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 같던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

02. 뭣 같던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










뭣 같던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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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전정국의 시선 끝이 항상 김여주에 닿아있던 건. 전정국의 눈이 항상 김여주를 쫓을 뿐 아니라 전정국의 몸도 김여주를 향해 있었다. 김여주가 뭔가 떨어뜨린다? 그 물건을 줍는 사람은 언제나 전정국이었고, 김여주가 뭔가 찾는다? 찾는 물건을 가져다주는 것도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은 뭔가… 덩치만 크지 꼬리를 살살 흔드는 대형견 같았다.









“야, 전정국.”

“뭐.”

“너 좀 거슬리는 거 알아?”

“내가 뭘.”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이었냐, 지독하게도 자기 자리에만 앉아 엉덩이 한 번 떼지 않고 공부만 하는 김여주 옆에 전정국이 턱 자리 잡고 앉아 턱을 괴고서 김여주를 빤히 쳐다보는 거 아니겠어. 전정국은 나름 김여주에 대한 흥미를 숨긴다고 숨긴 것 같았지만 사실 전혀 아니었다. 오죽하면 신경도 안 쓰고 수학 문제나 끄적거리던 김여주가 샤프를 손에서 내려놨을까. 김여주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전정국을 쳐다봤다.









“네 자리도 아닌데 왜 거기 앉아서 계속 쳐다봐? 공부하는데 집중 하나도 안 되잖아.”

“내가 방해됐어?”

“어, 그것도 엄청. 제발 네 자리로 좀 가.”









김여주는 전정국이 귀찮기만 한 듯 손짓하며 자기 자리로 보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전정국은 절대 물러서는 놈이 아니었다. 전정국은 김여주 옆자리였던 여자애를 불러 인상 좋은 미소를 보이며 자신과 자리를 바꿔달라고 얘기했고, 그 여자애는 전정국의 미소를 위협적으로 느껴 곧바로 수락했다.

전정국의 행동을 다 지켜보고 있던 김여주는 자기가 뭘 어떻게 하든 전정국은 지 옆에 붙을 거라는 걸 빠르게 알아챈 모양이었다. 단전에서부터 끌어모은 깊은 한숨을 후- 내쉰 김여주는 다시 시선을 수학 문제집으로 돌리며 샤프를 잡았다. 뭐, 전정국은 그런 김여주도 마음에 들어 헤벌레 했지만. 그렇게 조용해진지 3분이나 됐나? 전정국은 손을 뻗어 김여주의 어깨를 톡톡 쳤다. 김여주는 그 손길을 몇 번 무시하다가 은근 거슬리는 손길에 샤프를 탁 소리나게 내려놨다.









“아, 좀! 나 공부하는 거 안 보여? 지능적으로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방해하지 마.”

“김여주, 하나만 물어봐도 돼?”

“하… 네가 묻는 말에 답해주면 더이상 안 건들 거야?”

“오늘은 더이상 방해 안 할게.”

“… 뭔데.”









김여주는 오늘 하루 더이상 자신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전정국의 말에 홀딱 넘어가버렸다. 뭔데 하며 전정국을 보지도 않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김여주였고 그런 김여주가 좋기라도 한 건지 전정국은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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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이 뭐야?”

“내 이상형을 묻는 거야?”

“응.”

“음…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김여주는 사실 전정국이 뭐 대단한 거라도 물을 줄 알고 약간은 긴장을 했다가 겨우 이상형이 뭐냐는 말에 어이가 없어 다시 한 번 되물었다. 김여주 입장에서는 전정국의 질문이 좀 많이 싱거웠다고 해야 되나. 그럼에도 답은 해야 하니까 김여주는 한 번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공부만 주구장창 하던 김여주에게 이상형 따위가 있을리 없었고, 놀랍게도 생각해 본 적도 없던 김여주다.

그렇게 이상형에 대해 고민한지 1분이 넘어갈 때쯤, 정말 생각이 나지 않던 김여주는 고개를 휙 돌려 전정국을 슥 훑었다. 그 다음 흐음- 고민하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천천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술담 절대 안 하고, 주먹질 안 하고, 교복 똑바로 입고 다니면서 공부 열심히 하는 성실한 사람.”

“… 나랑 정반대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아쉽다~”









김여주는 씨익 웃으며 전정국과 정반대의 인물을 이상형이라 밝혔고, 김여주가 이상형의 조건을 하나씩 늘려갈 때마다 전정국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마지막에 아쉽다며 말하는 김여주의 표정은 전혀 단 하나의 아쉬움도 없었고, 자신과 정반대인 김여주의 이상형에 짜증이 난 듯 뒷머리를 손으로 털어 헝클어뜨린 전정국이었다. 옆에서 전정국이 뭘 하든 말든 신경을 끈 채로 수학 문제에 집중한 김여주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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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여전히 등교 1등을 놓치지 않는 김여주는 아침 7시부터 등교해 지겹지도 않은지 책을 펼쳐 필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점점 등교 시간이 임박해오고, 담임도 교실에 들어와 지각생을 체크하려던 때. 지각을 알리는 아침 조례 종이 울림과 동시에 교실 뒷문이 드르륵 열렸다.









“전정국? 네가 웬일로 이 시간에 등교를… 교복도 바르게 다 입었네?”

“누가 교복 바르게 입고 성실한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해서.”

“그게 누군지 상이라도 주고 싶다, 이 녀석아. 담임인 내가 몇 번을 말해도 듣는 척 한 번을 안 하더니…”

“쌤, 오늘 1교시~ 교과서 좀 미리 꺼내놓게.”

“네가 학교 수업을 듣는다고? 맨날 잠이나 퍼질러 자던 놈이?”

“오늘부터 해보려고요, 누가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해서.”

“허허… 1교시 화학이니까 교과서 준비 잘 하고, 다들 수업 잘 듣고~ 무슨 일 있으면 교무실로 와라. 이상!”









지각도 안 하고 제 시간에 그것도 어제와 다른 확 바뀐 모습으로 전정국이 들어왔다. 혹시 갖다 버린 건가 싶을 정도로 보기 드물었던 교복 착장에, 오자마자 1교시 수업 준비를 하는 둥 담임 마저 자신이 미친 줄 알았더랜다. 담임은 깜짝 놀란 들 한 번 웃어넘기고 앞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담임이 나가자 반 애들도 전정국의 변화에 놀라 자신의 친구들에게 알렸고 그렇게 전교에 순식간에 퍼진 전정국의 소식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교무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까지도 전정국의 180도 변화가 수차례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전정국이 드디어 미친 거냐 부터 시작해 전정국을 이렇게 바꾼 사람이 누군지까지 궁금해진 사람들이었다. 매 시간 쉬는 시간마다 학생이고 선생이고 너나 할 것 없이 전정국이 있는 반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 전정국을 관찰했고, 그 결과 김여주가 천하의 전정국을 바꾸게 했다는 소문이 잔뜩 퍼졌다.









“김여주, 나 오늘 교복도 똑바로 입고, 지각도 안 하고, 수업도 안 자고 계속 들었다.”

“그게 당연한 건데.”

“잘했어?”

“뭐… 잘했네. 앞으로도 그렇게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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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네가 매일 칭찬해 줘. 앞으로도 쭉 이렇게 할 테니까.”









전정국은 김여주의 잘했다는 말 한 마디에 베시시 웃음을 보였다. 물론 김여주는 정말 아무런 뜻 없이 잘한 건 잘한 거라서 칭찬한 것 뿐이었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너무 좋아하는 전정국의 반응에 되려 놀란 건 김여주였다. 또, 곧바로 이어지는 매일 칭찬해 달라는 전정국의 말에 김여주는 한참 멍하니 전정국을 쳐다보다 고개만 까딱거렸다. 전정국은 설렘을 머금었고, 김여주는 눈만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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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이라 기억하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쓴 건 올리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