요. "
해주고 싶은 말은 많았다.
수아는요, 쓴 건 잘 안 먹고 단 걸 좋아하고. 짜장면보다는 짬뽕을 자주 먹고, 탕수육에는 소스 부으면 되게 화내는 아이예요.
주변인들은 다 끔찍하게 챙기면서 되려 자기 자신만은 그 주변인들을 위해 포기해버려서,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보다 자상하고 솔직하게 대해줘야 해요.
그리고 수아는요··· 벚꽃 보는 걸 예전부터 되게 좋아했어요.
그리고 수아는 보기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서······
목까지 올라오는 수많은 말들을 애써 눌러 담고, 두 사람이 알아서 관계를 쌓아나갈 건데 꼴에 왜 참견을 하냐며 스스로를 질책한다.
" ···네? "
"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
민규가 승철을 부를 때면 이미 그는 병실 밖으로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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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는 벨소리에 수아는 핸드폰을 집어든다.
" ···여보세요, "
알바생의 그리 곱지 못한 시선에도 꿋꿋이. 꿋꿋이라기보단 그런 걸 알아차릴 겨를도 없이, 그녀는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는지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랗게 멈춘 시간 속에, 아니 바쁘게 흐르는 시간 속에 멍하니 앉아 있던 그녀가 천천히 전화를 받았다.
" 수아야, 나 일이 끝나서. 혹시 지금 어디야? "
" ...오빠... "
전화를 받자마자 곧장 울음을 터뜨려 버린 나에 아마도 그는 몹시 당황했을 것이다.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3초 정도 정적이 흐른 뒤에 그가 짧게 말을 내뱉었다.
- " 너 어디야. "
병원 카페라고 하니 거기에서 기다리라고 급하게 말하고는 전화가 뚝 끊어졌다.
곧 카페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외투 하나를 대충 걸친 채 환자복 차림으로 헐레벌떡 달려온 것 같았다.
깔끔한 성격에 항상 목 끝까지 옷을 잠그고 다니던 그인데, 아예 활짝 펼친 채로 너덜너덜 옷을 흔들고 다닌다.
" ···오빠, "
울먹거리면서 그를 부르면 그는 갑작스럽게 나를 껴안았다.
병원에 꽤나 긴 시간 있었는데도 그만의 은은한 체취가 느껴진다. 그 품에 안겨, 어쩔 줄 몰라 하며 엉성하게 등을 두드려 주는 손길에 나는 더 울음이 터져 한참을 울었던 것도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어깨에는 그의 옷이 둘러져 있었고, 여전히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서는 그가 내 어깨를 안고 살짝 일으켰다.

" 일단···, 갈까? "
" (끄덕)···. "
나도 주체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미웠다. 그렇게 미운데도 주체가 되지를 않아서 양 눈꼬리에 눈물방울을 매단 채로 그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가자. "
그는 말없이 나를 안고 병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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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침대에 나를 앉혔을 적에는 나는 어느 정도 울음을 그친 뒤였다.
감정이 진정이 된 게 아니라, 이제 나올 눈물이 없어서 그런 것 같은 느낌.

" ···괜찮아? "
계속 안절부절 못하던 그가 내게 건넨 첫 마디는 그거였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기적이고 한심하지만 왠지 투정 부리고 싶고··· 고개를 끄덕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안 괜찮았으니까. 정말 하나도 괜찮지 못했으니까.
" ···안길래? "
" ···. "
안기겠냐는 그의 서투른 표현에도 그저 고개를 젓는 것, 그게 자꾸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가는 나 자신에 대한 소심한 반항이었다. 그의 서툰 호의를 무시하는 게 오히려 더 이기적인 걸지도 모르지만 다른 남자에게 다시 만나지 못할 거 같단 이야기를 듣고 그의 품에 안기는 건 너무···, 용서가 안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안길 수가 없었다고.
" ···오빠. "
여전히 울음기가 가시지 않아 젖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 응? "
" 오빠는··· 제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다고 해도 저를, "
" ···사랑할 거예요..? "
많이 우회적인 질문이었다. 거의 다른 질문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돌려서 물어보았다. 사랑할 거라고 답하더라도 안심하기에도 웃긴,

" 음···. "
"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을 수 있지. 그냥 지금 나를 사랑하면 나는 다 괜찮아. 그걸로 뭐든 버틸 수 있고 그거면 나는 돼. "
" 그리고 내가 널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정신 차려 보니까 너 좋아하고 있었고, 네가 다른 사람을 사랑했든 어쨌든 너를 안 좋아하는 게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
푸흐, 머리를 긁적이며 그가 내놓은 답변에 희미하게 웃었다.
" 많이 착해지셨네요. "
" 갑자기···? "
대뜸 이상한 소리 해서 미안하지만 그의 답변이 뭔가 진심 같아서 찡하면서도, 순수함에 설핏 웃게 됐다. 기억이 덜 돌아왔든지 원래 성격 복구가 덜 됐나 봐.
정말 내가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이게 정말 맞는 걸까.
항상 내 주변을 떠돌던 그 질문을 잠시 내려놓는다.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을 그러지 않고서는 버텨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 질문의 무게가 버거워서···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야, 하고 나는 안일한 답변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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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가는 수아보다 무책임하죠... 반올림하면 12시니까 한번만 봐주시면..🤧 아 근데 진짜 분량 머선1...ㅠㅠㅠㅠ 진짜 다음편 최고의 분량 약속합니다 틈틈ㅇㅣ 많이 써놔야겟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