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에 빙의한 내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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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도용 ×

















다쳐 있는 나. 그런 나를 안고 온 김석진. 모두의 시선을 받아야 했던 나는 김석진을 뒤로하고 절뚝거리며 방으로 돌아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몸을 던지다시피 누웠을까.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걷기도 힘들어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끈질기게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결국 몸을 일으켜 세웠다.



"누구ㅅ..."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누군지 확인하는 순간 미간이 좁혀졌다. 그는 날 따라온, 날 감시하러 온 사람이었으니까. 손에 구급상자를 들고 있는 걸 보니 치료를 위해 온 것 같다.



"치료는 됐어요. 알아서 할게요."

"제 일입니다. 하지 않으면 안 되고요."

"내가 하지 말라잖아."

"이렇게 다치셨는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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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 말이 말 같지 않니?"



대답이 없다. 그저 자신은 아빠 사람이고, 자기가 맡은 일을 해야 하는 거뿐이겠지. 내 의견과 감정 등, 모든 것들이 당신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밖에. 나도 당신처럼 그 사람이 내 목줄을 쥐고 있으니까...



"앉아주세요. 치료해야 합니다."

"....."



스트레스에 두통도 몰려왔다. 실랑이를 벌일 힘도 없었고, 나가라 해도 나가지 않을 게 뻔히 보여 자리에 앉았다. 빨리 치료를 끝내고 보내는 게 빠를 거라고 판단했기에.



"아버지가 내 건강도 챙기라니?"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회장님께서 아가씨의···"

"풉... 웃긴다, 너."

"내가 인형인 걸 뻔히 알면서 그런 말을 내 앞에서 내뱉어?"



그 집구석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누가 모를까. 나는 고작 인형에 불과하고, 필요 없어지면 버려질 존재라는걸.



그리고 그 버려짐이 죽음을 뜻한다는걸.



"...푹 쉬십시오. 되도록이면 움직임을 자제해 주시고요."



그는 약을 몇 가지 올려두곤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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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말이라도 아니라고 부정을 해주지 그랬어요.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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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약을 먹고 잠에 빠졌을까. 익숙한 향이 느껴지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자마자 확인한 시간은 새벽 1시쯤. 약을 먹음에도 불구하고 아픈 두통에 휘청거리며 물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머리맡 쪽에 있는 향초를 발견했다. 집에서 매일 맡는 향. 찝찝하기 그지없는 향. 이게 왜 여기에...?



설마... 내가 자는 동안 들어온 거야...? 이거 켜놓겠다고?



소름이 끼치다 못해 화가 났다.



"진짜 씨발!!!"



정신 병이라도 걸릴 거 같다. 도대체 저 향초가 뭐길래... 뭔데 자꾸 집착을 하냐고!!



허락도 없이 방을 드나드는 것도 모자라, 대놓고 이런 짓을 해? 한수지는... 한수지는 이 미친 곳에서 어떻게 버텼던 거야. 정말 인형으로 살아야 되는 거야? 사람으로 태어나 놓고?



쨍그랑 - !!



눈에 보이는 것들은 죄다 집어던지며 소리치는 수지. 누군가 수지의 방문을 두드려 보지만 수지는 들리지 않았다.



"차라리... 차라리 죽어버렸어야 했는데..."



무슨 생각으로 지금까지 남의 몸으로 살아오고 있는 거야. 아, 애초에 살아가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인 거야? 난 누군데? 한수지일까. 아니면 난... 어? 내 이름이... 뭐였지?



"한수지!!"



열쇠를 가져왔는지 수지의 방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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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도 내가 인형 같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전정국은 엉망이 된 수지의 방을 보고는 다급하게 다가갔다. 바닥에 유리 파편이 널브러져 있었기에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움직이지 마. 너 지금 다쳤어..."



파편에 의해 안 그래도 다친 몸에 또다시 새로운 상처가 생겨 피가 흐르고 있었다.



"꺼져. 다가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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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그래. 무슨 일인데."

"....."



정호석은 수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둔 상태에서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하지만 수지는 가쁜 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야, 근데 뭔 냄새냐. 이거."



방 안은 자욱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확 느껴지는 향에 미간이 좁혀질 정도였지.



민윤기는 향초를 발견하고는 곧장 꺼버렸다. 왜인지 기분 나쁜 향이었거든.



"무슨 일인데. 응?"

"너네 싹 다 꼴 보기 싫어."

"...그래, 알겠어. 일단 이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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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죽어버렸어야 했는데."

"뭐...?"

"이거 놔. 기분 나쁘니까."

"한수지!!"



수지는 정국의 손을 뿌리치고는 뒤로 빠졌다. 바닥에 있던 유리 파편들을 그대로 밟는 수지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왜일까. 분명 피가 이렇게 흐르는데, 고통이 왜 느껴지지 않는 거지?



정국은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수지를 곧바로 안아 들어 밖으로 나갔다. 수지는 내려놓으라며 몸부림을 쳤지만 정국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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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향초 되게 찝찝한데."



수지의 방에 남아 있던 민윤기는 꺼진 향초 앞으로 다가갔다.



분명 한수지에게 늘 나던 향이었다. 이렇게 진하게 맡아본 적은 없었는데, 맡아보니 되게 별로였다.



"민윤기 뭐 해?"

"....."

"빨리 나와. 여기 향초 때문에 어지러워."

"어."



이상하네. 한수지는 분명 향초만 보면 싫어했었는데... 왜 향초를 피우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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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