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몽.
눈을 떠도 끝나지 않았던 악몽의 시작은 중학교 3학년이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무슨 잘못을 그들에게 저질렀는지 인지하기도 전에,

"어딜 그렇게 도망가."
난 덫에 걸렸다.
처음엔 버틸 수 있었다. 흔히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선 넘은 장난들에 점차 익숙해지고서 재미를 떨어트리면 날 떠나리라 믿었다. 그 시간은 고통스럽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게 했지만, 살기 위해 버텼다. 덫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한 우유 붓기, 등에 이상한 말 써놓기, 선 넘는 질문을 선생님한테 물어보기. 이젠 그저 장난이라 생각하면 끝날 것들. 역시 사람인지 날이 갈수록 행동들에 무뎌졌지만, 그들은 날 완벽히 무너트렸다.
외면.
그들은 날, 모두에게서 외면시켰다.
꿋꿋이 내 곁에 있어주던 친구들부터 선생님들까지 날 외면하길, 단 일주일이었다. 붙잡으려, 관계를 회복하려 아등바등 애를 썼지만 끈은 이미 뜯겨져 있었다. 내 그림자마저 날 떠난 기분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두렵다. 온 세상이 암흑으로 잠식된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는 공포가 날 집어삼켰다. 평소와 같은 장난마저 배로 커진 듯이 다가왔다.
울면서 빌었다. 손금이 닮도록, 손바닥이 까지도록 빌고 울었다.
다시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는 없는 거야? 내가 더 잘할게. 아니야, 그냥 시녀처럼 부려먹어도 좋아. 응? 정말 모든 하라면 다 할 기세로, 아니. 그런 마음으로 올려봤다.
"여주야."
"...."
"추해."
"알아, 아니까. 나 좀."
"추하니까,"
"...."
"꺼지라고."
호흡이 불규칙해지며 눈앞이 아른거렸다. 모든 발걸음이 날 완벽히 돌아서고 떠난 뒤에야 바닥에 내려앉아 끅끅거리기 바빴다. 돌아와. 돌아와 줘. 제발. 나한테 한 번의 기회를, 한 번만 다시.
'여주야.'
아니야, 내가 미안해.
'추해.'
나도 알아. 내가 추한 거. 나 추해. 그러니까,
'추하니까 꺼지라고.'

아니까 제발,
제발...

"여기 있었네."
제발 저 악마들한테서 혼자 두지 말아 줘.
/
"뭘 그렇게 생각해?"
"응?"
"표정이 심란해 보여서."
"아, 그냥."
"그냥?"
"너희가 날 왜 괴롭혔을까."

"...."

"...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너희도 그냥이었나, 싶어서.
날 악몽으로 몰아넣은 게 그저 그냥이라는 이유에 그치는가 싶었다. 하루하루 괴롭게 하고 지금 이러는 것도 그냥인가 싶어서.
가만히 바라보던 지민이 책상으로 시선을 툭 떨궜다. 그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웃음을 참고 있을까, 아님 눈매가 매섭게 올라가있을까.
"내가,"
"...."

"그건 꺼내지 말라고 했잖아. 너한테 미안해서 미치겠다고."
"나한테. 미안하라고 한 얘기야."
"...."
그거 알아?
넌 그 표정이, 제일 재미있다는 거.
계속 미안해해.
내가 겪은 거 그대로 받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