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에 빙의한 내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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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도용 ×



















조용한 교실. 한바탕이 있고 난 뒤라 그런지, 아님 눈치가 있는 건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거세게 열리는 뒷문. 모두의 시선이 뒷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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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지."



수지는 예상했다. 저렇게 들어오는 애는 늘 전정국이었거든.



"....."



대답하기도 귀찮았다. 그저 그를 대충 쳐다보며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둥 앉아 있었다.



"...나가서 얘기해."

"내가 왜."

"너 진짜 왜 그러냐."



절로 미간이 좁혀졌다. 내가 할 말을 왜 전정국이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뭐가 문제라서 그런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데.



"귀찮게 하지 마."

"....."



전정국은 지저분한 책상을 신경도 안 쓴 채로 앉아 있는 수지가 신경 쓰였다. 더러운 거라면 질색하는 애가 도대체 왜?



"일어나. 더럽잖아."

"의자가 더럽진 않아."

"더러운 거라면 경멸을 하는 네가 가만히 있는다고?"



수지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이러다 정말 자신이 본래의 수지를 망칠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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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게 하는데 재주가 있나 봐."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는 건데."



갑자기 험악해진 표정을 짓는 전정국. 곧 종이 칠 테지만, 수업을 듣지도 않는 내가 광대 마냥 이렇게 서있을 것도 아니니 교실을 벗어나기로 했다.



구경이라도 났는지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해 있는 게 싫기도 하기에. 전정국이 따라 나오기는 했지만 아무 말 없이 옥상으로 향했다.



"....."

"....."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하늘을 보는 맛이 난다.



"너 괴롭힌 애는 내가 처리해 놨어."

"왜."

"그래야 최소한 당분간은 조용할 거니까."



그렇겠지. 다름 아닌 전정국마저 움직였으니 누가 이 학교에서 설치고 다니겠어. 정말 하나같이 인소가 따로 없는 게 마음에 안 든다.



"따라온 이유는 뭔데."

"그냥 말하지."

"뭘."

"네가 자꾸 이상하게 나오는 거."



진절머리가 난다. 왜 자꾸 한수지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길 바라는 거지? 왜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같은 사람이 아니라 인형을 대하는 것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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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웃긴 거 알아?"

"무슨 뜻이야."

"내가 알아서 떨어져 줬잖아. 비즈니스적 문제? 안 건들고 있잖아. 그런데 뭐가 문제라서 자꾸 날 화나게 만들어."

"....."

"야. 가서 이여주나 빨아. 너한텐 당연한 거잖아."




전정국의 표정이 이상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마치 혼란스러운 것 같기도.



"난..."

"....."

"가볼게."



어이가 없다. 후... 내가 지금 저 제정신 아닌 놈이랑 무슨 대화를 나누겠니...





.
.
.
.





전정국은 누군가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빨라졌다.




"어? 정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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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왜 그래?"




전정국은 가만히 여주를 내려다봤다. 여주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고, 왜 인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다 했어."

"응...?"

"머릿속은 네가 좋대. 근데, 내 마음은 전혀 아닌 거 같아서."

"무슨... 소리야."

"하나도 안 설레. 널 보면. 그런데 내가 뭐에 홀려서 너에게 헌신을 하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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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좋아하잖아. 네가 어떻게 그래."

"난 널 좋아했지만, 좋아하지 않았어."

"전정국!!"

"웃긴다 너. 그럼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이때까지 모른 척... 날 네 우리에 가둬 둔 거야?"




동공이 흔들렸다. 너의 좁혀진 미간은 마치 대답을 해주는 거 같았다. 



...내 말이 다 맞았구나, 이여주.



"아냐. 아니야, 정국아. 나는 내 마음을 잘 몰라서 그런 거야. 나는 그저 너희들이 친구라서 좋았고, 너희를 잃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

"...어쨌든, 나는 이제 너를 친구로만 볼 거 같네. 오해하는 일 없도록 할게. 내가 미안하다. 이때까지 너를 불편하게 만든 거 같아."




전정국은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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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돌아가면 안 되는데."







.
.
.
.







"정국아!"

"...?"



김태형은 전정국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너 그게 무슨 소리냐? 소문 듣고 왔는데."

"아. 나 이여주 안 좋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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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쉭. 또 삐졌냐?"

"아니. 나 진짜 걔한테 괌심 없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리 중에서 네가 제일···."

"미쳤었나 보지. 그냥 난 걔랑 친구로만 지내고 싶은데."

"...어디 아파?"



전정국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말했다. 경쟁자 한 명 줄어들면 너한테 좋은 거 아니냐고.



"....."

"넌 잘 돼라. 나랑 다르게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전정국은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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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야 되는 건지, 말아야 되는 건지."



이상해. 한수지가 달라진 이후로 모두가 변해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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