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만난 날.
우린 말이 없었다.
강남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끝 카페.
사람은 없었고,
공기만 무거웠다.
너무 많이 말해버려서
이제는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기억이 다 돌아온 태산은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하윤 씨."
"응."
"나…
다시 사랑하고 있어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 말을 듣고 싶어서
이 긴 시간을 돌고 돌았는데—
왜 지금 와서 그게 더 아픈 걸까.
"…그러면 안 되지 않아?"
그가 고개를 저었다.
"기억이 돌아오기 전에도
난 이미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어요.
근데 그 감정이 왜 그런지 몰라서,
그게 더 괴로웠어요."
나는 말없이 웃었다.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은 빨개져 있었다.
"우리가 다시 시작해도,
나는 똑같은 실수 할지도 몰라."
"괜찮아요.
기억이 있다면,
그 실수를 피할 수 있을 거예요."
"아니,
기억이 있어도 우린 서로를 아프게 할 거야."
"그럼…
아프지 말고, 그냥 옆에 있어요."
그 말에
난 손을 뻗었다.
그의 손등 위에 살짝 손을 올렸다.
말없이,
며칠 뒤.
공연장.
태산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새 앨범.
새로운 타이틀곡.
하지만 가사 중간에
내가 썼던 말이 담겨 있었다.
“기억이 아니어도,
감정은 거짓말을 못 해요.
나는 그 사람을,
잊지 않았으니까요.”
무대 뒤에서
나는 그를 바라봤다.
그는 고개를 들고
관객이 아닌
나를 봤다.
짧은 눈맞춤.
한 번의 미소.
이제 우리 둘만 아는 시간이었다.
