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최연준이랑 산다 !

Ep. 1 나 최연준이랑 산다 !





” 뭐 ..? “

” 잠깐 시골에 내려가 있으라고 “

” 아니 갑자기 왜 ? ”

“ 가서 리프레시 좀 해 “

” 집은 ? 백수가 집 구할 돈이 어딨다 ..ㄱ ”

“ 그건 이미 엄마가 다 준비해놨으니까 넌 잔말 말고 내일 바로 내려가. ”

“ 허 .. ”




갑자기 시골 유배령이 떨어졌다. 내 나이 26살. 대학 졸업을 하고 취업까지 순조로웠으나 말 못할 사연으로 때려치고는 백수 생활 1년 차이다.

그리고 지금 그런 내게 리프레시라는 명목 하에 시골 유배령이 떨어졌고 내일 바로 쫒겨날 운명이다.




“ 대체 집은 또 언제 구한거냐고 .. ”




이전에도 엄마가 시골에 내려가 볼 것을 권유하긴 했었으나 이렇게 집까지 구하고 본격적인 적은 없었는데 .. 아니 백수로 좀 뒹굴뒹굴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

물론 엄마가 왜 내게 시골행을 권유했는지는 안다. 하지만 권유랑 명령은 엄연히 다른 거라고.

그렇게 난 저녁 내내 불평하며 억지로 짐을 쌌고 나중에 보내달라고 하면 되니 최소한의 짐만 챙겼다. 아니 사실은 바로 올라 올 생각이라 조금만 챙기는 것이다.




다음날,




“ 진짜 가네 .. ”

“ 집 주소는 여기 종이에 적어놨어. 찾아갈 수는 있잖아 ”

“ .. 진짜 나 가야 돼 ? “

” .. 집구석에서 계속 그럴거면 가야지. 내가 그 꼴은 더 이상 못 보겠다. “

” 하여튼 정여사 나 진짜 서운해. “

” 서운하면 얼른 정신 차려서 다시 올라와. “

” .. 알았어 “




그렇게 난 이름도 잘 들어본 적 없는 곳으로 향했고 대략 7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부디 이 7시간이 아깝지 않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고속버스를 타고 대략 5시간 정도 온 후에 또 버스를 타고 2시간 들어가니 점점 나무와 풀들이 무성해지는 게 보였다. 이 정도면 근처에 영화관도 하나 없겠는데 ..?

그렇게 또 이동하고 이동해서 엄마가 적어준 주소에 도착했고 난 반신반의하며 집 문을 열었다. 어차피 아무도 없을텐데 뭐하러 노크를 해



드르륵,



“ ..? 신발 ? ”



현관을 열고 들어가니 웬 남성구두와 운동화들이 쭉 진열되어있었다. 여기가 아닌가 ..? 혹시나 싶은 마음에 난 다시 밖으로 나가 주소를 확인했지만 여기가 분명했다.

결국 난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섰고 그렇게 캐리어를 끌어 안으로 들이려는 순간,



덜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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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 아 오셨어요 ? “

“ ..?!! ”



욕실이라 적힌 곳에서 한 남자가 나왔고 젖은 머리를 보아하니 금방 샤워를 하고 나온 듯 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그리고 저 남자는 뭐가 저렇게 태연해 ..?! 설마 들어오는 사람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들인거야 ? 아니 애초에 나 혼자 살 집 아니었어 ..?!



“ 남자 .. 아니 왜 여기 계신거에요 ..? “

“ ..? 제 집이니까요. ”

“ 그럼 설마 .. 제가 하숙하는 그런 건가요 ? ”

“ 그렇죠. 어머니한테 제대로 못 들으셨나봐요. ”

“ 하 .. 정여사 진짜 ..!! ”

” 캐리어는 주세요. 제가 갖다놓을 .. “



탁,



” 아니요 ..?! 괜찮아요 .. “

” 아 .. 네. “

” 그럼 .. 제 방은 어디인가요 .. “

” 저기 욕실 옆쪽 방 쓰시면 됩..ㄴ ”



후다닥,



난 방의 위치를 알자마자 바로 뛰어들어 그 방으로 피신 갔고 그제서야 한숨 쉴 수 있었다. 대체 정여사는 무슨 생각으로 남자랑 같이 ..!! 내가 친딸이 맞는거야 ..?!



“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 남자랑 같이 .. “



남자와 동거를 한다는 것은 그 일을 겪었던 나로써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 불가능이다. 근데 그걸 다 알고도 날 일부러 이딴 곳에 집어넣었다 ..?

깊은 빡침을 누르고 난 바로 정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 여보세요 .. “

“ 어 도착했어 ? ”

“ 엄마 미쳤어 ?!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남자랑 .. ”

“ 뭐 어때. 그때 전화해보니까 남자애가 착실하고 괜찮더만 ”

“ .. 그래도 어떻게 남자랑 붙여놔. 나를 “

” 그럼 .. 언제까지 방에 처박혀서 그러고 지낼거였는데 ? “

” 뭐 ? “

” 너도 사람 만나고 .. 결혼도 하고 적어도 혼자 죽진 말아야 할 거 아니야 “

” 혼자가 어때서 ..? “

“ .. 안돼. 죽어도 넌 혼자 살면 안돼 ”

“ .. 진짜 너무하네. 엄마는 속 편하게 혼자 잘 살면서 ”

“ 뭐 ..? ”

“ 끊어. 나중에 다시 전화해 ”




난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애써 흐르는 눈물만 닦아낼 뿐이었다.


잠시 후, 진정이 된 나는 물이라도 마실까 싶어 방문을 살짝 열어 그 남자가 있는지 없는지 살폈다.

다행히 어디 나간건지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고 난 빠르게 부엌으로 향해 물을 마셨다.



“ 하 .. 살 것 같다. ”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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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울었어요 ? ”

“ ..!! 깜짝이야 ..!! ”



쨍그랑,



“ 하이고 .. 이런 ”

“ ㄴ .. 너무 놀라서 .. 그게 .. “



파르르,



역시나 온 몸이 미친듯이 떨리고 숨이 가빠져온다. 내가 이래서 남자랑 .. 같이 있기 싫은거잖아 .. 

떨리는 몸을 애써 숙여 깨진 유리컵을 정리하려는데,



스윽,



“ ..!! “

” 유리 그거 만지지 마요. “



탁,



” ..!! “

” ㄱ .. 건들지 마세요. 멋대로 “



반사적으로 내 손목을 잡은 그 사람의 손을 뿌리쳤고 그 사람을 두 눈이 휘둥글어지며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래 누가봐도 호의니까. 일반적인 사람한테는 ..

누가봐도 호의였으니까.

하지만 내겐 아니다. 저렇게 갑자기 손목을 잡는 행위는 내겐 호의도 배려도 아닌 공격 행위와도 같은 것이다.



“ 그게 .. 그러니까 “

” .. 미안해요. 그래도 그 유리는 잠깐 두세요. “

” … “



그 남자는 그대로 어디론가 향하더니 빗자루와 신문지를 들고왔고 그대로 깨진 유리병을 쓸어다 밖으로 나갔다.

그 남자가 나가자 정말 마법처럼 떨림이 잦아들었고 그제서야 좀 숨을 쉴 수 있었다.



잠시 후,

드르륵,



” 이제 좀 괜찮아지셨나요 ? “

” 아 .. 네. ”



역시나 몸이 다시 떨리긴 하지만 아까처럼 막 숨이 가빠져오고 하진 않는다. 아까는 놀라서 더 심했던거겠지 ..

그래도 사과는 해야겠다 싶었다. 저 사람 입장에선 날 절대 이해할 수 없을테고 일반적으로도 이게 맞으니까.



“ 아까는 .. 제가 “



그때,



”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제가 무례했어요 “

” 네 ..? “



먼저 사과를 해 ..?




“ 다치실까봐 너무 급한 마음에 일단 손부터 나갔던거에요. ”

“ 아 .. ”

“ 다음부터는 제가 더 신경 쓸게요. ”

“ … “



먼저 사과할 거라곤 진짜 생각 못했다. 아니 누가봐도 사과는 내가 해야하는 거 아닌가 ..?



” 그러니까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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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랑 같이 지내요. 여기에서 “

” 네 ..? “

” 아까 어머니랑 통화하시는 거, 솔직히 들었어요. 아니 들렸어요. 근데 ..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

” 아 .. “



그래. 어쩐지 아까 나보고 다 울었냐고 물어보더라 .. 미친 그러면 그 남자 어쩌고 했던 그 얘기까지 다 ..?

오히려 무례하긴 내가 더 무례했구나 ..

더욱 할 말이 없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여기서 갑은 저 사람이고 을은 나인 걸 ..



“ 어차피 저는 저녁 내내 밖에 나가있어서 혼자 지내시는 거랑 다름 없으실 거에요. ”

“ 아 .. ”

” 저녁이나 이런 것도 그냥 혼자 드시고요 ..! 본인 집인 것처럼 지내셔도 괜찮아요. “

” … “



이쯤 되니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이 남자는 왜 나를 이렇게까지 본인 집에 들이고 싶어하는 걸까 ..? 솔직히 이상하잖아. 다 큰 남자가 다 큰 여자를 ..



“ 저 ..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 ”

“ 네네. ”

“ 왜 저를 이 집에 들이고 싶어하시는거에요 ? ”

“ .. 그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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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들어오신다고 하시면 말씀 드릴게요. ”

“ .. 허 ? ”

“ 천천히 결정하셔도 좋아요. 그때까지 저희 집에서 지내시는 것도 좋구요. ”

“ … ”

“ 저도 궁금한 거 하나만 물어도 되나요 ? “

“ 아 .. 네. ”

“ 성함이 .. 어떻게 되세요 ? ”

“ 어머니한테 못 들으셨어요 ? ”

“ 네. 어머니가 직접 여쭤보라고 .. ”

“ 하 .. 진짜 막무가내였네. ”



들어가는 당사자 이름도 안 알려주고 진짜 ..



“ .. 그래서 이름이 뭐에요 ? ”

“ .. 여주에요. 정여주 ”

“ 정여주 .. 예쁜 이름이네요. ”

“ .. 주인 분은요 ? ”

“ 아 ..! 제 이름은 .. ”

“ ..? ”

” 최연준이에요. 나이는 28살이고요. “




최연준이라 ..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이었다. 어디서 들어봤더라 .. 기억이 안 난다. 뭐 나랑 동갑은 아니구나. 좀 앳되게 생겨서 나보다 어리거나 동갑일 줄 알았는데 두 살이나 많았다니 ..



그때,



” 이제 좀 긴장이 풀리셨나봐요. 손이 안 떨리시네요. “

” ..!! “

” 다행 ..? 이 맞는 거겠죠 ? “

” … “



정말이었다. 최연준씨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언제부터였는지 손 떨림이 가라앉았고 몸의 떨림도 확실히 잦아들었다. 대체 ..



” 그럼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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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지내봐요. 우리 “

” … “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엄마가 날 아무런 곳에나 보낸 건 아닌 것 같다.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