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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은 드셨..어요? "
말끝이 흐려지는 건 그가 사업 동료와 밥을 먹을 때의 모습을 상상한 탓이겠지.

" 아직 안 먹었어. 같이 먹을까? "
" 그래요. "
" 아, 오늘 퇴원 수속 밟고 퇴원해도 된다더라고. "
" 진짜요? "
" 응. "
" ···다행이네요. "
또다시 말을 흐린 것은,
병원은 그와의 마지막 연결고리라 할 수 있었기에.

" 어.. 점심 먹으러 갈까? "
" 그냥 여기서 먹어봐도 돼요? VIP 병원식 궁금해서. 심지어 여기 병원 밥 맛있다고 유명하잖아요. "
" 그럴래? 알겠어- 지금 말씀드릴게. "
/
VIP 병원식이야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다. 이런 병원식이면 몰래 뭐 시켜 먹지도 않겠다 싶을 정도로. 다 먹고 나른해져 빈둥거리다 퇴원 수속을 하고 나니 그새 다섯 시 언저리.
" ···휴, "
화장실을 다녀오겠다 말하고 안에서 뭔가를 챙기는 듯한 김민규를 뒤로 하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
발걸음이 결국 도착한 곳은,
" 아···. "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그의 병실이었다.
" ···. "
내가 볼 수 있는 건 창가를 바라보고 누워 있는 그의 뒷모습뿐이었다. 서 있던 꽤나 긴 시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문 쪽을 돌아보지를 않는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싶어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내가 바라보는 건 당신이라고. 나에게는 당신뿐이라고. 그 말들을 꾹꾹 힘겹게 밀어넣었다.
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뒤돌아섰다. 뒷모습만 바라보는 게 이리도 어렵고 힘든 일인 줄 내가 여지껏 몰랐던 것은, 그가 내 곁에서 한 번도 내게 뒷모습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겠지.
벚꽃 거리 속에서 내가 그에게 보였던 뒷모습이 떠올라 벽을 짚고 그만 주저앉았다. 그는 그렇게 매정하던 내 뒷모습을 보고도 돌아와 줬는데, 나는.
나는···,

" ···, "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미련하게 울어대는 것밖에 없다는 게 비참하고 너무 미안해서. 그래서 더 미련하고 더 한심하게 나는 울었다.
···훗날 나는 그날을 끝없이 후회했다.
/

" ···. "
울음을 참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새 조용해진 바깥쪽을 승철은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한 병실은 여전히 잔인하게 낯설다.
그때 뒤를 돌아보았으면 네게 좋은 사람으로 남지 못할 것 같았다. 내 욕심이었다. 날 나쁜 사람으로 기억해 달라고, 한껏 미워하고 싫어해 달라고, 그래서 천천히 잊어달라고, 그게 수아를 위한 일일지도 몰랐지만. 어차피 떠날 거 이기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을까.
숨이 벅차온다. 승철의 낯빛이 얼어붙는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은 건가.
산소호흡기의 차가운 느낌에 문득 몸서리치며 승철은 생각했다. 가을의 밤이 유독 오늘따라 너무나도 두려웠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겨울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너와 함께 뛰어들고 싶었던 겨울이란 아름다움을 다시 보는 것조차 불투명한 이번 생에 널 다시 만나는 건 너무 큰 욕심일 것 같아서···
그는 조용히 소원을 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듯한 정적에 고요한 고백을 내뱉는다.
다음 생에. 다음 생엔, 그때는 너였으면 좋겠어. 너도 나였으면 좋겠어. 내가 절대 널 먼저 놓는 일이 없도록 오래오래 살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갖고 태어날 테니깐, 그땐 너도 나도 서로를 사랑했으면. 마음껏 사랑하고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천운을 가지고 우리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래, 그때는 네 곁에 내가 머물러 있고 싶다.
/

" 어디 다녀왔어..? "
붉어진 눈가를 가라앉히느라 한참을 들어오지 않았던 내게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 미안해요······ 마지막일 것 같아서, 보고 싶어서··· "
" 화원? "
" ···. "
두 사람과의 기억이 깊게 물들어 있는 그곳의 이야길 꺼내는 그에 씁쓸하게 웃었다.

" ···네. "
" 이제 나갈까? "
화원이라고 생각해 두고서 그 말을 꺼내지 않은 것은 괜한 오기였을까.
/
" 언니!! "

" ···응, 여주야- 어서 와서 이거 먹어! 민규야 너도. "
" 누나가 만든 거야..? 아주머니한테.. "
" 너무 오랜만이고 요리도 진짜 오래 안 한 것 같아서, 내가 하겠다고 말씀드렸어. 이게 얼마만이야··· 몸은 좀 괜찮고? "
" 응. 잘 쉬다 왔어? "
" 잘 쉬다 왔지 누난- 어머 수척해진 것 봐. 고생 많이 했지··· "
들어오자마자 달려와 민규의 목을 끌어안는 혜연 언니에 그와 잡고 있던 손이 맥없이 탁 풀렸다. 그에게 안기어 부엌으로 그를 데려가는 언니의 눈빛에 묘한 감정이 스친 건 아마 이상한 내 기분 탓이겠지.
···그나저나 기분이 정말 이상하다. 뭘 병원에 두고 온 건가-
언니가 해준 저녁밥은 정말 웬만한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었다. 셋 모두가 웃으며 왠지 평범한 가족 같은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들어온 방에서는 익숙함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그날 밤, 자려고 준비 중이던 시간.
똑똑 -
" 무슨 일이에요- "
" 나 재워 주라. "
" 갑자기요? "

" 그냥, 이제 너 없이는 잠 못 들겠어··· "
갑작스러운 고백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 집에 오니까 신분을 다시 자각하기라도 했던지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이쪽으로 오세요. "
" 응, "
넓지 않은 침대였던 탓에 우리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누워 있었다.

" ···잘 자 수아야. "
" 잘 자요. "
내 손 한쪽을 자신의 구원이라도 되는 듯 꽉 붙잡고서 그는 어느새 잠들었다. 천장을 보고 누워 있다가 고른 숨소리에 그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 누운다.
" ···미안해요. "
숨소리에 섞어 말인 듯 아닌 듯 조용히 내뱉은 말은 오히려 내 생각의 기폭제였다. 자다가 말고 갑자기 나를 껴안는 김민규에 반대 방향으로 돌아누워 두 눈을 감았다.
눈을 감는 순간에조차 내가 잠들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나를 껴안고 귓가에 흐르는 낮은 숨에도 내가,
설레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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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약간 나름대로 캐릭터들 감정선에 신경을 많이 썻디ㅡ그 알할 수 있는 편이랄까요...?(감정선이 안 느껴져서 피식하셨다면.. 죄송합니다)

🖇 리뷰 🖇
✏ 일단, 수아가 초반에 '그'라는 단어를 몇 차례 사용하잖아요. 여기서 '그'는 두 번짼가, 사용하는 '그'에서 알 수 있듯이 승철이를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민규의 얼굴을 보면서 승철이가 사업 파트너와 식사하는 장면을 떠올려요. 민규는 떠올리지 않았고, 반대로 수아가 승철이랑 있을 때에는 죄책감이 아니면 민규를 떠올리지 않았잖아요? 승철을 보고 있을 땐 오롯이 그에게 집중하고 민규를 보면서는 승철을 떠올린다. 스읍···
✏ 승철이는 사실 자고 있지 않앗던 거여요..ㅠㅠ 인기척으로 사람이 근처에 왔다는 걸 알았고 뒤를 살짝 보았을 때는 수아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생각해요.. 지금 돌아보는 순간 좋은 사람으로 남지 못할 것 같다고. 뭔가 행동을 취할 것 같으니까? 그냥 슨처리 슬픕니다.. 서로 좋아하고 그 마음을 아는데 선을 그을 수밖에 없을 때. 그때가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해요···ㅠㅠㅠㅠ 승철 내 최애..
✏ 혜연이가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밥을 해줬다는데 맛있었대요. 아 그럼 착한 캐릭터ㅈ... 아 아니 이게 아니라 (정신차려 루나틱) 혜연이는 어떤 캐릭터일까요? 혜연이 관해서도 쪼끔 떡밥을 흘려보냈던 걸루 기억합니당.
✏ 수아가 민규에게 미안하다 말한 게 순전히 승철을 잊지 못했다는 죄책감일까요? 그렇게 가벼운 느낌으로 설명하기에는 어쩌면 조금 더 짙은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아시다시피 수아와 민규는 금전적으로 맺어진 관계이고, 수아는 이런저런 상황들에 소녀가장으로서 엄청ㄴㅏ게 부닥쳤던 그런 사람···
연재일.. 어째 한 번을 못 지킨 것 같죠..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니 애초에 12시에 맞춰 올리게 되는것두 미친짓이지마는 요즘 학원이 토요일에만 두 갠데 또 몰폰으로 글을 쓰다보니..ㅠ 일요일 새벽 2시까지루 컷뜨라인 연장을 허락해 주시겠어요 🤦..? 와중에 감정선이란 말로 분량도 쥐꼬리..🤦 이 이마탁 제가 하는 짓에 너무 어울려서 자꾸 나오네요.. 🤦 악악악 다음번엔 😇😘😊 얘네만 계속 나오도륵 하는 짓 상향 조절을 좀 해보겠습니다,,!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