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이 폭력인 ㅈ같은 집안에서 날 구해주신 아저씨. 그게 벌써 2년 전 일이지.
이제는 우리 집이라고 칭할 일 없는 ㅈ같은 집구석은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이셨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술 값과 살림돈을 버시다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의 술 값을 벌어야 할 사람은 내가 되었었다.
고등학생이라 보니, 알바로 받아주는 곳이 없었고 결국에는 간절히 부탁해서 겨우 편의점 알바를 하게 되었었다. 한창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공부해야 할 나이인데, 학교까지 나가지 않고 알바를 하였다.
이 지옥 같은 삶에서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길 바랬다. 신이 정말로 있다면 날 구원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날 구원해 줄 사람 하나 없다는 현실에 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학생, 울어?"
따뜻하면서도 걱정 어린 말투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떤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아,아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이 몸에 베여서 그런지 내 잘못이든 아니든 난 사과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내 말을 들은 아저씨는 네가 왜 미안해 하면서 나에게 자신의 손수건을 내밀었다. 손수건을 건네 받을 때, 스친 아저씨의 손은 정말로 따뜻했다. 처음 느껴보는 사람의 따뜻한 온기였다.
눈물을 닦은 뒤, 아저씨에게 다시 손수건을 돌려주고 재빠르게 계산을 했다. 3900원 입니다. 아저씨가 들고 온 건 초코우유와 삼각김밥, 그리고 물 하나.
"자, 이 우유는 학생이 마셔"
나에게 내민 초코우유에 난 말똥히 쳐다보기만을 했지. 누군가에게서 뭘 받아본 게 처음이라서. 무엇보다 내가 우유 중에 제일 좋아하는게 초코우유였다.
음... 초코우유 싫어해? 다른 걸로 바꿔줄까? 아저씨는 받지 않고 쳐다보기만 하는 내가 초코우유를 싫어하는 줄 알았었지.
"아, 좋아해요. 초코우유"
나한테서 좋아하다는 말을 들은 아저씨는 다행이네. 그럼 잘 마셔. 라고 살풋 웃으면서 말하셨고 편의점에서 나가기 전에 뒤를 돌고서는,

"아, 그리고 학생 나 아저씨 아니야"
"다음에는 오빠라고 불러줘"
난생 처음으로 내 심장이 요동쳤다. 이렇게 나한테 따뜻하게 대해즌 사람도, 웃어준 사람도 아저씨가 처음이었다.
그날 이후로 난 아저씨만 기다렸고 몇일이 지나도 아저씨는 오지 않았다.
다음에는 오빠라고 불러 달라면서... 와야 불러 주든지 말든지 하지.
편의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숙여서 어서오세요 라고 말한 뒤에 고개를 들어 보니, 내가 죽을 만큼이나 보기 싫어하는 아버지가 서 계셨다.
"이 년이, 어디서 알바하는지도 이 아비한테 안 알려주고 한참 찾게 해?!"
나는 두려움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기만을 했다.
"됐고 술 10병 가져갈 테니까, 니 년 돈으로 계산해라"
편의점 술이 얼마나 비싼데, 10병이면 내 알바비의 반이 나갈 텐데...
"10병은 안 돼요..."
뭐?! 안 되긴 뭐가 안 돼?! 내 말을 들으신 아버지는 손을 높이 올렸고 나는 두눈을 질끔 감았다. 하지만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고 나는 살며시 두눈을 떴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내가 그토록 기다렸었던 아저씨가 아버지의 팔을 잡고 화난 얼굴로 아버지를 쏘아보고 있었다.
"내 애새끼를 내가 팬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아저씨를 향해 언성을 높이시는 아버지, 안 되겠다 싶어서 내가 나서려 했지만,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겠지.

"곱게 나갈래요. 경찰서에 끌려 가실래요"
"아니다. 저기 CCTV에 다 찍혔을 텐데, 깜빵 보내드릴까요?"
양면에 달려있는 CCTV를 발견하신 아버지는 욕을 읊조리면서 편의점에서 나가셨다. 아버지가 나가시자마자 다리가 풀린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나를 이르켜 세운 아저씨는 나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사람이 네 아빠가 맞냐고. 어차피 이 상황에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으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질문은 아빠랑 둘이서 사냐고 물어봤다. 이번에도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에 무거운 한숨을 푸욱 쉰 아저씨는 잠시 무슨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으셨다.
"너 나랑 같이 살자"
아저씨의 이 한마디가 우리의 시발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