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진 아스팔트 위, 바람 한 점 없이 뜨거운 오후였다.0000
강여주는 동네 공원 옆 실외 농구장 철제 벤치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있었지만, 음악은 재생되지 않았다.
그저 아무 말도 듣기 싫은 날이었다.
“공 좀 빌려도 될까?”
햇빛을 등지고 선 누군가의 그림자.
여주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는 키가 훤칠하고 이마에 땀이 맺힌 소년이 서 있었다.
최수빈. . .
같은 고등학교였지만, 반도 다르고 말도 한 번 나눠본 적 없던 이름.
하지만 그의 얼굴은 어쩐지 자주 본 것 같았다. 어딘가 익숙했다.
“…응. 괜찮아.”
여주가 옆에 놓인 농구공을 밀어주자, 수빈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웃었다.
그리고 말없이 코트 한쪽으로 걸어가 드리블을 시작했다.
그는 굉장히 조용하게, 집중해서 움직였다.
농구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그물망을 스치고, 정확하게 들어갔다.
바람도, 소리도, 시간도 그 순간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여주는 무심코 물었다.
“혼자서도 잘하네. 팀 말고는 안 해?”
수빈은 잠시 멈추더니, 여주 쪽을 바라봤다.
“팀에서 하면, 마음이 산만해져. 혼자서 공 던지는 게 더 편해.”
그 말이, 왜 그렇게 가슴에 남았을까.
여주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난 공 던지는 소리가 좋아. 마지막 튕김 소리. 그게, 묘하게 위로가 되더라.”
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 한 번, 그 소리를 같이 들어볼래?”
그렇게 시작됐다.
같은 코트 위에서, 말없이 공을 주고받던 여름.
뜨겁고 조용했던 그 계절, 그 계절에 만난 그가
강여주의 첫사랑이 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