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만 도와줄게
3. 그 애는 나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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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9조회수 3
하윤의 부탁에, 로영은 평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뭐든 말해.”
“그럼… 점심시간에 다해 불러줄래? 같이 밥 먹게.”
이젠 익숙해진 패턴이었다.
작전 도우미, 조용한 조력자, 이름 모를 감정 보관함.
그게 로영의 위치였다.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하윤이 문득 이런 말을 꺼낸 것이다.
“너, 평소에 어떤 사람 좋아해?”
“…왜 그런 걸 물어?”
“그냥. 네가 누굴 좋아할지 궁금해서.”
무심한 듯한 말투였지만, 그 말이 왜 이렇게 마음에 남을까.
‘너도 나한테 궁금한 게 있었구나.’ 그 사실 하나에 괜히 벅차올랐다.
쉬는 시간, 우연히 들려온 다해와 하윤의 대화.
“나? 음… 잘 모르겠어. 그냥 친구로는 좋은데… ”
“그래? 괜찮아. 나도 뭐, 그냥 알아보는 중이니까.”
그 말에 안도하는 로영. 그 동시에, 양심이 찔렸다.
‘몰래 듣지 말 걸.’
‘이제 그만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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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옥상.
혼자 조용히 앉아 있는 로영에게 다가온 건 도영이었다.
그는 음료 하나를 건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 정도면 나, 네 숨구멍 전담 아냐?”
“…고마워.”
“하윤이 좋아해?”
“아니야. 그냥 도와주는 거야.”
“그래도, 도와주는 네가 제일 먼저 다칠걸.”
그 말이 머릿속에 박혔다. 도영은 가볍게 말했지만, 눈은 진지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는 로영의 마음을, 로영보다 먼저 알아채고 있었다. 나를 들킨 기분. 차라리 모른 척해줬으면 좋겠는데. 도영이는 그런 걸 모른 척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