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에 빙의한 내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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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도용 ×




















새벽 1시. 잠이 오지 않았다. 유독 달이 높게 떠 있는 오늘. 나는 발코니로 향했다.



"....."



높게 떠 있는 달은 예뻤다. 어두운 밤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달. 이 달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쌀쌀하지만 그 쌀쌀함이 좋았다. 새벽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 같다. 늘 이렇게 기분이 좋았으면...



띠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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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놈인가."



정문을 쳐다보자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김석진 보였다. 설마 술 마시고 취한 건 아니겠지?



수지는 겉옷을 하나 챙겨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걸리면 큰일이 날 거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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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나왔네. 안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건지 헤실헤실 웃고 있는 게 거슬린다. 술 냄새는 미간을 좁히게 만들었고, 목소리가 큰 김석진을 끌고 자리를 이동했다. 이러다 걸리는 거 아닌가 싶어서.



"어디 가냐~"

"안 닥치냐?"



이 밤에 술 처마시고 찾아와서는 세상 무해한 표정을 짓는다. 민폐 짓 하나는 제대로 하고 있다는 걸 알긴 알까.



"미자 새끼가 무슨 생각으로 술을 처마셔."

"담배 보다는 낫지 않나?"

"지랄하네."



무슨 생각으로 술을 마시고 우리 집까지 찾아온 건지 모르겠다. 우리 집으로 올 정신머리로 자기 집이나 갈 것이지;;



"집 가는 길에 너희 집 보이길래."

"그대로 느그 집으로 가질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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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비친 네 모습이 눈에 띄어서 발이 멈추더라고."




이건 또 뭔 개수작이지? 술에 취하면 사람이 이렇게까지 미칠 수가 있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편해 죽겠다.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집 가. 내일 이불킥이나 하지 말고."




수지는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김석진은 수지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그리곤 웃음기를 없앤 채 입을 열었다.



"너 정말 나한테 아무 미련도 없어?"

"무슨 소리야."



미련? 무슨 미련?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나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얜.



"나랑 파혼된 거에 미련이 전혀 없냐고."



파혼...? 뭐야... 한수지 약혼했었어...!? 그것도 김석진이랑!?



뭐가 이렇게 관계들이 하나하나 주옥같은지 모르겠다. 내가 한수지도 아니고 미련이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알아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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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면 어쩔 거고, 없으면 어쩔 건데."



또다. 또 제멋대로 말이 튀어나왔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한수지의 정체가 점점 궁금해지는 것 말고는.



"...솔직히 말할까."

"아니. 말하지 마. 그냥 원래 하던대로 해."



내 마음 헤집지 말고.



...이 생각은 한수지의 생각인 걸까.



"...날 버린 건 너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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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처럼 아프다고."




힘들어 보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내가 당사자는 아니었으니까.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오직 감정뿐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수지는 지금 답답해하고 있다. 그리고 김석진이 흘리는 눈물은 마음 한 켠이 아려오게 만들었다.



수지의 팔을 꽉 잡고 있는 김석진은 놓고 싶지 않은 걸 억지로 놓듯이 자신의 손에 힘을 뺐다. 그리고 수지는 석진이 잡았던 팔을 애써 어루만졌다.



"...가볼게. 조심히 가."

"미안하다..."

"됐어."

"...잘 자."



글쎄. 내가 오늘 잘 수는 있을지 조차 모르겠다.





.
.
.
.





오지 않길 바랐던 날이 결국 오고 말았다. 단합 여행을 왜 가는 건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닥치고 가야 되는 게 내 현실인지라 입을 꾹 닫아야 한다.



"야,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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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숙소까지 개인이 알아서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했다. 좀 늦게 더
도착한 나는 박지민에게 내 방은 어디냐며 물었다.



"이게 네 방 카드키야. 짐 정리하고 다시 여기로 모이래."



별장이 뭐가 이렇게 크고 화려한지. 방 안은 호텔이나 다름없었다. 이 학교는 남는 게 돈인 걸까.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가는 길이었을까. 이여주와 마주치고 말았다. 무시하고 조용히 지나가려 했으나 이여주가 말을 거는 바람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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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주야."

"어."



단합 여행을 온 건지, 지 혼자 남자 꼬시러 온 건지. 분명 활동복을 입고 오라고 공지 됐던 거로 아는데, 원피스를 입고 있는 이여주에 한숨이 절로 쉬어졌다.



"같이 내려가자!"

"싫다면."

"어차피 내려가는 길 같잖아~"

"....."



내 의견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지 옆에 붙어서 따라오는 게 역겹기 그지없다. 너만큼은 절대 안 엮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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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과 손팅 = 다음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