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만 도와줄게

4. 너한테만 웃는 표정

“이로영, 너 요즘 하윤이랑 자주 붙어다니더라?”

다해의 말은 가볍지만, 미묘하게 날카로웠다.

“...그냥 도와주는 거야.”

“짝사랑 작전 그거?”

로영은 아무 말 없이 웃었다.
다해는 그런 로영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괜히 마음 주지 마. 오해하면 너만 다쳐.”


그 말이 뭐 때문인지 너무 찔렸다.
왜, 마치 내가 벌써 다친 사람처럼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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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하윤과 로영은 복도 자판기 앞에서 마주쳤다.
하윤은 습관처럼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도 고마워. 진짜 네 덕분에 다해랑 얘기 많이 해.”

“…잘 됐으면 좋겠네.”

그 말에 하윤은 잠시 로영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물었다.

“근데… 넌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그냥. 친구니까.”

“우리 친구야?”

그 말에 로영은 멈칫했다.

하윤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혹시… 나 좋아해? 그래서 도와주는 거야?”

그 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로영은 겨우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네가 잘 됐으면 해서.”

그 말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스스로도 모르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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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방과 후

로영은 또 혼자 있었고,
예상한 듯 도영이 다가왔다.

“하윤이한테 또 마음 쓰는 중이야?”

“…아니.”

“그 애, 지금 헷갈려하는 거 알아?”

“…뭐가?”


“다해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엔 너 볼 때만 웃더라.”


로영은 아무 말도 못 했다. 마음 한구석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희망인지, 착각인지도 모를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이로영. 너, 웃는 얼굴로 거짓말하는 거… 생각보다 잘 안 돼.”



도영의 말투는 가볍지만 눈빛은 단단했다. 그 애는 항상 그런 식이었다. 무심한 척, 정곡을 찌르며 다가오는 사람.


나 혼자 조용히 아프고 싶었는데, 자꾸 들키는 기분이야.
누군가 내 마음을 정확히 보고 있는 것 같아.


하윤일까, 도영일까.
아니면… 나도 이제 나 자신을 속이지 못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