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에 빙의한 내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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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도용 ×



















손전등이 고장 난 걸까. 들어오지도 않는 손전등을 애써 붙잡고 있었다. 분명 안 무서웠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무서움이 느껴지는 건지.



반팔이라 춥기도 추웠고, 어두워서 괜스레 소름이 끼쳤다. 중간중간 들려오는 비명 소리도 들려서 그런지 무서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미친 학교야....."



쓸 돈이 없어서 이런 곳에다 꼬라박은 걸까. 생각보다 고퀄로 숲을 꾸며 놨다. 세트장이라고 해도 믿을 거 같달까.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공포 요소가 늘어났다.



미션이고 나발이고 빨리 끝내기 위해 무서움을 떨쳐내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을까. 앞이 잘 안 보인 나머지 돌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하..."



다리고 손이고 이곳저곳 쓸려서 상처가 났다. 지금은 아픈 것보다는 언제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였다.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으니 그냥 포기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나를 데리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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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뒤죽박죽 해진 머릿속을 정리할 겨늘도 없이 도망치듯 수지에게서 멀어졌다.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했고, 수지가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로 상처를 받는 내가 싫다.



내가 좋아서 억지로 시작한 약혼. 내가 시작한 약혼은 수지가 깨버렸다. 어쩌면 내가 깨버린 걸 수도 있을 거다. 내가 그녀를 괴롭혔고, 내가 이 약혼이 깨지도록 만든 걸 수도 있다. 아마 이게 맞을 거다.



이유 없이 네가 끌렸고, 그 이유 없는 끌림은 위험했다.



"아... 수지.."



두고 온 수지가 생각났다. 추울 텐데...



"....."



이 순간마저도 걔를 걱정하고 있는 나는 정말 걔를 너무 사랑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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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된 거 같은데."



기다리는 거야 어렵지 않지. 문제는 내가 너무 춥다는 거다. 추워는 죽겠고, 으슬으슬한 분위기 때문에 무서워 뒤질 거 같기도 하다.



나는 내가 이렇게 겁이 많았는지를 오늘 처음 알았다.



"얼어 뒤지겠네..."



이러다 입 돌아가는 거 아닌가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천천히라도 걸어서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런데...



"아...!"



아무래도 발목이 접질렸는지 걷기가 힘들었다. 통증 때문에 걸었다간 이 산에서 굴러버릴지도 모른다. 결국 낮 다시 제자리에 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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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김석진 붙잡을 거 그랬나..."



욱신거리는 발목을 만지작거리며 멍 때렸다. 시체로만 발견 안 되길 바라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수지는 나무에 기댄 채로 잠들어 버렸다.



"···지."

"한수지!!"

"뭐야..."



귀가 떨어져 나가도록 큰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잠에서 깨버렸다.



"...? 김석진?"

"위험하게 이런대서 자고 있으면 어떡해!!"



달렸던 걸까. 김석진의 얼굴은 땀에 젖어 있었다. 가버릴 줄 알았는데, 날 찾으러 온 사람이 얘일 줄이야.



"엣취 - !"



훌쩍... 아무래도 감기에 지대로 걸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들오들 떨리는 몸에 일어서기는 커녕 움직이기도 힘들다.



"....."



김석진은 자신의 겉옷을 내게 덮어줬다. 얘한텐 미안해서 거절을 하려고 했지만, 거절을 하려는 걸 눈치챘는지 돌려줄 생각은 마라며 입 막음을 시켰다.



난 어쩔 수 없이 입 꾹 닫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을까. 더 심해진 통증에 입에서 큰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 너무 아픈 나머지 눈물까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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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그래."



잔뜩 좁혀진 미간. 이곳저곳 다친 걸 이제 발견한 건지 심각한 표정으로 살핀다.



"별거 아닌데. 좀 굴렀어."

"장난하냐...?"



세상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서는 쳐다 본다. 아니 뭐... 그래서 어쩔 건데.



"가만히 있어."

"...!?"



김석진은 날 안아 들었다. 너무 놀라서 입에서 또 큰소리가 나왔지만, 김석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야..."

"아무 말도 하지 마. 싫은 거 아는데, 어쩔 수 없잖아."

"....."

"이런 거라도 하게 해주라."



넌 자존심도 없니. 내게 그런 소리를 듣고 눈물까지 보여 놓고, 챙기는 걸 하고 싶니? 나라면 절대 안 그랬을 거야. 절대...



"미안해."

"....."

"너 잊으려 노력해 볼게. 더 이상 널 힘들게 할 수 없으니까."

"....."



욱신거렸다.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건지. 한수지 네가 원하는 건 대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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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조금만 너 더 좋아할게."

"그리고 정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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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안 정해졌어요🙃
혹시 정국이로 아실까 봐 얘기해 드려요~



손팅 → 다음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